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비트겐슈타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 <논리철학논고> 최초의 해제!
현대 철학의 거장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철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사람. 그리고 철학을 전공했거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거론되는, 철학을 몰라도 어디서든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비트겐슈타인.’
그는 어떻게 그러한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학자는 오직 저술로써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비트겐슈타인 또한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책인 <논리철학논고>를 통해 현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동안 많은 주석가들이 논고에 대한 해석과 주해에 몰두했으며, 마치 암호 같이 느껴지는 비트겐슈타인의 문장들을 분석하며 그가 말한 그림 이론, 진리함수이론, 말해질 수 없는 것과 보여져야 하는 것 등에 대한 설명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현학적이고 오도된 소개로 논고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들어온 사람들 또한, 소위 비트겐슈타인 전문가들이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의 탐구에 있어서 여러 번 벽에 부딪힌 모든 이를 위한 책이다. 결코 비트겐슈타인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이해하기 어렵게 쓰지 않았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듯이 논고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보였을 뿐이다. 작품의 이해가 감상자의 몫이듯, 논고의 이해는 학습자의 몫으로 남는다.
“《논고》는 난해하다. 그러나 난해함은 금고와 같다. 세 번의 딸깍거림이면 연약한 손에 의해서도 열린다. 소리를 내는 번호만 찾으면 된다. 이 ‘해제’는 그 번호를 찾는 것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도움일 뿐이다. 찾아내는 장본인은 독자 자신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해제집의 이해를 위해서도 독자의 예비학습은 필요하다. 철학의 개요와 더불어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명제와 연산, 경우의 수, 확률 등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만 있으면 충분하다.
조중걸 교수는 매번 그의 주제에 대해서 명석하게 대응했듯이 <논리철학논고>의 해제라는 누구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큰 과제에 있어서도 날카롭고 명석하게 대응하고 있다. 저자는 논고를 철학이라는 학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해온 주제들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기호언어학적 대응으로 보고 총 14개의 주제로 구분하여 설명해나간다. 그 방식 또한 논고의 주제를 뭉뚱그려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논고의 명제 원문을 해석하고 해제하는 일대일 방식으로 선명하고 명쾌하게 펼쳐낸다.
끝으로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로서 담당 편집자의 간단한 소회를 싣는다.
나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이해에 대한 오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열망이었을 뿐, 내게는 홀로 그것을 해 나갈 역량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배울 곳도, 또한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한 철학뿐만 아니라 삶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친다고 생각했다.
구글에서 비트겐슈타인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검색했다. 거기에는 물론 비트겐슈타인과 관련한 수많은 항목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원한 것은 없었다. 나는 논고에 직접 닿고 싶었다. 그의 명제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많은 비트겐슈타인 전문가들(그것으로 학위를 따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이 ‘논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가 알고 싶은 명제들을 건너뛰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과 관련한 국내의 저작들 역시도 정작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해석하지 못한 채 구색만 겨우 갖추고 있는 것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제일 끔찍했던 것은 인간의 허영과 가식, 자기도취 등을 제일 혐오했던 비트겐슈타인인데, 오히려 지금은 그 이름과 저술이 그러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조중걸 교수의 이 해제집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 관련한 하나의 금자탑이다. 여기에서는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던 많은 명제들이 날카롭고 명료하게 다뤄지고 있다. 현학도 허영도 없다. 모든 내용이 충실하고 솔직하다.
조중걸 교수는 항상 말해왔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왜 있어야 하는가이다.”라고.
이 해제집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모든 명제들의 존재의의가 명제 자체의 의미와 더불어 설명되고 있다. 이것이 이 해제집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조중걸 교수는 철학적 전통하에서 이것을 해낸다. 누구에게도 불가능했던 것을.
이 책의 편집과 출판에 애썼던 시간은 영광스러운 순간들로 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젊은 시절 내내 원해왔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얻었다. 아마도 이것이 조중걸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얻었으면 하는 것일 거다. 두근거리는 영혼과 반짝이는 통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