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Jang Kang-myung and 10 others · Novel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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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2023』이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이 더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동인의 창작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보고 소재로 삼았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부터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까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거창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벅차도록 힘든 순간은 자꾸만 찾아온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속으로 삭일 때가 많고, 문득 내면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설들은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슬픔과 갈등, 관행과 악습, 시장과 정책 변화의 영향 등을 사실적인 필체로 묘사하며 2020년대 노동의 시간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다.

[9주년] 해피 젝시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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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007 김의경 순간접착제 013 서유미 밤의 벤치 045 염기원 혁명의 온도 073 이서수 광합성 런치 101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137 장강명 간장에 독 165 정진영 숨바꼭질 205 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243 지영 오늘의 이슈 273 최영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303 황여정 섬광 333

Description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바로 지금,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하여 열한 명의 소설가가 직접 겪고 느끼고 써내려간 이 시대의 노동 하이퍼리얼리티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2023』이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이 더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동인의 창작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보고 소재로 삼았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부터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까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거창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벅차도록 힘든 순간은 자꾸만 찾아온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속으로 삭일 때가 많고, 문득 내면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설들은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슬픔과 갈등, 관행과 악습, 시장과 정책 변화의 영향 등을 사실적인 필체로 묘사하며 2020년대 노동의 시간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다. 김의경「순간접착제」 이십대 청년 ‘나’와 예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마카롱 카페 사장의 말에 그날로 일을 그만둔다. 두 사람에게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이해할 만한 여유가 없다. 떨어진 운동화 밑창을 순간접착제로 붙여가며 신어야 할 만큼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 구한 삼각김밥 공장 아르바이트에서도 일흔의 할머니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각자의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그들에게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지닌 이들의 불안과 애환이 함께 느껴진다. “여기 인테리어 하나하나 내가 직접 한 거야. 이렇게 금세 접을 줄 알았으면 대충 하는 건데. 대출받아서 급한 불은 꺼놨는데 오래 못 버틸 거야.” “하루에 두 시간 일하면 용돈도 못 벌어요. 저 카드빚 갚아야 해요. 오늘까지만 할게요.” 예은은 그렇게 말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언니를 한번 노려본 뒤 유리문에 달아놓은 풍경 소리가 잦아들기 전에 예은을 따라 나갔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쫓겨난 것도,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부서진 기분이었다. 누군가 우리를 뭉개서 내다버린 것 같았다.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려서 주워먹을 수도 없는 마카롱이 된 것 같았다. _35쪽 서유미 「밤의 벤치」 전업주부 경진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 벤치는 밤이면 가사에서 풀려난 여성들의 쉼터이자 소소한 대화의 공간이 된다. 어느 날,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벤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경진은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시절 자주 시간을 보냈던 장소들을 떠올리고, 벤치와 함께 사라질 그간의 추억을 안타까워한다. 정해진 공간 없이 자주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는 이들에게 쉼터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발원은 무엇인지 소설은 생각해보게 한다. 학습지 교사 일을 하던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의 집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고 나올 때면 자신은 떠도는 사람이고 영원히 저기에 속하지 못하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건데도 경진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만둔 지 십오 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은 안정적인 세계에 속해 있지 않고 바쁘게 걸으며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쓴다는 기분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경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_58쪽 염기원 「혁명의 온도」 ‘나’는 노조에 발을 걸쳤음에도 지금의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군무원이다. 어느 날 부대에서 신병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대장은 ‘나’의 담당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빌미로 책임을 나눠 지자고 압박한다. 신축 빌라 입주에 필요한 대출금을 마련하려면 진급을 해야 하는 ‘나’는 이 부탁 아닌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 “실존적 문제 앞에서 혁명 같은 건 사치”라는 주인공의 자조어린 목소리에서 생활을 위해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이 읽히는 듯하다.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외로워서였나. 단톡방에서 나온 오프라인 모임 얘기에 금쪽같은 휴일을 바쳐 참여했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뜨거워도 정작 오프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한 줌에 불과한 게 ‘국룰’인데, 그날은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전날이 10일, 그러니까 월급날이었던 것과 상관이 있었을까? 첫 번개에 마흔 명이 넘는 군무원이 모였다. “우리 없으면 군대가 돌아갈 거 같애? 씨발, 현역들? 전세규 내용도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주제에 말이야!” 3차를 마치고 종로 길바닥에서 누군가 외친 소리가 혁명의 시발점이었을지 모른다. 군무원에게 총기와 군복을 지급한다는 뉴스가 나온 후 일 년 동안 가열된 분노가 폭발하는 소리였다. _68쪽. 이서수 「광합성 런치」 차진혜는 작은 IT 회사의 재무팀장이다. 런치플레이션으로 점심값이 크게 오르자 중간관리자인 차진혜는 직원들의 식대 인상 요구를 대표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녀는 식대를 인상하되 최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에 대표는 한술 더 떠 직원의 자리를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언젠가는 자신도 껌 종이처럼 가차없이 내던져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진혜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차진혜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선 내가 껌 종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재씨는 알까. 식대 인상을 제안하며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지 알까.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 종이처럼 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_121~122쪽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건축사로 일하며 건물의 설계 도면을 그리는 윤소장은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게 꿈이다. 현장을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는 책상 앞을 떠나 건설회사 현장소장이 되지만, 받아든 건 하자 발생 위험이 큰 설계 도면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그는 결국 도면과 다르게 기초를 세우는 현장의 해법을 따른다. 건설 현장의 관행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과 그 안에서 내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상황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건축주가 좋아해.” “네?” “도면에 직선밖에 없잖아. 그런데 이런 사선 하나 들어가면 아주 좋아해. 건축주 새끼들이 졸라 신경써서 도면 그려준 줄 안다고. 사선 하나 넣어주면. 이 바닥이 그렇다.” 순간 윤소장에게 어떤 감정의 해일이 밀려왔다. 당시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그 물결에 휩싸여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떠들고, 더 취한 척할 수 있었다. 건축사가 탄 택시가 떠나고 미등의 먼빛을 보고 있던 윤소장은 그 감정의 정체가 슬픔임을 깨달았다. _159~160쪽. 장강명 「간장에 독」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를 배경으로 한다. 신입사원 정수지는 2년제 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대기 발령과 희망퇴직 명단에서 제외된다. 그녀도 자신이 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동료 직원은 그녀에게 사적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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