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일본의 카프카로 불리는 아베 고보의 화제작!
- 고도경제성장 속의 현대사회에서 탈락자가 된 인간의 새로운 존재 형태
아베 고보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초현실주의적인 수법을 통해 문학성과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실존주의적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아베 고보가 살아 있었다면 노벨문학상은 그의 차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세계 10대 문제작가 중 하나로 아베 고보를 꼽히기도 한다.
그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서 극단을 운영하며 자신이 쓴 희곡들을 무대에 올려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아베 고보의 <상자인간>은 1973년에 쓴 작품으로, 예전에 카메라맨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골판지 상자 안에서 거주하며 엮어내는 이야기다.
종래의 소설 형식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화자 시점이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구술이 이어지다가 낙서를 그대로 읽어내려간 듯 쓰여진 이 작품은 형식에서마저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날것처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서로의 자리를 자유롭게 오가기도 하고 가짜와 진짜가 갈등하는 듯 공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가 상자 안에서 내다본 바깥의 광경이 아니라 모두 상자 안쪽에 기록된 낙서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소속도 거부하는 상자인간은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탈락의 위협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어딘가에 소속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을 고도의 문학적 장치로 풀어낸 아베 고보의 실험작이라 할 수 있다.
《상자인간》은 일본의 현대작가 아베 코보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로, 빈 골판지 상자를 거주공간으로 삼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상자를 이동식 간이 주택(?)으로 어떻게 개조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상자남자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은 한때 직업을 가졌으나 스스로 신분증명서와 직업을 버린 채, 상자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세상을 내다보는 삶을 선택했다. 사회적인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에도 등록하거나 소속되지 않는다. 머리부터 허리 부근까지 자신의 모습을 가린 채 도시를 표류하며 음식물을 비롯한 생활물품들을 거리에서 조달한다. 공중변소와 가드레일 사이 같은 곳에 끼어 있으면 마치 쓰레기처럼 보이는 바람에 그들은 ‘등록된 번지에 살며 제대로 현금을 지불하는’ 사람들로부터는 대부분 묵살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낙오자 의식을 가지지는 않는다.
상자인간은 전직 카메라맨이었다. 상자에 뚫어놓은 엿보기용 창문의 사각 프레임에 잡힌 세상은 그에게 매번 새로운 피사체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소변을 보던 상자인간은 어깨에 공기총을 맞는 사고를 당하고, 통증을 견디다 못해 찾아간 병원의 간호사로부터 상자를 팔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고 실은 그 상자를 탐낸 사람이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였음이 밝혀진다. 가짜 상자인간은 간호사 하코(葉子)를 조건으로 진짜 상자인간에게 새로운 거래를 제안하는데…….
이후, 소설은 진짜 상자인간과 가짜 상자인간, 간호사를 둘러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며 과연 진짜 상자인간은 누구였는지, 혹은 누가 끝내 상자인간이 될 수 없었는지 하는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