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혼란스런 근대사회, 31세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 가지이 모토지로가 구축한 독특한 ‘미(美)’의 세계. 가지이 모토지로는 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각각의 사물에 대해, 다른 사물과 비교하여 우열이나 양부의 판단이 무의미한 사물 고유의 ‘미’를 발견하고, 다양한 위상으로 존재하는 대립물이나 혼합물, 불순물과 공존.융합.병치시킴으로써, ‘미’에 새로운 가치와 해석을 만들어냈다. 각각의 사물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적확하게 찾아내 작품화하기 위해 가지이가 취한 자세는 작품화의 대상이 되는 사물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이었다. 단지 그 자체만으로는 단순한 사실주의 작품으로 끝나 버릴 위험성이 있지만, 가지이 모토지로의 경우에는 본다는 행위를 철저하게 추구한다. ‘본다는 것, 그것은 이미 그 무언가인 것이다. 내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에 옮겨가는 것이다’(「어떤 마음의 풍경」)라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나타내며, 압도적인 감각을 실마리로 전력을 다해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대해 상상력을 토대로 다양한 조작을 가하여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품 세계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고스게 겐이치 < ‘가지이 모토지로’의 방식 ― ‘미(美)’를 둘러싼 의식과 표현> 중에서 가지이 모토지로의 소설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많은 문학계 인사들이 그의 작품에서 일본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이노우에 요시오는 ‘자아와 세계의 분리라는 근대의 불행을 뛰어넘는 지평’을 발견했으며, 요코미쓰 리이치는 세계문학에 걸쳐진 몇 안 되는 일본문학의 다리 중 ‘썩어 무너질 염려가 없는 강력한’ 다리라고 평했다. 그 근거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가지이 특유의 시각이 있었다. ‘본다는 것, 그것은 이미 그 무언가인 것이다. 내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에 옮겨가는 것이다’(「어떤 마음의 풍경」) 이런 시각은 이노우에 요시오 식으로 말하면 ‘대상 속에 자기를 재생’시키는 방법이며, 고바야시 히데오 식으로 말하면 ‘감각상의 순수체험’이 ‘시적 결정’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파리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 돌멩이 하나, 어두운 산길 같은 작중 인물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대상이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적은 분량, 묘사 위주의 내용을 단순한 사소설이나 수필에 머물게 하지 않았고, 나아가서는 당시 일본문학의 활로라고 평가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