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가지이 모토지로 · Novel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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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문학, 음악, 철학을 사랑한 요절 작가. 가지이 모토지로는 다이쇼 시대 말기부터 쇼와 시대 초기에 걸쳐 몇 개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다. 1924년 24세에 첫 작품 '레몬'을 쓰고,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문학은 늘 병상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일까.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의 불안하고 우울하고 피곤한 이야기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프고 우울하더라도 바닥에 처박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연한 희망을 품지도 않았다. 가지이 문학의 목적은 '불길한 덩어리', 즉 '권태감'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레몬'의 '나'는 짜증을 가라앉혀줄 '하찮고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 걷는다. 그리고 과일 가게에서 레몬 하나를 '숨 막히는 마루젠'에 몰래 두고 나온다. 그는 '레몬 근처에서만큼은 묘하게 긴장감을 띠는 것'을 느꼈다. 레몬을 두고 도망치는 계획을 세운 가지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정신의 고양감이나 정신의 긴장감이었을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 살고자 하는 것의 위대함, 살고자 하는 것이 자아내는 유머. 가지이는 병자였기에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정신의 고양'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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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레몬 1925 6 기악적 환각 1928 20 K의 승천 - 혹은 K의 익사 1926 28 교미 1931 44 태평한 환자 1932 60 옮긴이의 말 102 작가 연보 115

Description

가지이 모토지로는 다이쇼 시대(1912~1926년) 말기부터 쇼와 시대(1926~1989년) 초기에 걸쳐 몇 개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다. 생전에 그는 일류로 평가받지 못했다. 첫 작품 「레몬」을 쓴 것은 1924년 24세 때이고, 발표 무대도 《푸른 하늘》이라는 동인지였다. 그 후로도 그의 작품은 주로 동인지에 발표되었다. 1931년 말, 그의 마지막 작품 「태평한 환자」가 유일하게 상업 잡지 《중앙공론》(1932년 1월 호)에 발표된 게 전부다. 어린 시절, 가지이는 자연을 뛰어다니고 음악을 사랑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기숙사 친구들과 문학, 음악, 철학을 논하며 《푸른 하늘》이라는 동인지를 창간한다. 이 잡지에 처음 실었던 소설이 「레몬」이다. 이후 여러 동인지에 「성이 있는 마을에서」 「K의 승천」 등의 작품을 싣고, 1931년에는 「레몬」을 표제작으로 한 작품집을 발간했다. 1920년, 가지이는 폐결핵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한다. 「레몬」을 비롯하여 소설 속 주인공들이 거의 병을 앓고 있는 이유다. 1932년 1월, 가지이는 공식적인 문단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한 환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32세의 젊은 나이였다. 당시, 그는 무명의 신인이자 문학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의 불안하고 우울하고 피곤한 이야기다. 그 시절, 결핵은 불치병에 가까웠다. 가지이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프고 우울하더라도 한없이 바닥에 처박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연한 희망을 품지도 않았다. 그들은 소소한 재밋거리, 즉 레몬 같은 것을 발견했다. 레몬은 병을 낫게 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지이는 생의 절박한 시점에 레몬이라는 폭탄을 설치하는 행위로 잠시나마 재미를 느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가 마음을 내리 짓누르고 있었다. 초조함이라 해야 할지 혐오감이라 해야 할지,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오는 것처럼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숙취에 상응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 본문 중에서 가지이 문학의 목적은 ‘불길한 덩어리’, 즉 ‘권태감’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레몬」의 ‘나’는 짜증을 가라앉혀줄 ‘하찮고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 걷는다. 그리고 과일 가게에서 레몬 하나를 ‘숨 막히는 마루젠’에 몰래 두고 나온다. 그는 ‘레몬 근처에서만큼은 묘하게 긴장감을 띠는 것’을 느꼈다. 레몬을 두고 도망치는 계획을 세운 가지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정신의 고양감이나 정신의 긴장감이었을 것이다. 가지이는 권태감을 파괴하는 정신의 고양을 죽는 순간까지 추구했다. 살고자 하는 의지, 살고자 하는 것의 위대함, 살고자 하는 것이 자아내는 유머. 가지이는 병자였기에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욱 ‘정신의 고양’을 바랐다. 가지이 문학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가지이는 “어둠과 빛을 그려낸 소설가”로도 불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가 마음을 내리 짓누르고 있었다’라는 「레몬」의 첫 문장에서 어둠과 빛이 동시에 느껴진다. 소설과 병. 가지이의 소설은 병자가 아니었다면 쓸 수 없는 지극히 건강한 문학이다. 가지이는 어둠과 하나가 되는 모순을 사랑했다. 그는 절망스러운 현실 속으로, 즉 어둠 속으로 한 발 내디뎠다. 「레몬」에서도, 「어느 마음의 풍경」에서도, 「K의 승천」에서도, 「교미」에서도 그는 어둠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 배경 속으로 가느다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어둠의 풍경 위로 떠오르는 현실의 사물에 그는 매료되었다. 과일 가게 선반에 놓인 레몬이 그렇듯이. 빛을 내재한 레몬이라는 사물은 그에게 미의 극치, 생명의 충만, 무한한 행복이었다. 세기말의 권태와 병자의 불안 속에서도 그는 ‘어떤 의지’를 잃지 않았다. 가지이의 소설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삶의 의지를 놓지 않은 마음속 풍경. 그래서 가지이의 환상은 건강하다. 「레몬」은 소설이라기보다 소품 혹은 산문시의 범주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짧은 소설이 시간을 견뎌 오늘에 이른 것은 그 ‘정신’이 문학의 근본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가지이는 격렬한 열정의 시인이자 염세적 철학자였다. 그 상반된 가지이의 세상 속으로 이제 당신이 들어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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