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왜 표면으로 읽는 건축인가?
피복의 시각화
건물의 얼굴 만들기 / 기념성의 볼륨 / 표상과 생산 / 미니멀 표면 /
공장 생산 / 구조의 완전한 피복 / 시카고 골조 구조
창, 벽, 창-벽
비뇰라 식 입면으로부터의 탈피 / 외부 풍경 / 불투명성과 투명성 /
빗각 / 그려진 풍경 / 창-벽의 깊이 / 기성 제품의 사용 / 경계에서의 조정 /
수직성과 수평성 / 구조와 표면의 불일치 / 의복으로서의 피복 / 창, 벽, 창-벽
피복의 외관
비텍토닉 구성:미끄러지는 표면 / 가림과 드러냄 / 상징적 표면 /
각인된 파사드:문신 / 장식된 표면 / 인상 / 평면성과 표면의 인상 /
산업시대의 미학 / 구축된 실체의 이상성 / 산업을 위한 건축 / 공장 생산
표준화의 변형
산업 환경에서의 빛 / 근대적 모습과 실용성 / 기성 제작과 개성 /
연속 반복의 건축 / 시공 과정 / “오랫동안 나는 가죽 앞치마를 입었다”
기제작(premade)과 재제작(remade)
열린 시스템과 닫힌 시스템의 시공 / 건물의 브루탈리즘적인 사실들 /
건물과 삶의 사실들 / 창조와 제한된 수단들 / 우연의 시공 / 발견된 대로 / 비정형성
기술과 외관:오늘날의 과제
산만함 / 근대적 구축과 역사적 기억 / 표상과 비표상 / 이미지의 구축
후기
기술 / 기술의 변용
옮긴이의 말
표면으로 읽는 건축
데이빗 레더배로우 and other
326p



오랜 건축 역사에서 '깊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가볍게 치부되어 왔던 '표면'에 초점을 맞춘 책. 건물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바로 건물의 표면이라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건물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담론의 폭을 근대 이후 모든 건축의 문제로 확장했다. 그리고 건물의 표면을 인간의 삶과 기술이 예술로서 만나는 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표면을 통해 생산과 표상의 괴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현대 건축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저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근대 건축의 계보를 정리한다. 앨버트 칸이나 리처드 노이트라와 같이 기존의 근대 건축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표면'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표면'을 화두로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만한 책.
〈여행과 나날〉 왓챠피디아 코멘트
#미야케쇼 감독과 #심은경 배우가 직접 읽어드립니다
왓챠피디아
〈여행과 나날〉 왓챠피디아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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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able of Contents
Description
건물의 얼굴
강가를 질주하던 자동차 한 대가 멋지게 곡선을 그리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매끈하게 빠진 차 너머로 자동차만큼 번쩍이는 몸매를 과시하던 건물. 예측할 수 없는 특이한 곡면 형태의 이 건물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 텔레비전 자동차 광고를 만든 사람의 눈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곡면이 자동차의 매끈한 곡선과 오버랩되면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처럼 건물은 무엇보다 표면으로 가장 먼저 사람들을 자극한다. 만일 구겐하임 미술관의 표면이 반짝이는 철이 아닌 벽돌이나 나무였다면 자동차 광고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공간을 감싸는 표면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건축 역사에서 ‘표면’은 ‘깊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가볍게 치부되어 왔다. 건축의 심오한 내용을 담아 낼 수 없는 단순히 ‘껍데기’로 치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건물의 외관, 즉 표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물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바로 건물의 표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레더배로우와 모스타파비는 지금껏 건축사에 부분적으로 등장했던 ‘표면’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건물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담론의 폭을 근대 이후 모든 건축의 문제로 확장했다. 그리고 건물의 표면을 인간의 삶과 기술이 예술로서 만나는 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축을 문화적 산물로 인정하고 감상과 소통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더라도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그 건축물의 표면이다.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거나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건물은 극히 일부다. 대개는 건물의 외관을 접하게 된다. ……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표면’은 ‘깊이’의 반대 개념으로서 겉치레, 천박함, 피상성, 덧없음 등 부정적 함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어, 건축에 대한 진지한 성찰들에서는 외면 받은 영역이기도 하다. 《표면으로 읽는 건축》은 이렇듯 ‘얕게’ 느껴져 온 건축 표면의 풍부한 담론적 ‘깊이’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삶이 건축과 관계하는 가장 큰 부분인 표면의 이야기가 결코 척박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옮긴이의 말, 292쪽
