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와 곰을 사랑했던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곰의 습격으로 운명적인 죽음을 맞기 직전까지의 기록을 담은 미완의 여행기!
세계적인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열아홉 살 때 헌책방에서 우연히 알래스카의 풍경을 담은 ‘조지 모블리’의 사진집을 보고, 거기 나온 에스키모 마을의 모습에 푹 빠져 촌장에게 방문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쓰게 된다. 몇 개월이 지나 마을 촌장에게서 방문을 환영하는 편지를 받고 그곳에서 에스키모 일가와 함께 여름 한철을 보내게 된 그는, 이후 오직 알래스카의 풍광을 담기 위해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알래스카 전역을 여행하면서 그곳 특유의 태곳적 풍광과, 보이는 모든 것이 저마다 영혼을 품고 살아 숨 쉬는 듯한 그곳 원주민 신화의 세계에 깊이 매혹되었다.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은 그가 정령신앙과 신화의 흔적을 쫓아 알래스카 원주민 사회 곳곳을 순례하며 남긴 글과 사진, 그리고 시베리아 여행의 마지막 메모까지를 담은 책이다. 17회로 예정되었던 이 책은 14회의 집필 후 연어 시체를 찍기 위해, 그리고 그 밖의 몇 가지 다른 예정과 목적으로 떠난 캄차카 반도 여행 중 일어난 끔찍한 사고 탓에 안타깝게도 호시노 미치오의 미완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알래스카와 곰을 유난히 사랑했던 호시노 미치오는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에서 야영을 하다가 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의 절친했던 친구 셀리아 헌터의 말처럼 인생이란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다른 사건이듯, 그는 여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의 마지막 여행을 기록한 이 책이 더욱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이다.
여행은 지나가는 땅에 잠든 영혼들을 흔들어 깨우는 일이다.
호시노 미치오가 글과 사진으로 복원한 알래스카의 신화!
그의 마지막 여행을 이끈 것은 거대한 까마귀의 신화였다. 이 영험한 동물은 마지막 빙하기 시절, 지금의 베링해를 건너 알래스카로 이주한 몽골로이드 집단의 신화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조물주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에서 시베리아로, 몽골로이드의 이동 경로를 거슬러 여행했다. 그 장구한 여정에서 접하게 될 여러 부족의 정령신앙과 신화의 흔적들을 두루 살펴, 몽골로이드를 하나로 엮는 공통된 뿌리를 찾아내겠다는 포부를 품었기 때문이다. 큰까마귀 신화의 정체를 좇던 저자가 신비한 인디언과 운명적으로 만나고, 그 만남은 마침내 몽골로이드의 위대한 여행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에스키모나 알래스카 인디언의 정령신앙과 신화에 대한 호시노 미치오의 남다른 관심은, 그것들이 담고 있는 공존과 상생의 세계관이 지닌 미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인 무정물로 보는 기술문명의 시선과 달리, 알래스카의 신화적 세계 속에서 세상은 저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영혼들로 충만한 공생과 조화의 장으로 이해된다. 후대 스토리텔러에게 밀교처럼 구전되는 알래스카 인디언의 신화와 전설은 물질문명의 관점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동화적인 세계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짐승을 사냥하는 행위조차도 영혼과 영혼의 교감으로 해석한다. 만물에 깃든 정령을 존중하기에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자연에게서 얻어갈 뿐이다.
호시노 미치오가 글로 남긴 마지막 여행의 기록들도 담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 책에 수록된 알래스카의 사진들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넘어 어떤 숭고미까지 느끼게 한다. 울창한 숲 가운데 섞여 풍화되고 있는 토템기둥의 모습과 큰까마귀의 전설을 형상화한 다양한 인디언 조형물들, 무엇보다도 빙하기의 지구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한 알래스카 자연의 압도적인 풍광들은 청년 시절의 호시노 미치오를 사로잡았던 강렬한 유혹의 근원을 짐작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