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일본 추리소설 1세대 작가 니키 에쓰코가
본명 오이 미에코로 남긴 유일한 동화집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린 「메모아르 미술관」 「어느 물웅덩이의 일생」 등
아기자기한 무지개처럼 저마다 다른 빛깔을 간직한
여섯 가지 이야기가 선사하는 가슴 따듯한 추억과 감동
일본 추리소설 1세대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 니키 에쓰코가 본명 오이 미에코로 남긴 유일한 동화집인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니키 에쓰코’는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바 있는, 제3회 에도가와란포상 수상작 『고양이는 알고 있다』,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작 「빨간 고양이」 등을 통해 친숙한 이름이지만, 작가의 본명인 ‘오이 미에코’로 발표된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리소설가 니키 에쓰코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으나 오이 미에코는 처음에 동화 작가로 글쓰기 활동을 시작했고 평생 10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하였으며, 그중에는 이번 동화집에 수록된 「메모아르 미술관」 「어느 물웅덩이의 일생」을 비롯해 「거짓말쟁이 여우」가 일본 국어 교과서에 오랫동안 실리는 등 동화 작가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번역하여 펴낸, 오이 미에코의 대표 중단편 동화 여섯 편이 실린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는 일본 내에서 작품성에 관한 한 이견이 없다고 높이 평가받는 <다시 읽고 싶은 가이세이샤 문고 걸작 동화집> 시리즈를 통해 30여 년 만에 복간된 책이다. 오이 미에코 생전에 동화책으로서는 이 책만이 유일하게 출간되었던 배경에는 당시 동화라는 장르를 소위 얄팍한 문학으로 취급했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작가의 작품 활동 추錘가 추리소설 쪽으로 기울게 되었고, 이후 작가가 다소 이른 5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그녀의 동화가 소개되지 못했다는 이유들이 있었다. 이런고로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 역시 1976년 개정판이 절판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가 2009년, 어린 시절 오이 미에코의 이야기를 읽고 자라 성인이 된 독자들의 꾸준한 복간 요청으로 새롭게 세상에 나오면서 시대와 연령을 뛰어넘어 다시 사랑받고 있으며, 동화 작가 오이 미에코도 오늘날 재조명되고 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았던 작가의 개인적인 아픔과
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때론 밝게, 때론 애잔하게,
때론 통쾌하게 승화시키고 있는 동화집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 건전한 유머가 가득한 이야기들을 그려 내며 읽는 이의 마음에 사랑과 희망, 많은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오이 미에코는 사실 인생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던 작가였다. 네 살 때 일종의 골결핵인 척추카리에스에 걸려 서른을 즈음에 수술을 받고 휠체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꼼짝없이 누워서 지내야 했던 그녀는 일곱 살 때는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두 오빠의 손에 자랐다. 다행히 오빠들은 동생이 바른 인생관을 가지고 그늘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보살핌과 지원을 해 주었고, 덕분에 오이 미에코는 세상 모든 일에 왕성한 흥미를 가지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 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나, 그녀가 열세 살이 되던 해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큰오빠는 군인으로 소집되었다가 전사하고 말았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오이 미에코는 불편한 몸으로 글을 쓰는 가운데서도 장애 문제와 반전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전쟁 유가족들과 함께 전쟁의 참사와 아픔을 기록하는 일에 힘썼다. 이와 같이 국가를 위한다는 구호 아래 개개인을 짓밟는 권력자들에 대한 강한 분노와, 나아가 늘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오이 미에코 동화에 굵직한 주제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오이 미에코의 동화를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동화는 때로는 초등학생 아이, 때로는 어른, 때로는 의인화된 자연까지 각기 주인공 화자가 다르고, 주제도, 내용도, 분위기도 저마다 고유하지만, 이렇듯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하나의 공통된 모티프를 통해 마치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처럼 한데 잘 어우러지고 있다. 발표 당시 그동안 일본 동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세련된 제목과 발상,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으로 “동화라는 장르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라 찬사받은 「수요일의 아이, 쿠르트」를 비롯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지어진 여섯 가지 이야기는 어쩌면 잊고 살았던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함과 더불어 결코 가시지 못하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 일본 독자들의 평
★★★★★ 영혼의 보석으로 남을 수작은 꼭 어른이건 아이건 할 것 없이 읽었으면 합니다.
★★★★★ 복간을 기다린 지 10년 이상. 오랜만에 정겨움을 느꼈고,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 어머니가 오래전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저의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 책에 수록된 「메모아르 미술관」을 정말 좋아하셔서 다시 한 번 읽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복간된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다시 읽었네요! 다른 단편들도 모두 수작으로, 오이 미에코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 미야자와 겐지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세계관과 부드러움. 「핏빛 구름」은 지금에야말로 읽히고 싶은 작품입니다.
★★★★★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만약 『고양이는 알고 있다』를 쓰지 않았더라면, 오이 미에코가 미스터리 작가 니키 에쓰코로 역량을 꽃피우지 않고 계속 동화를 적었더라면 지금 일본 아동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 동화 장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성황을 이루었겠지요?
★★★★★ 아이와 함께 애독하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쿠르트가 귀엽고,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독특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 다양한 단편집에서 세상에 아동문학이 한 권만 있다면 이걸로 충분하다, 라고 강렬하게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한 권의 책입니다.
★★★★★ 투명한 양지에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그저 한없이 밝은 이야기가 아니라 아동문학으로서의 재미, 기쁨, 건강한 지혜 같은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과 이러쿵저러쿵 주입되는 말들에 지칠 때 이 책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