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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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원 고료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소설집 《괜찮은 사람》,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 강화길의 첫 장편소설 “데이트 폭력에서부터 뉴페미니즘의 의미 소환까지 논쟁을 몰고 올 작품” _심사평 중에서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사람 상처받지 않고 겁먹지 않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강간당하지 않는 사람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정아은의 《모던 하트》, 이혁진의 《누운 배》 등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2017년인 올해도 어김없이 스물두 번째 수상작을 냈다.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다른 사람》은 심사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함께 최근 급부상하는 영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는 점”과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과 사건에 대한 집중력 있는 묘사를 유지하면서, 주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과감하게 직구를 던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263 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당선됐다. 수상자 강화길은 2012년 등단한 이래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며, 2016년 말 소설집《괜찮은 사람》을 냈고, 단편 〈호수-다른 사람〉으로 2017년 제8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첫 장편이기도 한 《다른 사람》에서도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트 폭력’, ‘여혐’, ‘성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진정성 있게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남녀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폭력(정신적인 부분 포함)을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르다’며 외면하는 공감의 단절을 의미한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우리가 지켜보아야 할 완전히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며, 어쩌면 이삼십 대 세대의 첫 페미니즘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인물 대부분은 그 수위가 다를 뿐 성에 관한 다양한 폭력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냐는 물음에 작가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문학을 위한 설정이 아닌, 우리가 외면해온 주변의 흔한 상황일 뿐이라고. 소설은 ‘유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 기억은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부조리와 공포, 불안이자 여성끼리 주고받아야만 했던 외면과 상처이다. 늘 그렇듯이 여성으로서의 생존 서사에서 누구는 이겨내고, 누구는 좌절하며, 누구는 죽고 만다. 소설의 끝에서 작가가 호명하는 ‘너’라는 단어는 우리가 잊었다고 믿고, 잊기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어떤 기억이자 진실 앞에 우리를 서게 한다. 이렇듯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의외로 담담하게 진행되는데 이는 작가의 문체와 관련이 있다. 심사를 맡았던 정여울 작가는 이를 두고 “나는 강화길의 직접적이고 원시적인 문체가 좋다. 이리저리 세련되게 돌려 말하지 않고, ‘전 이게 정말 싫어요’라고 외칠 줄 아는 담력과 뚝심이 좋다”고 평하기도 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역시 “진정으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은 글에서 힘을 빼야 한다”며, “소설《다른 사람》은 바로 그 점을 증명한다”고 평했다. “페미니즘의 최신형 무기” 이야기를 끝낼 사람은 바로 ‘너’다 주인공 진아는 같은 회사 상사이기도 한 남자친구로부터 몇 차례 폭행을 당한다. 견디다 못해 고소를 했고, 재판 끝에 가해자는 겨우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는다. 이후에도 협박이 계속되자 진아는 그 이야기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공론화했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진아 편을 들어주는 듯했다. 그러나 직장 동료인 김미영이 진아가 남자친구를 이용한 거라며 사내게시판에서 오간 말들을 올리자 여론은 순식간에 반전돼 어느새 진아는 “맞아도 싼 년”이 되어버렸다. 진아는 이후 몇 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매일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한다. 왜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는지, 자신이 왜 한심한 여자인지 알기 위해서. 어느 날, 진아는 평소처럼 댓글들을 살펴보다 “김진아는 거짓말쟁이다. 진공청소기 같은 년.”이라는 글을 발견한다. 글을 쓴 아이디는 @qw1234. 이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짓말쟁이’, ‘진공청소기’ 이 단어들은 진아를 알지 못하면 떠올릴 수 없는 말들이다. 그리고 이 말은 잊고 지냈던 12년 전으로 진아를 소환한다. 죽은 친구 유리에 대한 기억과 함께. 진아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당사자를 찾아 고향 안진으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진아는 안진에 있는 대학교에서 1, 2학년을 보냈다. 12년 전 그곳에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들인 수진, 유리, 동희, 현규가 있다. 진아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알고 있는 수진, 모든 남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가진 유리, 안진 유지의 아들로 모든 걸 갖춘 현규,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권력 앞에 조아릴 줄 아는 동희. 소설은 이들 네 명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씨줄 날줄로 엮여나간다. 각 장마다 달라지는 화자를 쫓아가며 퍼즐 맞추듯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진아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유리를 애써 모른 척하고 도와달라는 마지막 요청까지 외면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안진을 떠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유리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안진에 내려가 글을 올린 당사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진아는 뜻밖에 유리와 수진, 그리고 자신에 얽힌 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해 주위의 모두가 유리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진아는 버리고 싶었던 과거를 되새기는 동안 현재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 상처받지 않고 겁먹지 않는 사람,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홀로 몸부림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도와달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 때 마침내 이야기가 끝날 수 있음을 진아는 뒤늦게 깨닫는다. 평론가 정홍수는 이 소설이 불안하고 불온하여 놓아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이야기를 끝내야 할 사람은 ‘너’라는 불편한 호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개시와 호명의 힘이 강렬한데, 분노 못지않게 지적인 통제가 섬세하게 작동한 결과라는 이유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