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탄생

최현숙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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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의 시선 2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최현숙이 이번에는 ‘할배’들을 만났다.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의 내가 다가온다. 호탕한 상남자 김용술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이영식의 삶은 얼핏 보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 아니면 꼰대다. 이야기 들어주는 여자 최현숙은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평생 처음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공감하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가난한 남자들이 가난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있게 이끄는 최현숙은 당신의 삶은 가치 있었다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 위로는 흔들리는 삶에 부대끼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당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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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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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김용술 “나는 잡초야, 어떤 구뎅이에 떨어져도 악착같이 다시 일어나” 연표 이영식 “나는 가난하고 마누라도 자식도 없어요” 연표

Description

“가난하고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어요”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어버이 세대의 정체를 찾아 가부장이 되지 못한 남성들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을 찾아 연민과 혐오 사이, 가난하고 나이든 할배들의 정처를 찾아 어르신, 꼰대, 할배 ―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고독사, 어르신, 나라 팔아먹어도 1번 찍는 콘크리트, 꼰대, 박카스 할머니, 어버이연합. 노인의 삶은 노인에게, 아직 노인이 안 된 사람에게, 그러므로 지금 여기의 모든 사람에게 공포다. 공포를 숨기려는 비웃음 뒤에서 노인의 진짜 삶은 박제된다. 대화보다 훈계, 타협보다 명령이 가부장다운 권위라고 여기는 남자들, 늙은 수컷들은 자기를 쉽게 못 드러낸다. 배낭여행도 못 가고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도 자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최현숙이 이번에는 ‘할배’들을 만났다.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의 내가 다가온다. 군대, 여자, 돈 ― 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버지들 이야기 김용술(71세)은 1945년 해방 때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난다. 일제 강점기에 몰락한 집안은 군산과 속초 등을 떠돌며 가난하게 산다. 아버지는 ‘일본 종놈’을 만들지 않겠다고 학교를 안 보내지만, 김용술은 그 탓에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한다. 속초에 정착해 결혼하고 양복을 만들다가 군대에 끌려간다. 제대한 뒤 경기도 안성에서 택시를 몰다가 속초로 돌아와 양복점을 크게 벌인다. 기성복 시장이 커지자 양복점을 접고 섹스 비디오방을 차린다. 그 장사마저 아내에게 맡기고 서울에 와 채소 장사를 하지만 가진 돈 다 도둑맞고 떨이로 파는 ‘돼지호박 5500원어치’로 재기한다. 가정에 소홀해진 사이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외면한다. 속궁합 잘 맞는 강 여사를 만난 뒤 이혼하고 구두 수선을 하며 잘 지내지만, 오늘도 가족들하고 화해하고 자기보다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노년을 꿈꾼다. 이영식(70세, 가명)은 1946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난다. 여섯 살 무렵 실수로 양잿물을 마신 친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 큰집에 가서 더부살이한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서울에 와 다방 주방에서 일한다. 남자다워지려고 안 가도 되는 군대에 가지만 작은 키 때문에 무시받자 ‘월남전’에 자원한다. 죽음의 공포를 겪은 뒤 돌아와 오랫동안 방황하며 노숙 생활까지 한다. 목수 일로 자기 생계를 꾸리지만, 가정은 꾸리기가 두려워 평생 홀로 산다. 두 사람의 삶은 군대, 여자, 돈, 군대, 여자, 돈이다. 김용술은 군대는 남자라면 가볼 만한 ‘재미’있는 곳인데 ‘인권’이나 들먹이니 ‘자살’을 하고, ‘꾀’ 못 내고 ‘요령’ 피울 줄 모르고 탈영한 놈들은 ‘병신’이라고 말한다. 이영식도 ‘요즘 애들’이 너무 ‘약해’ 군대에서 ‘사고’가 많다고, ‘때리는 놈’은 ‘통솔’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폭력을 ‘두둔’한다. 그런 두 사람은 화려한 성매매 경험을 자랑한다. “안쓰럽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 그냥 돈 주고 사는 여자지.” “남자 홀리는 여자들이 있거든요. 이쁘게 놀아요. 돈을 반기는 거지 나를 반기는 게 아니지요.” 그렇지만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다. 두 사람 다 평생 쉬지 않고 일했지만 가난의 굴레를 못 벗어난다. 돌고 도는 돈이 두 사람에게는 손안에 쥔 모래알 같다. 김용술은 자기처럼 ‘손발로 먹고사는 사람’은 ‘부동산 살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고, 이영식은 평생 모은 돈이 ‘은행에 넣어놓은 50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진짜 깨끗한 돈’이라고, ‘30년 노가다로 척추 측만에 망가진 무릎’만 남은 ‘내 몸뚱이’라고 자부한다. 할배의 현대사, 남자들의 고해성사 ― 가난한 남자들의 이야기에 담긴 남성성의 가난함 호탕한 상남자 김용술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이영식의 삶은 얼핏 보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 아니면 꼰대다. 이야기 들어주는 여자 최현숙은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평생 처음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공감하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적 없고 제 몫을 해내는 삶을 비하하고 다른 계급의 눈으로 자기 삶이 비정상이었다고 평가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가난한 남자들이 가난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있게 이끄는 최현숙은 당신의 삶은 가치 있었다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 위로는 흔들리는 삶에 부대끼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당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곧 나이든 노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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