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거대한 중국, 오늘날 중국의 자부심은
중국의 물질문화에서 시작한다
역사학과 고고학을 아우르는 역작
한자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중국 고대 문명은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중국을 이해해야만 한다.
불과 몇 세기 전까지 중국은 현재의 미국 이상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물질문화는 통치자의 사회적 생산과 삶 그 자체다.
한국과 중국, 문명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이어질 원무곡(圓舞曲)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지는 25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는 수교국 그 이상의 복잡한 의미가 있다. 19세기까지도 선조들의 손에 들려 있던 선진 문헌은 모두 중국의 것이었고, 중화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자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 표준을 형성하고 선점하려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비롯하여 한국과 중국은 멀어졌다가도 다시 가까워지고 완전히 떼어놓을 수도 없는, 긴장감 어린 춤을 영원히 추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 순간 높아지고 있고, 고도성장의 기조와 함께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보다 체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은 자국 문화 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적 가치와 문화의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나아가 중국의 시장규제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동질성만을 강조하며 적당히 기획되었던 콘텐츠들은 모두 실패했다. 양국이 처한 미묘한 현실과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을 이룬 정서가 어떻게 쌓여온 것인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스 문명이 서구를 비롯한 세계 문화에 끼친 영향이 그리스만의 것이 아니듯, 동아시아 문명의 바탕을 이룬 중국 고대 문명 역시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국 문화 연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역사 인식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계 속의 우리의 위치, 그리고 우리가 속한 문화 위치가 어디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소홀하게 여기는 납작한 역사 인식만을 고수해선 안 된다.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올바른 이해를 추구하게 해주는 도구다. 중국과 한국은 오랜 시간 복잡하고도 변화무쌍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든, 우리나라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었고, 앞으로도 그것은 계속될 것이다.
물질문화라는 화점(花點)을 통해 수천 년에 걸쳐 세계사에 기록된 중국 문명의 행마(行馬)를 이해한다
고대 중국 물질문화의 성과는 현재 많은 부분이 인류 보편 문명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이, 제련, 도자기, 방직 기술 등에서의 성과는 인류 문명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촉진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인들의 자부심과 믿음은 오늘날 중국이 추구하는 중화의 핵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란 매우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중 물질문화의 성취는 생산과 생활수준의 척도이자, 한 국가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이룩한 성취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가령 제련과 건축과 같은 물질문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이다. 건물에 관해 연구하면 고대 도시의 구성 요소와 요건, 방위와 요새의 배치 방법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전쟁과 도시의 방어, 국가의 삶과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결국 물질문화라는 것은 역사 그 자체이며 역사를 직접 반영한다. 이제 우리는 《중국 물질문화사》라는 렌즈를 통해 문화 유물들에 내재된 사회적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각도로 시간의 흐름을 관찰할 것이다.
고대 유물을 연구하는 데 있어 독특한 관점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필수적이지만, 모든 것들은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저자 쑨지는 계속해서 강조한다. 낯선 유물의 의미를 아름다운 논리로 설명해내는 것은 가치 있는 학문적 업적이지만, 그것이 역사가 아름답다는 말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역사 인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물으며, 아름답거나 매혹적이지 않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외면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물질문화사를 통해 중국의 고대사를 되짚는 동시에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때로는 매력적이지 않은 진실도 등장하고, 한국의 입장과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실에 대해서도 끈기 있게 톺아보며 역사에의 인식과 성찰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