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당의 문양에는 그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꿈과 현실이 담겨 있다.
그들이 꿈꾸었던 삶,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약호들이 그 속에 살아 숨쉰다.
집은 허물어져 자취 없이 되었어도, 와당은 흙 속에 묻혀 두 번의 천 년을 넘겼다.
그 긴 세월을 잠만 자다 다시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 그 시대를 증언하고,
빛바랜 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와당瓦當은 수키와의 끝을 마감하는 장식을 이른다. 그저 기능적인 막음새에 불과하던 와당은 중국의 전국시대에 이르러 문양과 글자를 새겨넣은 예술작품으로 본격화되었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와당 역시 한 시대의 시대정신이나 미의식에 따라 그 주류가 변화해, 전국시대 진나라에서는 사슴, 범, 개 등의 동물과 구름 문양을, 한나라에서는 청룡, 백호, 현무, 주작 같은 상상의 동물과 축원의 글이 선호되었다 한다.
이 책은 중국 고대 전국시대가 열리는 기원전 400년경부터 당나라시대까지, 일천 년 중국 와당들 가운데 특별히 아름다운 것만을 추려 엮은 것이다. 달리 접할 기회가 없던 와당 문양들이 신비롭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각 문양마다 풀어놓은 저자 정민 교수의 단상은 와당의 숨은 의미를 돋워준다.
이 책은, 와당의 문양에 따라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전국시대 초기의 반원형 와당으로, 간결한 선과 단순미가 특징이다. 제2부는 두꺼비와 사슴과 표범과 학 같은 평범한 동물들부터, 주작과 백호와 청룡과 현무 등 상상 속의 동물들, 그리고 여러 표정의 얼굴을 한 와당들을 다루었다. 제3부에서는 다양한 구름의 모양과 꽃문양을 선보이며, 제4부에서는 교훈과 축원의 의미 등을 담은 글자들을 표현한 길상문을 다루고 있다.
작게는 십오 센티미터부터 크다 해도 이십 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와당에 새겨진 갖가지 문양들, 그 의미들이 들여다볼수록 재미있고 신기하다. 짧게 달아놓은 저자의 단상 역시 단정하고 편안하며, 때때로 고요하고 단단해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빈자리를 읽어내고 그 여백을 채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고 했던가. 와당 문양을 처음 마주한 독자의 눈과 마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둥글고 휘어진 곡선들과 쭉 내지른 직선들.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도깨비인지 모를 얼굴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눈코입들.
그 다양한 무늬와 문양과 표정들을, 저자 정민은 간결하게 읽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둥근 곡선 기다란 직선이기만 하던 것이, 해바라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꽃이 된다. 사람인지 도깨비인지 알 수 없던 것이, 원숭이와 해태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렇게 읽어낸 와당의 표정은,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