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멈추다

김혜리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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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김혜리 기자의 영화에세이. 서른 편의 한국영화를 흑백 사진처럼 펼친 뒤 저자의 감상과 분석을 덧붙였다. 최근 영화 ‘밀양’뿐 아니라 1961년 작 ‘마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한국영화에 시선을 멈추었다. 영화 ‘거미숲’의 꿈 얘기로 시작된 저자의 영화기행은 ‘혈의 누’의 패배의 기록으로 끝난다. 책은 오랜 세월 영화와 함께 밤을 지새우고 애정을 고백해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누구나 손꼽는 명장면이 선택되진 않았다. 저자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괴물이 나오는 장면이 아닌 한강 둔치 매점에서 가족들이 사라진 딸과 함께 정답게 라면을 먹는 판타지 장면을 꼽았다. 그 장면이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화 속 사소한 오브제도 저자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태희가 만두를 먹는 모습과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의 초콜릿무스를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한다. 영화마다 저자가 붙인 부제도 인상적이다.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은 ‘필요한 건 우상이었어’라든가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굴욕은 어떻게 순환되는가’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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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01 거미숲-여보,그건 꿈이 아니야 02 게임의 법칙-냉엄한 공중전화 법정 03 고양이를 부탁해-그녀를 국회로! 04 괴물-배고픈 아이를 위한 기도 05 기쁜 우리 젊은 날-아버진 다 알고 계셨던 거야 06 달콤한 인생-이 새끼,끝까지 멋있으려고 하네 07 마부-수레바퀴와 함께 사라지다 08 밀양-항복의 너털웃음 09 봄날은 간다-새벽빛이 데려간 꿈처럼 10 빈집-지붕도 없이,법도 없이 11 사랑니-부재의 깃발이 나부끼다 12 4인용 식탁-외면하고 싶은 그녀의 시선 13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나를 수리해줘,제발 14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님아,그 물을 건너지 마오 15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라소옥뎐 16 여고괴담-그 소녀,아직 학교에 있다 17 외출-화장실의 소금기둥 18 용서받지 못한 자-굴욕은 어떻게 순환되는가 19 우아한 세계-퍼펙트하다,퍼펙트해 20 자유부인-자유는 개뿔! 21 질투는 나의 힘-필요한 건 우상이었어 22 짝패-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23 청연-현실이 사라지는 창공 24 춘향뎐-연분은 저항이었네 25 칠수와 만수-청춘의 페달 26 타짜-고수의 현기증 27 파이란-모두들 친절합니다 28 플란다스의 개-아파트 지하실 미스터리 29 해피 엔드-비밀의 빛 30 혈의 누-익명의 섬

Description

시대를 넘나들며 한국영화에 시선을 멈추다 「씨네21」김혜리 기자가 한국영상자료원 Film Story 총서 다섯번째 필자로 나섰다. 자신의 세번째 책이기도 한 이 바로 그것. 첫번째 책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를 내놓은 지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김혜리다. 특유의 서정적인 글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만다. 은 제목 그대로 서른 편의 한국영화를 흑백 사진처럼 아련하게 펼쳐낸 일종의 영화에세이다. 오랜 세월 영화와 함께 밤을 지새우고, 애정을 고백해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빛을 발하는 각각의 장면들이 금방이라도 서른 편의 영화 속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마치 서른 개의 장면들로 이어진 한 편의 시적 영상물이자, 정성스레 마음을 담아낸, '글로 엮은 영상 퀼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문장으로 영화의 주제와 공명하고 간결한 단어 하나로 영화 속 장면을 청아하고 때론 예리하게 짚어낸다. 영화와 공명하는 서른 편의 영화에세이 김혜리는 '거미숲'의 꿈 얘기로 시작해, '혈의 누'에서 패배의 기록을 씁쓸히 곱씹으며 서른 편의 글을 마친다. 최신작인 '밀양'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1961년 작 '마부'에서 가족사진 속에 부재한 말 못하는 딸 옥례를 불러내, 시대를 넘나들며 한국영화에 시선을 멈춘다. 봉준호 감독의 '괴불'에서는 괴물이 등장하는 스펙터클한 장면보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한강 둔치 매점에서 가족들이 사라진 딸과 함께 정답게 라면을 먹는 판타지 장면에 주목한다. '밀양'에서는 마지막에 이르러 마을 사람에게 피식 웃음으로 화답하는 신애의 '항복의 너털웃음'을 스산하게 들여다본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주인공 영민과 혜린 대신 영민과 아버지의 관계에 주목, 이 영화를 '고독한 사랑의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라 재정의한다. 이처럼 김혜리는 부재로 고통 받는 이들, 인생의 씁쓸함을 이미 알아버린 이들에게 언제나 강한 동감을 표한다. 아주 사소한 장면이지만, 극중 인물들의 정감을 '짠'하게 자아내는 잡아내는 장면들에 이르면 그녀의 마음은 수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안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펼쳐낸 '글로 엮은 영상 퀼트' 김혜리는 영화 속 사소한 오브제마저 섬세한 감수성으로 포착해낸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태희가 꾸역꾸역 만두를 먹는 모습에서 "한국영화를 통틀어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발견해낸다. 또한 '달콤한 인생'에서는 선우가 시나리오 설정에 존재하는 스테이크가 아니라 초콜릿무스를 음미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이유를 설명해낸다. "아련한 죄책감을 자극하는 진한 초콜릿의 맛과 무절제의 기호와 같은 음식"이야말로 필사적으로 스타일을 지탱하고자 하지만 싸움꾼일 수밖에 없는 선우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도시 속 인간들의 불안하고 비루한 모습을 공중전화 부스, 아파트와 같은 도시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 뮤직비디오의 클리셰가 되었던 '게임의 법칙'공중전화 부스 신 중, 산화하는 뒷골목 깡패 용대의 모습에서 비루한 인새으이 단면을 들여다보고, '4인용 식탁'에서 무덤의 석실처럼 보이는 아파트를 통해 도시인들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단적으로 짚어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김혜리의 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새벽녘 강릉에 도착하는 순간, 연인들의 '행위'가 찰나의 순간 '미친 짓'의 기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아간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냉혹한 순백의 수평선 아래 주저앉듯 살얼음 밑으로 사라진 여인의 모습에서는 '공무도하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목울대가 묵직하게 창르고, 가슴이 먹먹하게 막혀오는 순간을 김혜리처럼 서정적인 결로 아련히 포착해내는 이도 드물 것이다. 이밖에 각 영화마다 붙여진 부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질투는 나의 힘'의 '필요한 건 우상이었어', '용서받지 못한 자'의 '굴욕은 어떻게 순환되는가' 등은 부제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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