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금 여기가 정말 내 자리인 걸까?”
불확실한 내일이 기다리더라도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약 28퍼센트.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취업난은 극심해지는데도 왜 많은 사람이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떠나가는 것일까? 대기업 취업이라는 험난한 관문을 통과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나서기로 한 사람의 기록이 여기 있다. 바로《공채형 인간》(라이스메이커刊)이다.
‘모범생 증후군’, 그야말로 ‘과락 없는’ 인생을 살아온 저자는 수습 기간이 끝나고 제대로 된 ‘첫 월급’을 ATM에서 뽑아내며 비로소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스스로 돈을 벌고 생활을 꾸리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한다. ‘커리어 우먼’이라는 기대도 잠시, 허겁지겁 주워입고 나온 구겨진 블라우스에 온 하루가 주름지고, 출장갔다 돌아온 날 100통 넘게 쌓인 메일을 보며 ‘집에 가고 싶다’고 외치며, 그렇게 ‘나’는 회사원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 ‘나는 여기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만 3년을 꼭 채운 해, 안정적인 삶을 지속할 수 없더라도 매일 나를 성장하게 만들,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회사 밖으로 떠나게 된다.
1장은 처음 회사원이 되고 느낀 단상들, 2장은 공채형 인간이 결국 퇴사하기까지의 기록, 3장은 내 주위를 미묘하게 공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4장은 더 나은 삶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담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 조직에 이질감을 느끼지만 적응해보려 고군분투하는 5년간의 기록은, 지금 이곳이 정말 내가 있어야 할 곳인지 돌아보게 하고, 우리 삶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 말 뒤에 놓인 의미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삶, 존재까지도 모두 요구하는 곳이었다
“적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붙여주는 곳이라면 아무 데나 상관 없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면접 자리에서 되뇌는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는 각오는 입사 후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 급작스러운 회식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무너지고 ‘나’라는 사람보다는 직급, 회사명으로 나를 설명해야 하는 나날들. 생활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게 ‘회사’ 안에 갇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전한 선물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돌아오는 순간, 내 담당 업무가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이 되었을 때, 시간이 흘러도 아무 발전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나날들. 마치 천천히 가열되는 냄비 안에서 자신이 삶아지는 지도 모르고 죽는 개구리처럼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끝날 것만 같은 불안을 안고 있는 것이 바로 회사 안에서의 삶이었다.
20대 직장인의 전형적인 부작용, ‘공채형 인간’
공채 덕에 입사했지만, 공채 때문에 퇴사한다
나는 내가 공채여서 간신히 합격했다는 생각이 든다. 겉보기에 나쁘지 않은 학력과 경력에 근사한 말로 잘 지어낸 자소서를 쓰고, 꾸며낸 사교성으로 어렵지 않게 면접을 통과하지만 실상 제대로 된 전문성은 없는, 여지없이 딱 공채형 인간.
_본문 중에서
또한 책은 ‘공개채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경직된 시스템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들여다본다. 작가 장강명은 그의 책 《당선, 합격, 계급》(2018, 민음사)에서 대규모 공개 시험을 거쳐 엘리트를 채용하는 공채 제도를 조선시대에 과거 제도에 비유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이 언제 붙을지 모르는 시험에 붙기 위해 젊은 시절을 낭비하지만 그렇게 뽑힌 사람이 진짜 조직에 필요한 인재인지 의문인, 사회적 낭비가 큰 과거제도. 그럴듯한 이력서와 적당한 자기 포장으로 얻게 된 안정적 직장과 삶. 하지만 정작 그 통과 기준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 사회가 제시한 틀에 맞는, 과락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바득바득 끼워 맞추고, 그렇게 들어온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떠나가는 이 과정을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한다. 대기업 공채 출신으로 HR 업무를 담당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통계적 사례, 회사를 떠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함께 일한 상사들과 주고받은 메일과 상담을 통해 경직된 기업 시스템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회에 나를 맞춰보려고 애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 그리고 결국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