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가슴 먹먹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려내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영화 <지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주상, 넷팩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래픽노블 <지슬>은 단순히 영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붓으로 그린 만화는 한 컷, 한 컷이 하나의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김금숙 작가는 아픔을 고통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은유적이고 부드럽게 풀어내는 실력을 갖춘 작가로, 그 따뜻한 가슴으로 항상 개인의 슬픔, 사회의 부조리를 읽어내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만화를 꾸준히 그려왔다. 그 결실로 올해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세계만화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지지 않는 꽃’이라는 제목의 한국기획전에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룬 단편만화 <비밀>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지슬>의 대사가 없는 원화 그림만으로 프랑스 출판사와 출간 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만화출판 역사상 의미 있는 기록으로, 그래픽노블 <지슬>이 원작 영화의 아름다운 흑백 영상미를 한 폭의 수묵화로 완벽하게 표현했음을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만의 풍부한 감수성과 출중한 실력으로 영화를 완벽하게 만화의 언어로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속 모든 그림을 화선지에 붓과 먹으로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수묵화로 그린 흑백의 선은 피해자와 가해자, 나와 남을 날카롭게 가르지 않고 부드럽게 아울러 4·3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나 역사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4·3을 널리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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