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리고 작은 방에 관한 이야기,
- 사진이 있는 연애소설
11월에 비 내리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요? 가끔씩 저를 기억해주세요.
적어도 11월에 비가 내리는 날만이라도 내 생각을 해주세요.
당신이 곁에 있어도 곁에 없어도 당신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을 알아주세요.
11월에 비 내리는 날만이라도....
준희야 너 지금 행복하니?
홍대 앞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준희. 미래도 불투명하고 지극히 평범한 서른 살의 그녀에게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애인이 있다. 가슴 떨리는 마음. 마음속에 있는 북이 둥둥둥 울리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녀이지만 수순처럼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 두 사람은 미리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하지만 혼자서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그녀 앞에 결국 운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온 또 다른 사랑을 펼쳐서 보여준다.
“눈이 마주쳤다. 그의 시선은 정직하면서 노골적이었다. '나는 분명히 당신을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불과 2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그렇게 똑바로 오랫동안 바라보는 일은 흔치 않을 텐데.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쪽은 나도 그도 마찬가지였다. 묻고 싶었다.
당신도 우리가 알던 사이 같나요?
“4시 10분 대한항공 싱가포르행 탑승 시작합니다.”
두시탈출 컬투쇼 PD, 베스트셀러 소설가 이재익.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전방위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당연한 얘기다. 장편 대하소설 <아버지의 길>, 야구소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싱크홀>에 이르기까지 매번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드록 로맨틱 에세이 <하드록을 부탁해>도 써냈으니 이쯤 되면 글쓰기에 있어서 불가능한 영역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연애소설을 썼다. 이재익의 연애소설은 한편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듯 매장면마다 생생하게 눈앞에 떠오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보다 한참 키가 컸던 희준의 턱이 내 이마에 닿을 듯했다. 나는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희준이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들려요?”
“뭐가?”
“마음의 북소리가요. 둥둥둥.”
맙소사.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1초가 1분처럼 느리게 흘렀다. 순간순간의 감정이 증폭되어 뇌리에 새겨졌다. 호텔 복도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였다. 바닥에 깔린 양탄자의 붉은색이 지독하게 빨갛다.
넌 어쩜......
세상에는 우연 같은 필연이 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이 소설은 결국 만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그리고 끝나지 않은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한 여자와 두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연애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결말을 알 수 없도록 열려 있는 이야기의 구조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생동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남자가 쓴 연애소설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더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그래도 역시 연애소설이다. 게다가 이 남자, 여자의 심리를 알아도 너무나 잘 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는 가사를 음미하며 건즈 앤 로지스의 ‘노벰버 레인’을 들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