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기부 천사’의 상징이 된 빌 게이츠의 실체를 밝힌다
관용의 탈을 쓴 ‘자선 자본주의’와 위협받는 우리의 미래
세계 최고의 부자에서 세계 최대의 기부 천사로 관용의 아이콘이 된 빌 게이츠, 이 똑똑한 거대 부호의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 뒤에 감춰진 진실이 이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자선 자본주의’의 대표 주자인 게이츠 재단의 자금 흐름을 그 근원에서부터 추적한다. 환경과 농업, 보건위생, 사회정의에 지극히 해로운 다국적기업들을 물심양면 돌봐주는 게이츠 재단의 행보에서 우리는 조세 회피 정황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불법 관행, 주요 사안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교묘하면서도 위선적인 수법을 또렷이 목격할 수 있다.
게이츠 재단의 통 큰 기부, 그 이면에 감춰진 것들
독점 자본과 기술만능주의로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선사업가의 민낯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을 둘러싼 온갖 억측과 음모가 난무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상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천재’, ‘갑부’, ‘자선’ 등에 관련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빌 게이츠’다. 이 책은 경외에 가까운 존경을 받고 성공 스토리의 전형으로 기업 경영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빌 게이츠와, 그가 설립한 빌&멀린다 재단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빌 게이츠를 옹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불편하게 내비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단순히 그를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리오넬 아스트뤽은 이 책에서 빌 게이츠를 통해 독특한 형태의 자선사업 유형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게이츠 재단 ‘자선’ 활동의 밑천이 되는 자금 흐름을 근원에서부터 파헤치고 그 흐름을 추적한다. 결국 자선과 기부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미소 짓는 얼굴 뒤에 감춰진 빌 게이츠의 꼼수 속에는 조세 회피 정황을 비롯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불법 관행, 비합법적인 협의 내용, 불투명한 자금 구조, 과도한 영향력 행사, 주먹구구식 의사 결정 등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독단적인 위력이 발휘되고 있음을 명백히 밝혀낸다. ‘빌 게이츠 제국’은 경쟁보다는 독점을, 전통과 자연 친화적인 해법보다는 최첨단 기술을, 소규모의 맞춤식보다는 대기업식 방식을 선호하고 그와 관련된 조직과 단체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는 그동안 게이츠 재단이 지원한 다양한 사업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로, 여전히 재단 활동에 관련된 기본 원칙과 의사 결정 과정 등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독립적인 혹은 공식적인 조사나 평가조차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전 세계에 포진한 자회사 점조직을 통해 교육, 농업, 보건, 생태 등 재단 활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지만 재단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결코 밝히지 않는다. 재단의 공식적인 지원 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한 명확한 분석 자료조차 없다.
이 책은 게이츠 재단의 구조를 면밀히 파헤침으로써 거물급 자산가들의 자선사업이 어떻게 자선이라는 순수한 취지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그들의 손에 우리의 미래가 농락당하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게이츠 재단으로 대표되는 초특급 부호들의 자선사업은 보건, 환경 등의 분야를 장악하고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 수완을 기부 활동에 접목시키려 하며, 아울러 수익 활동과 빈곤 구제를 연계시키고 사업과 선행을 결부시키며 기업의 배당금과 신기술의 ‘대중화’를 하나로 뭉뚱그린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질서마저 망가뜨리는 이들의 자선 활동은 각국 정부와 시민들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선 자본주의’의 정체다.
자선 자본주의는 언뜻 너그러운 독지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세금 탈루를 통해 공공 재정을 빈약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따라서 자선 자본주의는 조세 천국을 없애야 하는 이유도, 다국적기업의 권력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도 납득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경제구조를 재편할 생각은 물론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에 대한 믿음도 없다. 아울러 이 ‘자선 비즈니스’는 지나치게 사회정의에만 치중하며 비효율적이라는 평을 듣던 기존 자선사업의 단점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그 선봉에 있는 게이츠 재단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문제나 불평등 문제를 덮는 데 일조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빈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다수의 다국적기업과 긴밀히 결탁한 이 막강한 재단은 진보주의 운동가들이 세계시장에서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을 축소 혹은 제거하려는 노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선 자본주의’는 호화로운 빌라나 전용기처럼 ‘슈퍼리치 클럽’에 들어가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사회학자 린제이 맥고이(Linsey McGoey)에 따르면 오늘날 ‘기부 사업은 세계화된 경제계에서 가장 번창하는 산업 분야다’. 덕분에 전 세계 부의 약 48퍼센트를 소유한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은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구조를 더욱 고착시킬 수 있게 되었다.
투자에 기부의 옷을 입히는 거짓 관용의 기술
이타주의와는 거리가 먼, 가장 번창하는 산업
이 책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는 곧 이전까지 빌 게이츠의 활동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조명한 글이나 책이 많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 책 또한 어느 정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집필 작업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외부에 드러나 있는 게이츠 재단 관련 정보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유용한 참고 자료를 찾고 저널리스트, 시민운동가, 연구자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핵심적인 문제들에 접근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게이츠 재단을 조사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세계적인 생태운동가인 반다나 시바의 아이디어와, 여전히 빌 게이츠를 ‘당대 최고의 기부 천사’, ‘선한 사람의 대명사’로 언급하는 언론매체의 습관적 인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빌 게이츠가 대학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 수십 년간 이어지는 독점체제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1996년 세계 최대 부호로 이름을 알리기까지의 과정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2000년대 초에 빌&멀린다 재단의 설립 과정과 주요 사업 및 활동, 지향하는 목표, 그리고 대부호의 기부 역사를 짧게나마 살핀다. 그러고는 게이츠표 자선 활동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아전인수 수법을 낱낱이 밝힌다. 공공재의 사유화를 통한 독점체제 구축, 경제적 사익을 위한 특허제도 옹호, 그리고 각국 정부의 세수를 줄이는 조세 회피 등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나간다. 재단 트러스트를 통한 선투자 구조와 영리성 자선사업의 사례, MS의 아프리카 사업 확대에 따른 게이츠 재단의 역할 등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부분은 세계 보건과 농업 문제이다. 현재 게이츠 재단은 세계 보건 분야의 핵심 주체로서 어떤 정부보다도 지원 규모가 높은 수준이며, 재단 활동을 매개로 빌 게이츠는 100여 개의 대학과 국제조직은 물론 NGO(비정부기구) 및 언론기관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농업 부문에 대한 재단의 지출액은 20억 달러로, 자금 지원을 받는 곳은 주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부 지역이다. 2013년에는 3억 8,900만 달러로 빌 게이츠 재단이 농업 분야 출자자 중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 게이츠 재단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양자 지원을 체결한 곳은 독일과 일본, 노르웨이, 미국밖에 없었다.
이 책의 ‘후기’를 쓴, 인도에서 ‘나브다냐 운동’을 이끌고 있는 반다나 시바는 빌 게이츠 방식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경고한다. 다양한 기후와 재배 작물, 전통적인 재배 방식 등에 적합한 다양한 농업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