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책을 붙들고, 사유를 담금질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최전선의 책 읽기 재난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바야흐로 ‘재난의 시대’이다. 기후위기, 팬데믹, 지정학적 충돌,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불안 등 위기와 위협의 목록을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위기의식은 날로 선명해지고 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환경 전 분야에 걸쳐 재난이 일상화되고, 해결은 난망하다. 우리는 이 재난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해답을 책에서 찾기 위해 치열하게 읽고 써왔다. 브뤼노 라투르의 『녹색 계급의 출현』을 통해 생태적 전환의 가능성을,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인류세의 감각을, 『클라라와 태양』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를 고민해왔다. ‘읽기의 최전선’에서 재난의 시대를 헤쳐나갈 최량의 지혜를 모색하기 위해 책을 붙들고, 사유를 담금질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지난 3년의 결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서울리뷰오브북스》창간 3주년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 77인의 필자, 198권의 리뷰 도서, 156편의 서평.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는 바람을 담아 창간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지난 3년간 더 나은 지식 공론장을 위해 뿌린 씨앗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3주년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은 그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혹은 오늘날 더욱더 긴박한 사유와 성찰을 요하는 이슈들인 ‘인류세’, ‘과학기술’, ‘위험’, ‘자본주의’, ‘전쟁’, ‘차별과 연대’를 주제로 한 열다섯 명의 필자들의 서평 스물한 편을 한 권으로 다시 엮어냈다. 1부 ‘인류세를 읽다’는 홍성욱·조문영·김홍중 편집위원과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가 기후위기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현실로 닥친 생태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2부 ‘과학기술을 읽다’에서는 권보드래·송지우·박진호·심채경·정우현 편집위원이 인공지능과 우주 탐사, 유전학 분야의 현주소를 고찰한다. 3부 ‘위험을 읽다’는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호의 특집 ‘안전의 역습’을 재구성한 것으로, 김홍중·권보드래·조문영 편집위원이 우리 시대 위험과 안전의 지형을 살핀다. 4부 ‘21세기 자본주의를 읽다’에서는 칼럼니스트 박상현과 김두얼·강예린 편집위원의 리뷰를 통해 21세기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자본, 도시, 감시 체계를 들여다본다. 5부 ‘전쟁을 읽다’는 ‘전쟁의 해’를 지나오며 구한말과 한국 전쟁이라는 과거와 인도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전쟁을 송지우·권보드래·박훈 편집위원이 톺아본다. 마지막 6부에서는 ‘차별과 연대를 읽다’라는 제목 아래 조문영·홍성욱 편집위원과 과학기술학 연구자 장하원, 편집자 서경이 빈자, 자폐인, 성소수자의 삶과 연대를 읽는다. 오늘의 이슈를 책으로 읽고, 서평으로 사유한다! “이 시점에서 『읽기의 최전선』을 기획한 것은 가히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앞만 보고 뛰어왔는데, 이제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실린 좋은 서평을 주제별로 묶어서 세상에 한번 내놓을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뒤도 잠깐 돌아보면서 숨을 한번 가다듬고,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 보겠다는 약속이다. 여기 실린 서평들은 ‘인류세’, ‘과학기술’, ‘위험’, ‘21세기 자본주의’, ‘전쟁’, ‘차별과 연대’라는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해 주고 싶은 글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으며, 서평의 묘미와 깊이를 감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첫 편집장 홍성욱, 「책을 펴내며」 서평 전문지로 알려진 《뉴욕리뷰오브북스》와 《런던리뷰오브북스》가 창간된 지 각각 61년, 45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세계를 보는 창(窓)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는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던 서평은 지성사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평 덕분에 생명력을 얻은 책들은 때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며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는 바람을 담아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0호)를 거쳐 2021년 3월 창간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어느덧 창간 3주년을 맞았다. 창간 3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3년간 책을 붙들고 치열하게 담금질한 사유와 성찰을 한 권으로 엮었다. 우리 시대의 숱한 위기들을 헤쳐 나가는 데 작은 밀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읽기의 최전선’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부터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인류세를 읽다 첫 번째 최전선은 ‘인류세’다. 기후위기의 현실 속에 ‘녹색 계급’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에 주목하는 홍성욱, 자본주의에 의한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을 직시하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조문영,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참사 속에서 인류세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김홍중의 리뷰를 한데 모았다. “지금 당장 녹색 계급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리뷰오브북스》 첫 편집장인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녹색 계급」에서 브뤼노 라투르와 니콜라이 슐츠의 『녹색 계급의 출현』을 들여다본다. 라투르가 평생 치열하게 연구・고민하며 형성해 간 그의 사상을 책 속 ‘녹색 계급’을 통해 살펴보고, 더 이상 “지구공동체가 직면한” 큰 위기를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되기 전에 막아보자고 책의 목소리를 빌려 외친다.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채취와 오염 생산에 동원되는 빈자들을 위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것인가?”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에서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와 롭 닉슨의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를 리뷰한다. “기후 위기의 구조적 배경과 재난의 일상성”의 극복을 아프리카의 빈자와 작가-활동가들의 실천적·대안적 활동에서 찾는다. “새로운 위기는 새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인류학자 조문영은 「다른 세계를 디자인하고 선언하는 인류학자」에서 『플루리버스』의 서평을 실었다. 조문영은 콜롬비아 출신의 인류학자 아르투로 에스코바르가 책에서 주장한 “자본주의・제국주의”를 넘어선 “다중의 우주와 세계인” 플루리버스가 가리키는 방향성에 십분 동의함을 피력한다. 또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존재론-디자인-정치의 관계를 둘러싸고 더 풍성한 질문, 비판, 논쟁, 제안을 촉구한다. “인류세의 참된 의미는 바로 이 은신처의 불가능, 피난의 불가능성이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인류에게 닥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환기하며 다층적 질문을 길어 올린다. “방사능에 오염된 산천초목에도 불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사유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쳐 인류세에 이른다. 인공지능, 우주 탐사, 유전학까지, 과학기술을 읽다 두 번째 최전선은 ‘과학기술’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질문하는 권보드래와 송지우,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와 현주소를 톺아보는 박진호,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심채경, 유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정우현의 리뷰를 모았다. “인간이 이렇듯 여러 의미로 대체 가능한데도 불가침성을 지니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학연구자 권보드래와 정치철학 연구자 송지우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대담 형식의 서평을 시도했다. 권보드래와 송지우는 각각의 자리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따로 또 같이 리뷰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미래 시대의 면면을 ‘클라라’라는 AF(Artificial Friend)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클라라와 태양』은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이다. ‘클라라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 인간다움의 조건은 어떻게 설명되는지, 인공지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