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

박신규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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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규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시간 투자할 데 많은 이 시대에 밀려 희미해져가는 시의 시절을 다시 밝히기 위해 시인이자 출판인으로서 고군분투했던 삶의 기억을 빼곡히 담았다. 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써내려간 산문들은 시의 비밀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어려울 것 같은 시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내딛을 수 있게 한다. 매순간을 맑고 아름다운 시의 눈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통과해온 시들, 그 시들과 함께했던 한 인생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들은 비로소 시와 삶이 하나가 되는 진경을 만나게 된다. 당신이 외롭고 아플 때마다 시가 함께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치는 편지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앞에서 지치고 힘든 하루를 견뎌낼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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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작가의 말_시로 쓰는 편지 1부 사랑의 미열이 내릴 때 단 한 그루 나무의 음악_사이토 마리코 「미열(微熱)」 첫 키스는 탱자 맛_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나를 비워야 비로소 가닿을 수 있는 당신_박형준 「저곳」 그대와 나 사이에 푸른 염소_백무산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가듯이」 나는 당신과 하나입니다_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나는 죽음이에요』 끝이 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_고형렬 「맹인안내견과 함께」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_안도현 「통영 서호시장 시락국」 꽃이 떨어지고 청춘이 다 져버린다 한들_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김시습 「잠 속으로 빠져들다〔眈睡〕」 가장 어리석고 가엾은 사람 곁에 남아_신경림 「낙타」 2부 당신과 함께한 침묵의 푸른빛 말과 말 사이, 새가 날고 꽃이 피고 별똥별 진다_김사인 「꽃」 시인으로 죽는다는 것_김태정 「물푸레나무」 시를 살아내고 앓아낸다는 것_박영근 「이사」 웃음 뒤에 숨은 눈물에서 흘러나오는_안현미 「이 별의 재구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와유(臥遊)」 당신은 무엇을 볼 수 있는 나이인가_이면우 「거미」, 이문재 「소금창고」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건반 현이 울렸습니다_문인수 「이것이 날개다」 나무와 꽃과 새는 모두 멸종 위기_김중일 「새」 꽃잎에 흔들리고 바람에 선동당하는 시_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시를 잘 쓰는 법이 있나요_박준 「일요일 일요일 밤에」 3부 우리가 살아갈 모든 순간들 문득 가던 길을 의심하며 뒤를 돌아다보면_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뜨겁게 움직이는 침묵, 손의 언어_김종삼 「묵화(墨畵)」 「장편(掌篇) 2」 살아버린 당신, 또 살아가야 할 당신_장석남 「수묵(水墨) 정원 1」 우리가 사투리로 말해야 할 때_이대흠 「오래된 편지」 청춘은 평생을 뜨겁게 지나가고 있습니다_김경미 「비망록」, 허수경 「불취불귀(不醉不歸)」 목숨 가진 모든 존재를 위하여_나희덕 「어린것」 미신,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_박성우 「갈미할매와 내 신수(身數)」 왜곡과 싸우는 현재, 기억이 기록하는 미래_함민복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태어나보니 피와 살을 씹어 먹고 있었어요_김언희 「태어나보니」 ‘미루나무’의 폭력, ‘미류나무’의 불길_박신규 「미류를 부를 때」 작품 출전