표면에서 벌어지는 생산과 표상의 첨예한 대립
건축에서 건물의 표면이 중요하게 대두된 시기는 근대 이후부터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건물의 표면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건축가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건축을 만들어 내는 생산(구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식 건축의 형태를 본떠 표상으로 드러낼 것인가? 양식 건축의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상할 수는 없는가? 근대 이후 건물의 표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생산과 표상’의 문제는 ‘건축을 만드는 것’과 ‘건축을 통해 표현하는 행위’가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중요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건축의 전통성과 근대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구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괴리를 연결하는 표면의 가능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날 건축에서 생산과 표상은 서로 갈등 관계에 있다. 건축 부재의 대량생산으로 건축가들은 재료 선택의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표상하는 바는 시공 방식의 시각적 반영과 과거 양식의 희화적 재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기계 조립 방식의 모방에 지나지 않으며, 후자는 전근대적 구축 방식을 형태적으로 흉내 낼 뿐이다. 이러한 경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시공 과정에서 도출되는 이미지에 의존해 건물의 외관을 디자인한다면 건축의 영원한 주제인 ‘표상의 기획’을 도외시하는 꼴이 되고, 역사에 대한 향수로 과거의 형태를 모방하여 디자인하는 것은 다양한 재료와 시공 방식이 제공하는 건축 구성의 가능성들을 저버리는 일이다.
-서문, 9~15쪽
저자들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논의로 해석한 콜린 로우와 로버트 슬러츠키의 연구를 바탕으로 전면창과 같은 ‘창-벽’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발견한다. 또한 건축의 표면을 당대의 문화와 사회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았던 아돌프 로스, 로버트 벤투리 등의 건축을 보여 주는 한편, 대량생산 체제가 가져온 표준화를 새롭게 변형하여 사용한 리처드 노이트라와 장 푸르베의 사례를 보여 준다. 제임스 스털링과 알레한드로 데라소타, 프랭크 게리를 비롯하여 시공상의 리얼리즘을 추구한 건축가들의 표면을 현상학적인 측면에서 평가하는 등 저자들은 표면을 통해 생산과 표상의 괴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현대 건축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철과 철근콘크리트조라는 새로운 시공 시스템의 적용으로 르코르뷔지에는 좌우로 길고 연속적이며 외부 전망을 따라 무제한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수평창을 제안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창은 ‘자유 입면’의 일부로 고안되었는데, 구조적 기능으로부터 해방되고 실내 가벽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러한 입면과 수평창은 기하학적 명료성과 수평성의 미학적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창, 벽, 창-벽, 59~60쪽
미스는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아파트의 입면에서도 유사하게 조정함으로써, 건물 피복 체계의 디자인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인자가 시각적 효과임을 보여 주었다. 이는 베를라헤와의 연계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어느 정도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의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건물들은 시대의 기술이 지닌 본질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상징적 측면에서 읽히길 바랐다. 유리의 특성을 이용하여 투명성을 맥락, 문화, 환경이 문제와 연계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기술과 외관:오늘날의 과제, 244쪽
이렇듯 생산과 표상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오늘날 건축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는 저자들의 연구는 독자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표면’을 통해 보는 새로운 근대 건축의 계보
저자들의 시각에 따라 새롭게 정리되는 근대 건축의 계보를 보면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들은 앨버트 칸이나 리처드 노이트라와 같이 기존의 근대 건축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표면’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다. 또한 젬퍼에서 시작되는 피복 이론을 비롯하여 로우와 슬러츠키의 현상적 투명성 개념, 아돌프 로스와 베를라헤, 로버트 벤투리로 이어지는 건축가들의 표면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이론들을 망라해 실제 건축과 연관 지어 설명하면서 표면에 대한 논의를 설득력 있게 발전시키고 있다. 독자들은 18세기에서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표면’이라는 화두로 근대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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