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소네트

William Shakespeare · Play/Novel/Poem
3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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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3권.『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유일한 시집으로, 고도의 언어학적인 기지를 구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시간의 상호 관계를 절묘하게 엮어 내고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작품이다. 시인인 화자, 그의 고귀하고 수려한 젊은 친구, 눈과 머리카락이 검은 여인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에 정형화된 시형으로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그는 “천 개의 마음”으로 상쇄한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지극히 절제된 14행시에 녹여 당대의 정형시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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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세대를 초월한 영원한 존재 소네트 Sonnets 작가 연보 번역에 대하여: 번역은 “사랑의 수고”이다(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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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존슨을 존경하지만, 나는 셰익스피어를 사랑한다." ―존 드라이든 “셰익스피어의 옛스러움이야말로 그를 진정 모던한 작가로 만든다.” ―T. S. 엘리엇 ● 지극히 절제된 14행시에서 우아하고 명쾌하게 뛰노는 언어와 감정의 축제 피천득이 번역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작시집 『셰익스피어 소네트』 개정판이 민음사 세계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유일한 시집으로, 고도의 언어학적인 기지를 구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시간의 상호 관계를 절묘하게 엮어 내고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1세대 대표 영문학자인 피천득은 “셰익스피어를 감상할 때 사람은 신과 짐승의 중간적 존재가 아니요, 신 자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라며 번역의 소회를 밝혔다. 민음사는 이번 개정판에 소네트 원문을 수록해 한국어의 혼과 흐름이 살아 있는 피천득의 번역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인인 셰익스피어의 모습이 낯선 한편으로 궁금한 독자들이 있다면 『셰익스피어 소네트』가 바로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시인인 화자, 그의 고귀하고 수려한 젊은 친구, 눈과 머리카락이 검은 여인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에 정형화된 시형(詩型)으로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그는 “천 개의 마음”으로 상쇄한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지극히 절제된 14행시에 녹여 당대의 정형시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냈다. 그 절묘한 조화는 어느 귀족의 옷깃처럼 우아하다가도 한없이 퇴폐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가 언어와 재치로 차려낸 만찬이자 축제의 자리다. 내게 두 애인 있노라, 하나는 위안이요, 하나는 절망이라, 천사는 수려한 남자요 악마는 살갗이 검은 여자라. 이 마녀는 나를 속히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나의 천사를 유혹하여 내 곁을 떠나게 하고, 내 성자를 악마로 타락시키려 하노라, 내 천사 악마가 되었는지 의심할 뿐 명백히 말할 수는 없어라. 둘이서 정답게 내 곁을 떠났기에 하나가 다른 것의 지옥에 빠졌으리라. 잘은 알지 못하고 의심 속에 살고 있노라, 악마가 천사를 추방할 때까지. ―소네트 144번에서 ● 피천득의 언어로 거듭난 유머와 아이러니의 세계 열다섯 살 무렵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시들을 읽으며 시인의 꿈을 키웠던 피천득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작품 전체를 시극으로 쓴 셰익스피어였다. 그는 “콜리지는 셰익스피어를 가리켜 ‘아마도 인간성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예찬했다. 그 말이 틀렸다면 ‘아마도’라는 말을 붙인 데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셰익스피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보의 번역’이 아닌 ‘정서의 번역’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독자들이 소네트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토착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번역문이 애매할 때 우리는 흔히 원문으로 돌아가 해답을 얻는다. 하지만 피천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창국 전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피천득의 번역문을 원문과 대조해 보면 좀처럼 와닿지 않았던 원문의 뜻이 오히려 자명해지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피천득의 소네트 번역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분명하고 자연스럽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피천득의 언어로 거듭난 셰익스피어의 세계, “때로는 속되고, 조야하고 쌍스럽기까지” 한 그의 세계는 반복되는 일상으로 무던해진 독자의 마음에 한 줌의 생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이다. ● 한국 시문학의 바탕을 마련한 세계시인선 1970-1980년대에는 시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도 모더니즘의 세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경쟁의 대상으로, 때로는 경이에 차서, 우리 독자는 낯선 번역어에도 불구하고 새로움과 언어 실험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러한 시문학 르네상스에 박차를 가한 것이 바로 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 1966년 창립 이후 한국문학의 힘과 세련된 인문학, 그리고 고전 소설의 깊이를 선보이며 종합출판사로 성장했다. 특히 민음사가 한국 문단에 기여하며 문학 출판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바로 ‘세계시인선’과 ‘오늘의시인총서’였다. 1973년 12월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은 『당시선』(고은),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김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김주연),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정현종) 네 권으로 시작한 세계시인선은 박맹호 회장이 고 김현 선생에게 건넨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보는 외국 시인의 시집이라는 게 대부분 일본판을 중역한 것들이라서 제대로 번역이 된 건지 신뢰가 안 가네. 현이(김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 다녀온 이들 아닌가. 원본을 함께 실어 놓고 한글 번역을 옆에 나란히 배치하면 신뢰가 높아지지 않을까. 제대로 번역한 시집을 내 볼 생각이 없는가?” 대부분 번역이 일본어 중역이던 시절, 원문과 함께 제대로 된 원전 번역을 시작함으로써 세계시인선은 우리나라 번역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당시 독자와 언론에서는 이런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요, 또 책임 있는 출판사의 책임 있는 일이라 이제는 안심하고 세계시인선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세계시인선은 출판 역사상 가장 오랜 수명을 이어 온 문학 총서의 하나이자 시문학계와 민음사를 대표하는 시리즈가 되었다. ● 지금의 한국 시인들에게 영혼의 양식을 제공한 세계시인선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세계시인선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웠다.” ―최승호 시인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 ―허연 시인 “나에게 세계시인선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경주 시인 세계시인선은 문청들이 “상상력의 벽에 막힐 때마다 세계적 수준의 현대성”을 맛볼 수 있게 해 준 영혼의 양식이었다. 특히 지금 한국의 중견 시인들에게 세계시인선 탐독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밑바탕이었다. 문화는 외부의 접촉을 독창적으로 수용할 때 더욱 발전한다. 그렇게 우리 독자들은 우리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성들과 조우했고, 그 속에서 건강하고 독창적인 우리 시인들이 자라났다. 하지만 한국 독서 시장이 그렇게 시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시문학 전통이 깊은 한국인의 DNA에 잠재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토대에서 자라난 시문학은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국내 출판 역사에서 시집이 몇 권씩 한꺼번에 종합베스트셀러 랭킹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을 향해 보다 더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져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생략과 압축의 미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하면서도 감동과 깊이까지 숨어 있는 시는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씨앗을 심어 왔던 세계시인선이 지금까지의 독자 호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리뉴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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