Author/Translator

Comment

1

Description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권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긍정, 비관을 털어내는 유머, 따뜻한 인간애로 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밀치고 나온 일곱 여자의 인생을 만나다! “현대사의 우여곡절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들만큼 생생하게 증언하는 얘기들을 나는 이전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 이분들의 애처로운 듯 지독한 이야기, 가냘픈 듯 강인한 인생유전은 그간 내 가슴을 여러 번 미어터지게 만들었다.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거기 꽃 피고 새 울고 천둥 치고 바람 부니 머지않아 열매 맺을 것이다.”_머리말 중에서 -《여자전》은 2007년 출간되어 절판되었다가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왜 지금 우리는 이 여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가(저자의 변) “나라가 갈갈이 찢기고 있다. 세대 간, 젠더 간, 이념 간 갈등이 너무 크다. 그걸 봉합해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개인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함께 맞닥뜨린 거대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역사의 전체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지난 세대가 함께 헤쳐나온 우리 역사의 생생한 속살을 일곱 할머니의 삶을 통해 풀어놓았다.”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개인의 파편화가 극에 달해 다들 외롭고 허탈하다. 우리에겐 내적 치유가 절실하다. 여기 극한의 고통을 뚫고나온 일곱 분의 삶이 있다. 고통을 뚫고 나와 인간의 품위를 보여준다. 의연하고 대범하게 상대를 품어 안으신다. 이 책은 치유의 힘을 가졌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독자는 심신이 정화될 것이다. 외로움과 허탈이 녹으면서 아픈 부위가 눈물로 풀려 나갈 것이다.”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의 삶은 삭막하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원고지 100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 안에 드라마가 난무한다. 사랑이 있고 전쟁이 있고 쫒김이 있고 애통이 있다. 문장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책 읽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서너 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는 쉬운 책이다. 그러면서 유익한 정보를 군데군데 심어두었다. 건강과 인생과 깨달음에 관한 값진 지혜들이 갈피갈피 숨어 책 읽는 재미를 배가할 것이다.” 역사 속에 던져진 일곱 여자의 이야기 우리는 삶의 크고 작은 토막들을 통틀어 ‘이야기’라고 부른다. 영화도 소설도 노래가사도 역사도 체험도 모조리 이야기라는 말 속에 녹여낸다. 선현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傳이라는 형식으로 묶어내기도 했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박씨전이 그런 것들이다. 이 책 《여자전女子傳,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는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 온 여자들의 이야기다. ‘내 살아온 사연을 다 풀어놓으면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흔히 말하는, 역사 속 이름 없는 일곱 여자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지도 모른 채 한국 현대사의 복판으로 던져졌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몰랐고, 전쟁이 일어났지만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몰랐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동상으로 발가락이 빠져버린 지리산 빨치산 하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 팔로군이 되어 마오쩌둥의 대장정에 참여한 뒤 중공군의 자격으로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여자 군인 하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가 만주에서 일본 군인의 성노예 생활을 하느라 자궁까지 적출당한 위안부 하나. 월북한 좌익 남편을 기다리며 수절한 안동 종부 하나. 50년을 죽은 사람만 쳐다보며 살아온 옛날식 미혼모 하나. 피난지 부산에서 우연히 창문 너머 춤을 배웠던 춤꾼 하나. 전쟁을 참혹하게 겪지는 않았으나 일상 속에서 남성과의 전쟁을 누구 못지않게 가혹하게 치른 미술관 주인 하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애절한 삶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파편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 인생이 처절했노라고 한숨 쉬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 속에 내던져졌지만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수난의 세월을 헤쳐 나왔다. 빨치산에서 탁월한 세일즈우먼으로, 팔로군에서 의사와 기공수련가로 변신했다. 황진이보다 더 혁명적인 춤꾼, 문화계를 선도하는 걸물,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유치원 원장이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이웃의 인생에 애정을 베풀며 살아왔다. 그것은 무슨 무슨 이념 때문도 아니고, 거창한 역사의 진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오롯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이렇듯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 수난을 털어내는 유머를 껴안고 살아온 일곱 명의 인생행로는 한국 사회가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를 딛고 발전하는 힘의 바탕이었다. “지금 들으러 갑니다!” 지은이 김서령은 인터뷰를 전문적으로 해온 칼럼니스트다. ‘人’터뷰라고 할 만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는 문체로 녹여낸다. 입 밖으로 꺼내기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도 술술 끄집어낼 만큼 인터뷰이와 완벽하게 밀착한다. 감정적으로 서로 통하지 않으면 힘든 작업이다. 가볍게 말해 역사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구술사에도 가깝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는 춘향전, 심청전이 아주 먼 옛날의 동화 속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면, 김서령이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듣는 《여자전女子傳》은 우리 시대 여자들이 생존해온 이야기, 그리하여 지금 우리 삶과 우리 주변의 사람을 숙연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휴머니즘을 느끼게 한다. 역사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생생한 목소리, 그 흩어진 음성을 찾아 김서령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대구에서 안동, 그리고 속초에 이르기까지 반도를 누벼야 했다. 반세기 동안의 이야기를 하룻저녁에 풀어놓기란 불가능하다. 날이 새도록 이야기는 계속되고, 헤어졌다가도 틈만 나면 다시 찾는다. 완전한 감정의 이입. 그의 글에 생동감이 넘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마치 독자가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 50년 전 전쟁 속을 헤매는 듯, 살을 에는 바람이 당장에 살 속으로 파고드는 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시절 인간의 삶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소녀들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빨치산에서 유능한 세일즈우먼으로 변신한 고계연 할머니전傳 고계연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버지와 오빠를 찾으러 산에 올랐다가 빨치산이 되었다. 사상이나 인민해방 따위는 애초에 몰랐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그의 삶을 헤집어놓았다. 지리산에서 토벌대에 쫓기면서도 소녀는 양지쪽에 앉아 수저집에 수를 놓는다. 고계연 할머니가 들려주는 빨치산의 생활은 처절하다.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인간 정신이 실종된 시대다. 토벌대에 붙잡힌 할머니는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발가락을 모두 잃어버린다. 발가락 없는 발이 그날의 유일한 증거품이라고 할머니는 회상한다. 그래도 인생은 깊어갔고 빨치산은 강인했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세일즈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빨치산에서 세일즈우먼(하성이불집)으로의 변신. 죽음을 넘나든 할머니의 표정은 의연하고 당차다. 시대를 탓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전 세계를 누비며 낚시에 열중한다. 자신이 이렇게 살아남아 1미터짜리 농어를 낚을 줄 빨치산 동지들이 짐작이나 했겠냐라고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북으로 간 남편을 50년간 기다리며 안동 명문가를 홀로 지켜온 김후웅 할머니전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가문.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가 삶의 중심인 집안. 그리하여 여자들의 몸이 남아나지 않던 시절. 더군다나 남편은 ‘사상’에 물들어 북으로 가버렸다. 안동 명문 유일재 가문을 반세기 넘게 홀로 지켜온 김후웅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지독한 일벌레다.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가의 생활에 여유는 없고 예법은 지엄했다. 가문이 곧 세계이자 우주인 인생에 조선 땅이

Collections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