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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9편/ 수필 1편) 도시와 유령 깨뜨려지는 홍등 마작철학 프레류드 돈 계절 산 들 석류 메밀꽃 필 무렵 삽화 개살구 장미 병들다 공상구락부 해바라기 여수 하얼빈 산협 풀잎 낙엽을 태우면서

Description

“문학적 주체는 언어에 의해 구체화된다” 근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이 끊임없이 흔들렸던 식민지 시대, 그 문화적 혼란 자체를 소설 언어를 통해 다양하고 풍성한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가 이효석의 대표작 20편 수록! 2007년 올해, 우리는 이효석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금년 5월에는 그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행사가 그의 고향과 서울 곳곳에서 이어졌었다. 1930년대 동반자 작가로 출발하여 식민지 교양주의 작가로서, 독자적인 소설 세계를 창조한 작가 이효석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이효석의 소설은 1930년대 초기의 진보주의적 문학에서 점차 탈이념적인 순수문학으로 이행해 간, 당시 문단 전체의 동향과 우여곡절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둘째, 경성제대 영문과 출신 작가로서 대학에서 배운 영문학에 바탕을 둔, 서구적인 지식과 교양을 쌍아 이를 자신의 창작 생활의 지속적인 자양분으로 삼았던 이효석이기에 그렇다. 셋째, 일제 말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여러 편의 일본어 소설을 발표작 작가이다. 스스로 ‘문학의 진폭이 넓은 문학’을 옹호, 실천하고자 한 그답게, 그의 소설 읽기는 단일성을 넘어서는, ‘문학 개념을 포함한 문화 개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단편선의 책임 편집을 맡은 강원대 서준섭 교수는 이효석의 일본어 작품 쓰기 작업과 그 각각의 작품에 대한 연구의 일단을 소개하는 데 해설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2004년 12월 초, 김동인, 최서해, 염상섭, 채만식, 김동리, 최명익, 김정한 등의 대표작들을 1차분으로 발표한 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은 이번 서른세번째 권으로 이효석 단편선 『메밀꽃 필 무렵』을 준비했다. 근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이 끊임없이 흔들렸던 식민지 시대, 그 문화적 혼란 자체를 소설 언어를 통해 구성하면서 지속적으로 모색했던 작가 이효석의 대표작 20편을 이 한 권의 책에 수록하고 있다. 이효석의 문학 활동과 작품은 각각 그의 주요 활동 시기와 공간적 배경을 기준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첫번째는 이효석이 경성제대 영문과 재학 당시, 그리고 경성에 머물던 시기로 요약된다. 습작기의 대표작으로 사회적 빈궁의 문제를 다룬 소박한 단편 「도시와 유령」(1928), 초기에 일원으로 참여했던 ‘동반자 작가’ 계열작으로 분류되는, 주인의 강압과 착취에 저항하는 ‘홍등가 여성의 동맹 파업’을 다룬 작품 「깨뜨려지는 홍등」(1930)과 동해안 정어리기름 공장의 노동자의 파업을 전면에서 내세운 소설로 동반자 작가 시절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꼽히는 「마작철학」(1930), 그리고 무기력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나서고자 하는 청년 ‘마르크스주의자’가 등장하는 「프레류드」(1931~1932)가 이번 소설집에 나란히 실렸다. 두번째 시기는 1931년 만주사변과 계급문학 단체 ‘카프’ 검거 사건의 영향으로 정치적 이념을 표방하는 작품 활동이 어려워지자, 이효석이 이른바 현실 도피를 감행하여, 함경북도 경성농업학교 교사로 재직해 가 있던 시기로 정리된다. 「돈(豚)」(1933) 「산」(1936) 「들」(1936)과 같은 탈정치적 성향의 작품이 모두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돈」은 이효석의 현실 도피적 성향을 띤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돼지 치는 시골 노총각이 좋아하는 처녀와의 애욕에 가득 찬 상상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들」은 앞서의 상상적 애욕이 현실화된 작품으로, 도시의 바깥, 현실의 너머인 들판, 곧 자연에서 남녀가 성교를 갖는 이야기이다. 자연의 의미, 공포의 진정한 의미 등을 내포하고 있다. 「산」에서도 자연은 사회에서 패매한 인물의 귀의처로 그려지고 있다. 7년간 머슴살이를 하고서 첩을 건드렸다는 주인의 생트집에 쫓기듯 산으로 피신한 총각의 이야기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단적으로 말해, “마작철학”의 세계에서 자연과 성의 세계로 도피하고 있고, 하여 자연스레 문제적 인물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서사보다는 언어 표현, 시정과 젊은이들의 애정의 풍속의 묘파에 관심이 옮겨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세번째 흔히 ‘평양 시대’로 불리는 이 시기는 이른바 이효석 작품의 전성기로 불리울 만하다. 그의 주요작품 대부분이 이 시기에 씌어졌고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자전적 소설로서 ‘영서 삼부작’으로 묶이는 「메밀꽃 필 무렵」(1936), 「개살구」(1937), 「산협」(1941)이 그것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가족? 집? 핏줄? 고향? 조선의 전통적 생활문화’ 등의 이슈를 수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운동가의 후일담을 다룬 「장미 병들다」, 서구 구라파주의를 대표하는 장편 『화분』과 『벽공무한』, 그리고 일본어 소설 「은빛 송어」 「가을」 「은은한 빛」 등도 역시 모두 이 시기의 연장선 안에서 살펴질 수 있다. 이 평양 시대는 부단한 모색과 변화의 시기로서, 조선인들이 우리말로 작품 발표가 어려워지는 시기이자, 이효석에게는 자신의 문화에 대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생애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1938년에 발표된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는 ‘후일담문학’으로서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효석의 주된 주제 중 하나인 ‘떠돎, 유량’의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 주제는 이어서 「메밀꽃 필 무렵」 「여수」그리고 이효석 특유의 낭만적 심미주의, 구라파주의가 첨예하게 드러나 있는 장편 『화분』에도 긴밀히 연관되어 나타난다. 이 구라파주의가 갖는 의미는 경성제대 영문과에서 서구의 교양주의와 지성주의를 습득한 이효석이 ‘진리’ ‘아름다움’과 ‘보편주의’ ‘세계주의’가 일맥상통한다는 믿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장편 『벽공무한』(1940년 발표 당시 「창공」)과 단편 「하얼빈」(1940)은 그가 만주를 다녀와서 발표한 작품들로 ①외국 문화의 직접 체험 ②벽안의 러시아 여성과 결혼하여 함께 귀국한다는 이야기의 등장 ③‘만주’라는 타국의 문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문화를 재인식, 재발견하는 과정―식민지 문화 현실의 절감, 잃어버린 고향의 인식―이 나타나 있다는 점 등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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