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사건사고. 그 현장에서 법의학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일본의 저명한 법의학자 오시다 시게미는 그 현장 속에서 ‘법의학자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을 계속해왔다. 이 책에서 그는 40여 년 동안 법의학자로서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 중 유의미한 것들을 골라 풀어내며 그 질문에 답한다. 과학적 분석과 감정(鑑定)을 통해 사고의 이면에서 죽음을 확인하고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며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 등 사건뿐 아니라 재난과 의료사고 현장에서의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가감없이 설명한 책이다. 법의학 원로가 말하는 법의학 현장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의사는 산 자를 구하고, 법의학자는 죽은 자를 구한다! - 법의학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사고인가, 사건인가? 부검으로 사인을 밝히다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다 쓰러진 여자. 육안으로는 별 다른 사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탐문수사 결과 남편을 수령인으로 한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된 사실이 드러난다. 과연 여자는 단순한 병사인가? 재부검 결과, 투구꽃 중독이 사인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15쪽) · 정자 실험으로 진실을 파헤치다 죽은 지 열흘이 지난 시신이 발견되었다. 범인을 찾을 단서는 현장의 콘돔에 남아 있던 정자. DNA형 검사 결과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와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그것은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의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사실일까? (47쪽) · DNA형 검사로 장기의 주인을 찾다 장례를 치르는 중 유족도 모르는 새 시신이 부검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심지어 시신의 심장이 적출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유족들이 확인했을 때 시신의 가슴에 메스자국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심장은 누구의 것인가? (101쪽) · 손상을 검안하여 흉기를 특정하다 수십 개의 손상(상처)을 입고 사망한 피해자.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는 저자에게 재감정을 의뢰한다. 판결의 증거가 된 부검감정서는 사진이 한 장도 없는 날림 감정서였다. 시신도 제대로 된 사진도 없는 상황에서 손상과 흉기를 다시 감정해 나가는 와중에, 없다던 부검 사진이 나타나면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8쪽) · 사고 현장에서 시신의 가족을 찾아주다 타이완인과 일본인의 시신이 뒤섞인 비행기 사고 현장. 시신 검안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타이완인 남자와 일본인 남자가 한 구의 시신을 두고 서로 자신의 어머니라고 주장한다. 시신은 무사히 자신의 가족에게 인도될 수 있을까? (158쪽)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확률은 낮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법정은 제시된 증거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릴 뿐,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다. 냉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바로 법의학이다. DNA형 검사를 하거나 시신에 남아 있는 손상을 검안하고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를 분석하는 등 과학의 발전은 사건사고의 해결과 처리 방법을 크게 변화시켰다. 법의학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사인을 밝히고 신원을 명확히 하며 현장의 증거를 분석한다.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나 불의의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한 우리 삶은 법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법의학자의 감정서는 진실보다 무겁다 - 40년 관록의 법의학자가 말하는 법의학의 현장 이 책은 반평생 법의학 현장을 뛰어다니며 다양한 사건사고를 접한 일본의 법의학자 오시다 시게미의 기록이다. 그는 원래 문과 과목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이과인 의대에 들어갔고, 대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법의학에 관련된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문과인 법대와 이과인 의대가 합쳐진 학문이 있다는 점과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를 구하는 의사도 있다는 점에 끌려 법의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오시다 시게미는 자신의 능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반평생 동안 법의학자가 활약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겪은 사건을 크게 ‘살인사건 현장의 법의학, DNA 검사와 법의학, 사고나 재난 현장의 법의학, 의료사고 현장의 법의학’ 등 네 가지로 나누어 이 책에 담았다. 각 주제에 관련된 저자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법의학자가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저자는 법의학자가 해야 할 일과 자세에 대해 고민해왔다. DNA형 검사는 항상 옳은가, 사고 현장에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법의학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이 책은 선배들에게 배운 지식과 현장의 기록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40여 년간 경험한 수많은 현장 중 법의학자로서 유의미한 사건사고들을 들려주며 다음과 같이 그 질문에 답한다. “죽은 자에게도 입은 있지만 말을 할 수 없다. 그들이 세상에 남겨놓고 싶었던 말을 법의학자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헤아려줄 수 있어야 한다. 법의학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학자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검안하기 위해 애써야 하며 객관성과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법의학 현장을 생각하다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 수는 1년에 약 25만 명이며 부검 건수는 5,000~6,000건 정도다. 사망 원인을 운수나 추락 사고, 타살 등의 외인(外因)에 한정한다면 사망자 수는 약 3만 2,000명으로 우리나라의 변사체 부검율은 약 15퍼센트 정도다. 노쇠를 제외한 사망자로 따진다면 부검율은 약 2퍼센트로 떨어진다. 30~40퍼센트의 변사체를 부검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누구도 사건사고를 피해갈 수 없는 불안한 시대인 만큼, 부검과 DNA 검사 등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고 사망자가 몇 명이 발생하든 그들 모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마지막을 거짓 없이 밝혀내는 것,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사람을 구제하는 것. 이러한 일들은 사회의 공평성과 깨끗함을 말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법의학이라고 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자극적인 사건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이제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풀어내는 사건사고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법의학자의 역할은 물론 법의학이 우리 생활에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법의학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