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간한 번역서 『강대국 국제정치와 한반도: 트루먼, 스탈린, 마오쩌둥 그리고 6.25전쟁의 기원』를 소개한다. 이 책은 퇴역 미 공군중령이자 1967년부터 지금까지 53년 동안 미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처드 쏜턴(Richard C. Thornton)이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발간한 Odd Man Out: Truman, Stalin, Mao, and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란 제목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6.25전쟁은 한국인에게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전쟁이다. 국제정치사적으로 보면 유럽에 국한되어 있던 미소 냉전체제를 지구상 도처로 확대시킨 시발점이다. 그 과정에서 미소 냉전체제가 고착되었다는 전통적인 관점과 달리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과 소련의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인해 이처럼 되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국공내전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려 했던 마오쩌둥, 이 같은 중국을 예속시켜 대미 견제 수단으로 삼으려했던 스탈린,?미국인과 자유진영 국가 국민들에게 공산주의의 위험을 각인시킴으로써 국방비 증액을 정당화하고자 했던 트루먼의 전략적 계산이 한반도에서 6.25전쟁이란 동족상잔의 비극을 가져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트루먼 입장에서 남북통일은 명목상의 목표였으며, 실제 목표는 미군과 중공군이 가능한 한 장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치열하게 싸우게 함으로써 미국인과 자유진영 국가 국민들에게 공산세력의 위험을 절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국방비를 400% 증액시키고 지구상 도처에 동맹을 결성함으로써 냉전 승리의 초석을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련이 추구한 목표 또한 한반도에서 미군과 중공군의 격돌을 통해 중국을 자국에 예속시키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스탈린이 유엔주재 소련대사 말리크를 1950년 1월 유엔에서 퇴장시킨 후 유엔군참전이 결정된 1950년 8월 중순 이후 복귀시켰으며, 북한군이 부산을 겨냥한 신속한 진격이 아니고 서울에서 1주일 동안 체류하게 했던 것은 미군의 참전을 용이케 하고 북한군을 패배하게 함으로써 미군과 중공군이 한반도에서 격돌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은 북한군이 남침하는 경우 유엔군 형태로 참전하여 낙동강까지 후퇴한 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반격할 것이란 내용의 전쟁계획인 SL-17을 1949년 9월 작성했으며, 이 계획을 1950년 6월 19일 모든 관련 부서에 배포했다고 한다. 이 계획은 물론이고 트루먼이 한강 방어가 아니고 낙동강 방어를 고수한 이유, 유엔군의 38선 북진 결심, 북진 과정에서 워커 중장의 8군과 알몬드 소장의 10군단으로 지휘를 양분한 이유, 중공군이 청천강 이북 지역에 대거 포진해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상태에서 트루먼이 맥아더에게 유엔군의 압록강 진격을 명령했던 것은 미군과 중공군이 격돌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6.25전쟁에 관한 대부분 책은 전투 및 전술적 수준의 것이었다. 이 책은 6.25전쟁의 주요 행위자인 미국의 트루먼,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 간의 상호작용을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이다. 역자인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은 이 책을 선택해 번역한 이유를 “6.25 전쟁의 기원을 강대국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분석한 내용으로, 이를 통해 기존 연구와 논의의 폭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확신하며, 뼈아픈 과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기를 기대하면서, 외교 및 안보 분야 정책당국자와 연구자 및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