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동양고전의 낭송을 통해 양생과 수행을 함께 이루는, ‘몸과 고전의 만남’ “낭송Q시리즈” 동청룡(봄의 기운)편의 여섯 번째 책. 동아시아 유학사에서 주자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명학의 고전 「전습록」은 명나라의 유학자 왕양명이 제자들을 비롯해 동시대 주자학자들과 나눈 강학의 기록이다. 「전습록」은 대화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대화 형식 자체가 특별히 양명 문도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스승과 제자가 서로 ‘전’(傳)하고 ‘습’(習)하며, ‘앎=삶’이라는 집단적 신체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철학서들과 궤를 달리한다. 『낭송 전습록』은 ‘누구나 쉽게 읽어 볼 수 있게 함’이라는 원칙하에 「전습록」을 편집·번역·윤문한 책이다. 여기서 ‘읽는다’는 것은 묵독이 아닌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며 나아가 암송을 포함한 낭송을 말한다. 입시나 취업 등에 내몰리고 성적과 평가에 목을 매는 현대인들에게 양명이 말하는 공부의 원칙과 마음가짐은 각자의 현장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수행지침이 될 수 있다. 하여 『낭송 전습록』의 문장들 역시 그런 점에 마음을 담아 선별했다. 한 구절, 한 구절씩 큰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만으로 이미 다른 공부가 시작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낭송 전습록」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낭송Q시리즈의 기획자이신 고미숙 선생님은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낭송이 되기를 염원하는 여러 고전 중 특별히 「전습록」을 고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습록」은 명나라의 유학자 왕양명이 제자들 및 동시대 주자학자들과 나눈 강학(講學)의 기록들입니다. 동아시아 유학사에서 주자학과 나란히 언급되는 양명학의 교과서인 셈입니다. 「전습록」이란 제목에서 전(傳)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습(習)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부단히 학습하는 것을 말합니다. 「논어」 「학이」편에서 따 온 말이지만, 이 제목만으로도 양명학의 개성중 한 측면이 잘 드러납니다. 요컨대 양명학은 실천에 대한 다른 이름인 셈입니다. 「전습록」은 대화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시대 주자학자들과의 서신(書信) 논쟁을 기록할 때에도 조목조목 서로 묻고 대답하는, 즉 강학하고 논쟁하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대화 형식 자체가 특별히 양명 문도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전습록」의 이 대화 형식은 특별합니다. 「전습록」은 위대한 스승의 철학적 사상서이기 이전에 스승과 제자가 ‘함께’ 공부하면서 ‘앎=삶’의 집단적 신체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확실히 이제까지 흔히 보던 지식으로서의 철학서들과 궤를 달리합니다. 「전습록」에는 분명 내 몸에 맞는 실천적 사유를 만나는 기쁨이 있습니다. 2. 낭송Q시리즈의 「낭송 전습록」은 왕양명의 『전습록』과 어떻게 다른가요? 「전습록」의 주제는 마음[心]입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편, 「전습록」은 공부에 뜻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입시나 취업 등에 내몰리고 성적과 평가에 목이 졸린 현대인들에게 양명이 말하는 공부의 원칙과 마음가짐 등은 각자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변용되어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실천의 출발은 무엇보다 자기의 몸(=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낭송하는 텍스트로서의 「낭송 전습록」은 그런 점에 특별히 마음을 담아 선별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큰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공부가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낭송 전습록」은 왕양명과 그의 문인(門人)들이 함께 이룩한 양명학의 교과서인 「전습록」을 새롭게 각색.편집.번역.윤문한 책입니다. 이 작업에는 오직 한 가지 원칙만을 염두에 두려고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어볼 수 있게 함.’ 이때 ‘읽는다’는 행위는 묵독이 아니라 낭독(朗讀)이며, 나아가 암송(暗誦)까지를 포함하는 낭송(朗誦)을 뜻합니다. 읽기의 전환! 「낭송 전습록」은 한 마디로 크게 소리내어 읽고 암송하는 『전습록』입니다. 3. 앞으로 「낭송 전습록」을 낭송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습록」은 동아시아 유학사의 고전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고전은 옛날책이 아니라 현재의 책이고 미래의 책입니다. 이 말은 지금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고전이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런 의미에서 「전습록」은 여전히 유효한 고전이고 지혜의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흥미롭게도 왕양명은 명나라의 최고 장군-학자였습니다. 그러므로 칼을 찬 학자라느니 붓을 쥔 장군이라는 식의 표현은 적어도 왕양명에 관한 한 수사가 아닙니다. 이 말은 전쟁과 같은 혹독한 현실이 그의 일상이었으며, 삶과 죽음을 넘나들어야 했던 전쟁터야말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그의 배움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런 배경에서 공부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전습록」에서 누군가는 묻고 누군가는 대답합니다. 즉 제자는 묻고 스승은 대답합니다. 하지만 때론 스승이 묻고 제자들이 대답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묻고 대답한다는 형식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傳)하고 습(習)하는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이 생생하고 활발발한 공부의 현장에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지식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전습록」을 읽는 재미중 하나는 이와 같은 공부의 장면들을 마치 날것처럼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