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도시는 어디에 세워졌을까?
▶ 대지진과 화재, 흑사병은 도시인의 삶에 어떤 상처를 남겼을까?
▶ 알렉산드리아, 런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워싱턴을 구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 최초의 고층주택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 사라진 도시 테오티우아칸과 구현되지 못한 이상적 도시 아질리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거 업적의 강렬함과 영향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는 면에서 도시는 거대한 극장과도 같다. 옥스퍼드와 리우데자네이루가 다르고, 보스턴과 라사가 다르다. 그래서 다른 도시를 찾아갈 때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도시마다 다른 정서를 경험하면서 그 안에 들어선 우리의 사유도 달라진다. 우리는 도시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세계의 대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 머리말 중에서 |
사라진 도시에서 세워지지 못한 이상 도시까지, 수천 년 역사를 아우르는 인류와 도시의 대서사시!
약 60여 개 도시의 역사적 지도를 담아낸 이 컬렉션에서 걸출한 역사가이자 지도학자인 윗필드는 도시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 길버트 테일러Gilbert Taylor, <북리스트Booklist>
도시 역사는 모순투성이 인간의 역사 그 자체다. 한편으론 문명의 중심이자 사상과 예술의 본원이요 인류 역사의 동력원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무차별적인 살상이 일어나고 전염병이 들끓고 인간의 순수한 이상을 좌절시키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부와 권력을 좇는 사람들, 새로운 정체성과 탁월한 업적에 욕심내는 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현재. 로마에 대해 “이곳 거리에 굴러다니는 돌과 태양의 파편에 역사가 어려 있다.”고 썼던 헨리 제임스처럼, 도시를 채우고 있는 역사의 숨결과 마법 같은 이야기를 찾아 전세계 관광객들은 파리와 피렌체, 예루살렘, 상트페테르부르크, 런던으로 몰려간다.
아름다운 지도로 담아낸 위대한 도시들의 정수
이 책 《세상의 도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인류 역사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오래 전 사라지고 전설로만 남은 도시 테오티우아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고대의 숨결을 간직한 알렉산드리아, 아테네, 콘스탄티노플과 수백 년 넘게 화려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로마, 파리, 런던, 델리 등을 거쳐 근대에 건설된 신대륙 도시들까지……. 저자인 피터 윗필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64개 도시를 무대로 펼쳐진 수천 년 인류 역사를 아름다운 옛 지도와 파노라마 그림들을 곁들이며 유장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해낸다.
“지도에는 도시의 역사와 혼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지도 전문가로 활동하며 역사학 계통에서 독특한 입지를 다졌다. 그가 골라 실은 150여 장의 그림과 지도는 전통적인 도시 국가, 중세의 요새 도시, 바로크 양식의 수도, 산업화된 메트로폴리스들이 어떻게 구획되었는지 그리고 건축 형태와 사회 양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때로는 낭만적으로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 것은 이 도시들의 형태를 결정짓는 건축물이나 지리적 환경만이 아니었다. 피터 윗필드는 도시의 정신 즉 내면적 개성과 특질을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책 속에 각 도시의 종교·정치·상업·사회 목표 그리고 예술적 이상과 좌절 등을 다양한 색채와 이야기로 응축해냈다.
도시의 태동
위대한 도시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기원은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동지방에서 농경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인간은 정착해 지내며 잉여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류에게 단순한 생존 이상의 가능성을 선사했다. 점점 팽창한 촌락은 정치권력이 작용해 도시가 되었다. 정치력과 기술력이 하나로 응축된 도시는 마치 자석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부와 지위, 학문과 예술을 찾아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도시 구조는 점점 복잡해졌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발달했고, 도시국가 폴리스(polis)의 전형을 이룬 아테네 역시 그랬다.
특히 아테네는 그 이전까지의 도시들보다 훨씬 급진적인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수많은 철학자들이 배출되고 시민들은 고결한 이상향을 추구했던 고대 아테네를 황금시대를 일궈낸 도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성장해나갔던 아테네는 그다지 멋진 외관을 갖춘 도시는 아니었다. 혼잡하고 불결해, 기원전 300년 전 한 작가가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그토록 명성이 자자한 아테네가 바로 그곳이란 사실을 좀처럼 믿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군주, 도시를 디자인하다
반면 활발한 정복전쟁으로 새롭게 세워진 도시들에는 뚜렷한 계획과 일정한 건설 패턴이 존재했다. 도시는 통치 왕조의 권력 전시장으로 변모해 온갖 기념비적 건물들로 장식됐다. 가장 대표적인 도시는 알렉산드리아였다. 건축가 디노크라테스는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직접 세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도시를 건설하라는 명을 받고 파로스 반도를 찾았다. 도시의 동서를 잇는 대로가 닦이고, 바다쪽 길에는 이집트 풍 오벨리스크가 두 개나 세워졌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거대한 등대와 온갖 사상과 학문의 산실이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들어섰다. 정작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수도를 살아생전 보지 못했지만.
중세 내내 이어진 종교전쟁으로 피폐해졌던 유럽 도시들은 17세기 무렵 도시 주변에 요새를 세우고 대대적인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다. 이 시기 도시를 수놓은 바로크 양식은 정치적 전제주의를 표현하는 도구나 다름없었다. 파리 빈 베를린 포츠담 마드리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도시들은 왕족의 명성을 상징하는 화려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시 전체가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팔마노바와 독일 로코코 스타일 건축의 최고 권위자인 발타자르 노이만이 수십 년에 걸쳐 디자인한 카를스루에는 계획도시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경제와 종교, 도시를 바꾸다
도시는 전제군주의 의지에 따라 형태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업적 동인이나 계획적 이주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되기도 했다. 유럽 열강들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던 시절, 브리스틀 리스본 리버풀 암스테르담 등 항구도시들은 해상무역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도시의 흥망성쇠를 달리했다. 삼각무역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보던 브리스틀은 무역 중심지가 리버풀로 옮겨가자 새로운 부두를 건설하고, 강줄기의 방향까지 바꾸어가며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는 항구를 마련할 정도였다. 부동산 붐을 타고 정신없는 속도로 발전한 시카고는 1893년 세계 콜럼버스 박람회를 계기로 미국 경제에서 무시 못할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신대륙 도시들은 주로 유럽 이주민들에 의해 건설됐다. 시드니가 개척된 건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영국의 태평양 거점을 설립해보자던 박물학자 조지프 뱅크스의 제안 때문이었다. 1788년 1월, 11대의 영국 선박이 실어온 700명의 죄수들은 질병과 식량 부족, 호전적인 원주민 등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도시의 토대를 닦았다. 비글호를 타고 여행하던 찰스 다윈은 시드니를 보고 “지구 한쪽 반구에서 가장 쓸모없던 부랑자들을 다른 반구에 사는 능동적인 시민으로 변화시켜 훌륭한 신생국가를 탄생시키고 문명의 중심지가 되도록 했다.”며 감탄했다. 한편 미국의 필라델피아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퀘이커교도들이, 솔트레이크시티는 모르몬교도들이 뿌리를 내리고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싹틔워나갔다. 그들의 종교적 이상은 물리적 형태로도 드러났는데, 엄격하리만치 일정하고 규칙적인 도시 구획은 신의 질서를 지상에 구현하려는 의지에 다름아니었다.
무너진 도시들
도시의 운명은 그곳을 다스린 왕조, 당시의 정세나 전쟁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대지진·흑사병·화재 등의 재해는 도시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