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간 역사를 가로지르는 ‘도박’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최고의 역사서 전미 도박문제위원회 ‘최고의 책’ 에디터스 초이스 ‘트리피 상’ 월스트리트저널 ‘도박에 관한 최고의 책’ 인성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 욕망의 극단과 대결하는 곳! ‘도박’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의 화려함인가, 아니면 뒷골목의 사기도박과 도끼가 난무하는 살벌한 풍경인가. 도박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도박의 통사’이자 도박의 경제학과 심리학, 지리학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도박은 근원적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뽑아도 계속 자라는 잡초, 그대로 놔뒀다가는 마당과 집 전체를 집어삼키는 그 빽빽하고 거침없는 야성의 잡초들이 생각난다. 도박은 잡초다. 뿌리까지 뽑아도 다시 자라며, 고개를 잠시 돌린 사이 존재감은 더 커진다. 인류 역사상 도박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은 수천 개가 넘지만, 그 법을 만든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입장을 바꿔 다시 도박을 허용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 도박의 역사는 인류의 출발과 함께했을 정도로 유구하다. 아니, 인류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동물조차 보상이 큰 위험한 행동을 선택하는 도박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도박은 어쩌면 진화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박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불가피하고, 역동적이며, 막대한 희생과 희열을 낳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달려들며, 치밀한 계산과 무모한 베팅으로 지배하는 이들이 있다. 그 혼돈과 카오스의 역사 속 진실은 우리에게 아찔할 정도의 탄식과 함께 서늘하면서도 강인한 통찰을 선사한다. 이 책은 공간적으로 넓은 지역을 포괄한다. 선사시대의 유적 이야기를 지나 유럽 대륙에 오래 머물다가 도박의 본고장이 돼버린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고 다시 아시아로 건너온다. 시간상으로도 기원전 각 문명과 여러 부족의 소규모 도박에서부터 역사시대로 들어와 도박이 문화가 되고 정치가 되는 시기, 전문가 집단과 조직폭력배, 고위 관료가 결탁한 대형 이익의 실현 시기를 지나 금융위기 이후 도박의 패권이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재탄생하는 21세기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철저한 문헌 연구와 현장 연구로 도박 발전사에 대한 역사를 서술하고 몬테카를로의 바카라 게임장부터 라스베이거스의 메가 카지노까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귀족세계의 도박부터 미국 원주민과 중국, 그 외 비서구권 국가들까지 도박의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인디언, 백인, 도박…… 그 잔인한 패러독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엄청난 깡패 집단이 있었다. ‘파괴자’라는 뜻을 가진 피쿼드족이다. 이들은 압도적 폭력으로 군림하며 주변 모든 마을의 상납을 받는 최대 인디언 세력이었다. 하지만 영국 군대가 상륙하자 이들은 위기를 맞았다. 둘 사이의 마찰은 곧 전면전으로 번졌다. 영국군은 피쿼트족의 라이벌인 모히칸족 등과 손을 잡고 이들을 진압했다. 싹쓸이라 할 수 있는 대대적인 말살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레이어드 보호구역으로 몰아넣어졌다. 300년 후인 1910년경 보호구역에서 살아남은 피쿼트족은 단 세 가구에 불과했다. 그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뛰어난 변호사의 도움으로 독립된 부족이라는 법적 시민권을 획득하며 반전을 꾀했다. 피쿼트족은 급조한 건물에서 고액의 빙고게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규모였지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주기적인 확장을 거듭했다. 1992년에는 코네티컷 주정부와 수익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협약을 체결했다. 곧 게임 테이블을 추가했고 슬롯머신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2번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광경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2004년 드디어 폭스우즈 리조트 카지노라는 왕국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빙고장과 슬롯머신 6400대, 객실 1400개, 4000석 규모의 공연장, 대회용 골프장에 컨벤션 센터까지 갖춘 매머드급 리조트였다. 코네티컷주는 이들로부터 연간 20억 달러의 세수를 거둬들였다. 피쿼트족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절멸 직전에 도박이라는 밧줄을 잡고 불과 20년 만에 백인과 인디언의 힘의 관계를 역전시킨 것이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도박’이 지닌 힘의 실체를 보여준다.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그것은 본질과 보편성에서 나온다. 도박은 본질이고 보편성이다.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 역사 내내 그랬으니, 저자의 안내를 받아 선사시대로 가보자. 수렵채집의 시대에는 먹고사는 것의 불확실성이 삶을 지배했다. 삶은 불가사의했고, 희망과 공포, 미신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미지의 것을 미리 시험하는 용도로 돌, 나무, 뼈를 썼다. 이것이 첫 번째 도박 도구들이다. 초자연적·직관적 수단을 이용해 미래를 알아내기 위한 이들의 행위는 점점 많은 이의 운을 점치고, 점에 대한 내기로 바뀌면서 즐거움과 유흥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골밀도가 불균등한 뼛조각은 잘 굴러가지 않아 상아나 나무로 대체되었고 드디어 3000년 전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주사위가 탄생했다. 이탈리아, 상업적 도박의 시작을 열다 고대의 도박은 중국이 이끌었다. 기원전부터 닭싸움, 경마, 개싸움, 귀뚜라미싸움, 염소싸움을 비롯해 로토, 카드게임, 골패, 마작, 판탄 등 범위가 넓었다. 『한서漢書』에는 백성이 도박에 빠졌다고 한탄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상업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 대중이 고정된 뱅크를 상대로 자유롭게 베팅하는 카지노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이 시기 베네치아에서는 약삭빠른 도박꾼들이 도박계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만한 확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상업적 도박의 발명은 도박이 허용된 곳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합법적으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경로로 이어졌다. 이것이 리도토였다. 상업적 도박은 조건이 있다. 도박을 제공하는 쪽에서 돈을 따야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교한 확률로 뱅커 쪽이 승리하는 바셋, 파로 등의 게임이 고안되었다. 이후 100여 년 리도토의 전성기가 구가되었다. 철학자 루소도 베네치아에서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도박에 손을 대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작가인 로렌초 데폰테는 리도토에서 삶을 거의 망가뜨렸다. 카사노바는 악명 높은 도박꾼이었다. 그는 운이 좋지 않을 때도 도박을 멈추지 못했는데, 카사노바와 로렌초는 같은 도박장을 드나들며 아는 사이였다. 이에 로렌초가 「돈 조반니」를 쓸 때 카사노바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추론이다. 카지노는 베네치아에서 탄생했지만, 룰렛, 바카라, 블랙잭처럼 요즘 카지노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은 1650~1850년 유럽의 도박 열풍이 그들만의 독특한 풍으로 발현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국왕은 도박을 허락했고, 베르사유 궁정에서도 도박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이렇게 시작된 도박은 이후 전 국민의 집착으로까지 나아갔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기에 사회의 도박의 강도는 점점 더 올라갔다. 그것은 마치 어떤 방해 공작에도 면역력을 갖춘 것처럼 지속되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혁명이 카드 게임 규칙에서 한 가지를 변경시켰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예전에는 왕이 그려진 카드가 가장 높은 카드였는데, 혁명 이후에는 에이스 카드를 가장 높은 카드로 쳐주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유럽 전역에 걸쳐 구체제를 몰락시켰다. 도박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프랑스의 도박 금지(1837)는 유럽 대륙에서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된 카지노 도박 감소의 전조였다. 서유럽의 산업화된 국가들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도박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어서 도박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탄압 아래서도 도박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더 번성하기까지 했는데, 바로 병약자를 위한 휴양지(리조트)에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