Description

“시적인 순간이, 그 영원의 한순간이 당신을 찾아가기를……” 시의 비밀을 밝히는 스물여덟 통의 편지 201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를 펴내며 처연한 아름다움이 깃든 시세계를 펼친 박신규 시인이 첫 번째 산문집 『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미디어창비)를 펴냈다. ‘시간 투자할 데 많은 이 시대’에 밀려 희미해져가는 ‘시의 시절’을 다시 밝히기 위해 시인이자 출판인으로서 고군분투했던 삶의 기억을 빼곡히 담았다. 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써내려간 산문들은 “시의 비밀을 밝히는 등불”(정호승, 추천사)이 되어 어려울 것 같은 시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내딛을 수 있게 한다. 매순간을 맑고 아름다운 시의 눈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통과해온 시들, 그 시들과 함께했던 한 인생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들은 비로소 시와 삶이 하나가 되는 진경을 만나게 된다. “시적 순간이 올 때마다 한 편씩이라도 시를 읽으며 보낸 삶은 그렇지 않은 일상보다 훨씬 더 눈부시고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빛나는 시편들을 새롭게 가슴에 담고,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외롭고 아플 때마다 시가 함께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치는 편지”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앞에서 지치고 힘든 하루를 견뎌낼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당신이 순간순간을, 하루하루를 지나온 시간보다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로소 당신에게 가닿는 투명하고 진득한 시들의 풍경 “시가 늘 곁에 머물러 있던 거짓말 같은 시절”을 지나왔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적인 순간을 독자들 또한 온전히 알아챌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우리의 가슴 한 켠을 그윽하게 수놓았던 시와 그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하나의 꼭지로 구성해 3부에 나누어 실었다. 1부 ‘사랑의 미열이 내릴 때’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지만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빛나는 일상의 단면들을 포착한 글들을 실었다. 저자의 진솔하고 울림 있는 체험과 날카로운 통찰이 더해져 시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한다. 첫 번째 글 ‘단 한 그루 나무의 음악’에서는 사이토 마리코 시인의 시 「미열(微熱)」을 불러와,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며 때로는 사랑을 맹세하던 나무이자 때로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다 가던 사람들의 절망과 슬픔이 담긴 나무임을 되새기며 그 안에 담긴 ‘세계와 우주’를 간파해낸다.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김사인 시인의 시 「좌탈(坐脫)」과 고형렬 시인의 시 「맹인안내견과 함께」를 연결하며 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를 다루는 시들의 기민한 감수성을 파헤치기도 한다. 여기에 음식에 짙게 배어 있는 추억을 떠올리며 “음식의 입맛은 물론 언어의 입맛도 살려”주는 시로 안도현 시인의 시들을 소개하고, 내몽골을 여행하다 만난 “고행하는 성자” 낙타를 떠올리며 신경림 시인의 시 「낙타」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수행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은 시가 조금은 우리의 답답함을 덜어주며 숨 쉴 수 있는 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렇듯 저자의 내밀한 통찰을 거친 일상은 어느새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2부 ‘당신과 함께한 침묵의 푸른빛’은 저자의 한 시절이 되어준 시인들과의 추억과 그들의 시 안에 감춰진 말들의 기록이다. 1980년대 민중시를 대표하는 김태정 시인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의 시 「물푸레나무」처럼 ‘따스한 빛깔로 주변을 물들였던’ 생전 고인의 행적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가 하면, 안현미 시인의 시를 읽으며 저자가 지켜본 그의 치열한 고투가 시의 힘으로 전이됨을 느끼기도 한다. 절친한 후배 시인인 박준의 시를 읽으며 저자가 편집장으로 근무할 때 수많은 죽음을 배웅하며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비로소 추스르는 모습과 ‘현장과 길바닥에서 시를 쓴’ 송경동 시인의 “뜨거운 삶과 노동”을 기억하며 그의 시를 다시금 바라보는 장면도 자못 인상 깊다. 이처럼 누구보다 시를 둘러싼 세계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숙고하는 저자이기에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야만 하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환기하며 독자들을 시 속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3부 ‘우리가 살아갈 모든 순간들’은 시로 단련한 예리한 감성을 사회로 뻗음으로써 결국에는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례로 사투리로 쓰인 이대흠 시인의 시 「우리가 사투리로 말할 때」를 소개하며 표준말에 비해 사투리를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일련의 모습과 ‘편집자’와 ‘미화원’ ‘역무원’처럼 “‘자(者)’와 ‘원(員)’을 쓰”며 직업군 전체를 폄하하는 단어의 시대감수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신을 소재로 한 박성우 시인의 시 「갈미할매와 내 신수(身數)」를 읽으면서는 토속적인 우리 것들이 변방으로 밀려나는 씁쓸한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오래된 상상력을 고수하며 가꾸는 노력의 필요성을 소신 있게 밝히기도 한다. 이밖에도 세월호, 환경문제, 코로나19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이야기하는 시들을 소개하며 이어지는 부끄러운 반성은 흩어진 점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우리들이 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만들며 사회의 구석진 부분까지 나아가는 깊은 관심을 샘솟게 한다. “작고 사소한 말과 대상들을 지나치지 않고 잠깐 멈춰서 오래 바라보고 명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색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시 한 편을 읽는 일은 삶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 시 속으로 눈을 돌리는 여유를 선사한다. 이 여유가 삶 전체를 단숨에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시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그 숭고한 몸짓이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해왔던 시들의 순간을 불러일으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속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의 매력에 은근하고 찬찬히 빠져들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오래도록 남는 진한 여운을 새롭게 느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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