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혐오와 수치심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감수성 괴물 신인 최영건의 놀라운 데뷔작! 현대적 삶의 밑바닥에 감추어진 불안과 부조리의 공기 그 어둡고 부서진 세계 위로 쓰러지는 권태와 불행의 도미노 2014년, 한국 소설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등장한 괴물 신인이 있다. 도시의 껍데기를 벗겨내는 악착같은 문장을 들고 혜성같이 나타난 작가의 이름은 바로 최영건! 당시 스물넷 대학생이던 최영건 작가가 문예지 《문학의 오늘》에 발표한 소설은 「싱크홀」이라는 단편으로, 젊은 남녀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즉물적 묘사로 쓸쓸하고 파괴적인 현대성을 드러냈다. 빈틈없는 객관적 문체와 사건을 바라보는 절제되고 집요한 시선이 만들어 내는 냉소적 리얼리즘의 발견에 심사위원들은 환호했다. “도시적 육체성의 의미를 집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객관화했다”는 평가는 최영건을 부르는 첫 번째 호명이었다. 최영건 작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통해 선보이는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는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계층, 서로 다른 성별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불화와 반목을 세밀화처럼 근접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타인을 지배하려 들고 누군가는 그 지배에 기꺼이 종속되고자 하며 누군가는 그 속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발악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악하는 이 ‘충돌의 문학’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인 동시에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 온 ‘현대성’의 얼굴이다. ■혐오의 안쪽 혐오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읽어 내는 키워드이자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정서다. 『공기 도미노』는 세대, 계층, 젠더에 따른 갈등 상황에서 발생하는 타자 혐오와 자기혐오 등 혐오의 감수성이 촉발되는 현장을 여섯 개의 장을 통해 그린다. 6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각 장마다 초점 인물과 갈등의 주체가 바뀐다. 인물들은 극렬하게 대립하거나 미묘하게 갈등한다. 여느 작품들과 달리 갈등은 개인의 내면에 기미나 흔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표출되고 분출된다. 갈등과 불화, 반목과 적대가 무한히 반복되며 만들어 내는 인간 혐오 지도! 이들의 연쇄적 비극을 촉발한 충격은 무엇일까? 비극의 도미노가 보여주는 파편화된 개인의 비극은 여섯 개의 색깔로 서서히 드러난다. ■자아의 바깥 『공기 도미노』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여러 개의 중심을 만드는 소설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비춰지며 드러난다. 타자의 시선에 비춰지는 거울화된 개인이야말로 이 소설의 내적 구조다. 연주는 할머니에 의해, 할머니의 애인에 의해, 할머니의 애인의 며느리에 의해 평가된다. 그녀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도, 그녀의 남자친구도, 남자친구의 친구도 연주를 평가한다. 타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축의 인물이 공유하는 비관적인 세계관은 타자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다른 축의 인물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어떤 성격은 사라지고 어떤 성격은 남는다. 어떤 마음은 부수어지고 어떤 마음은 부순다. 타인과 자아가 부딪치는 타자의 최초, 자아의 최후, 그 연약하고 예민한 바깥은 『공기 도미노』가 발견한 비극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