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Lee Juck and other · Kids
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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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모두의 그림책 6권. 노래하는 음유시인 이적의 그림책으로,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고 있다. 은연중에 읊조리는 노래 가사처럼,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은 시구처럼, 조용히 마음을 보듬는 작품이다. 김승연 작가는 아이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하나 둘 확인해 가는 과정을 색연필로 꾹꾹 눌러 표현했다. 곱게 켜켜이 쌓인 색연필 터치 위로 슬픔도 그리움도 꾹 눌러 얹혀진 듯하다. 바닥 타일의 문양, 커튼의 패턴 등 작은 부분까지도 얇디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그리고 칠한 흔적이 장면마다 가득하다. <어느 날,>은 일상이 여느 때처럼 흘러가던 그 어느 날, 아이에게 찾아온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그림책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그저 갑작스럽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돌아가셨다는 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아이는 잘 모른다. 동네 골목 풍경은 여전한데, 할아버지의 가게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다. 현관 앞 신발장 한 켠에는 구두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린다. 언제든 꺼내 신어도 될 만큼 말끔해서 주인이 없다는 건 상상이 잘 안 된다. 아침이면 약수터 가자고 방문을 벌컥 여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얼굴을 간질이던 그 까칠까칠한 수염의 촉감도, 옷에서 희미하게 전해오는 할아버지 냄새도 여전한데, 정작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안 계신다는 사실이 아이는 도무지 믿기지 않다. 비단 <어느 날,> 속 아이만 그럴까? <어느 날,>은 냉혹하리만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홀로 선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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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날, 이별 앞에 홀로 선 이들에게 이별은 참으로 불친절한 손님입니다. 어떤 예고도 없이, 준비할 시간도 남겨 주지 않은 채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어느 날,>은 일상이 여느 때처럼 흘러가던 그 어느 날, 아이에게 찾아온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그저 갑작스럽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돌아가셨다는 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아이는 잘 모릅니다. 동네 골목 풍경은 여전한데, 할아버지의 가게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습니다. 현관 앞 신발장 한 켠에는 구두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립니다. 언제든 꺼내 신어도 될 만큼 말끔해서 주인이 없다는 건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아침이면 약수터 가자고 방문을 벌컥 여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얼굴을 간질이던 그 까칠까칠한 수염의 촉감도, 옷에서 희미하게 전해오는 할아버지 냄새도 여전한데, 정작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안 계신다는 사실이 아이는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비단 <어느 날,> 속 아이만 그럴까요? <어느 날,>은 냉혹하리만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홀로 선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서곡입니다. 그곳으로 돌아가셨대요 죽음이, 이별이 가혹한 건, 아무 것도 변한 것 없는 너무도 그대로인 일상에서 딱 그 존재만 부재한다는 낯선 현실을 겪어 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 겁니다. 목소리, 촉감, 냄새 같은 기억들이 희미해지면 존재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겠지요. 할아버지가 생전에 맡기신 상아 도장을 받아 들고 할아버지 이름을 한 번, 두 번???, 신문지에 꾹꾹 눌러 백 개나 찍은 아빠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잊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다가옵니다. 이별을 마주한 이들의 마음에도 슬픔을 머금은 도장 자국이 꾹꾹 새겨집니다. <어느 날,>은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배꼽 인사 하라며 꿀밤을 주던 할아버진데 왜 인사도 안 하고 그렇게 가셨을까, 이 아이다운 물음 앞에 잠시 감춰 왔던 감정이 소리 없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이내 주인 잃은 도장을 꼭 움켜쥐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이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결론은 공존입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부재와 소멸이 아닌, 밤하늘 저 너머 원래 계셨던 그곳으로 돌아가신 걸 거라는 사유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돌아간 이에게 행복감을 주는 아름다운 곳이겠거니, 소망해 봅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이적의 사랑스러운 변신 이적은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불러 온 탓에 음악뿐만 아니라 글에 매혹된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05년에 출간된 <지문사냥꾼>이 이적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몽환적 상상력의 발현이라면, <어느 날,>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아이에게 다가온 죽음의 의미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있는데,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해 느꼈던 두려움을 많이 치유해 준 책이에요. <어느 날,>도 독자들에게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은연중에 읊조리는 노래 가사처럼,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은 시구처럼, 조용히 마음을 보듬는<어느 날,>의 손길을 느껴 보세요. 색연필이 닳고 닳은 만큼 깊어진 이야기의 세계 <어느 날,>을 처음 마주한 김승연 작가는 이내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별을 겪어 낸 그녀의 가슴이 희미해진 기억을 불러 세운 탓입니다. 김승연 작가는 아이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하나 둘 확인해 가는 과정을 색연필로 꾹꾹 눌러 표현했습니다. 곱게 켜켜이 쌓인 색연필 터치 위로 슬픔도 그리움도 꾹 눌러 얹혀진 듯합니다. 바닥 타일의 문양, 커튼의 패턴, 스웨터의 질감 등 작은 부분까지도 얇디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그리고 칠한 흔적이 장면마다 가득합니다. 아무리 그림을 확대해도 깨지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그림 작업이 <어느 날,>을 더욱 빛나게 일으켜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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