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문학이나 미술, 영화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 페미니즘이 하나의 사조나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현상이다. 그것은 음악이 언어나 시각적 이미지보다 더 추상적이고 순수한 '음'을 표현 형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음악계가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남성중심적이기 때문일까? 이 책은 음악과 페미니즘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은 싫어하는 피아노와 치열 교정을 하는데, 왜 오빠는 이 두 가지를 하지 않는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음대 교수가 쓴 책이다. '왜 위대한 음악가는 모두 남성인가?'에서부터 '그렇다면 페미니즘 음악은 가능한가?'까지, 모두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여성의 예술적 재능이 사회 구조와 제도 속에서 어떻게 억압받고 소외되었는가를 음악사 안에서 설명하고, 2부에서는 개별 작품들의 예를 들면서 음악 안에서 여성의 이미지, 남성/여성의 이분법적 사고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음악에 있어 여성과 관련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음악가가 되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편견과 성역할에 부딪히게 되는지, 또 그러한 현실을 낳게 한 사회의 모순들은 어떠한 것인지 하는 것들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가부장제나 동성애 등 페미니즘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정리가 미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고, 문제제기의 절실함에 비해 좀 미흡하다는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문제제기로서의 의미가 큰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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