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또는 유년의 기억

조르주 페렉 · Novel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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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110권. <사물들>, <인생 사용법> 등으로 유명한 조르주 페렉의 자전소설. 작가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배치해, 나치가 저지른 학살과 유년 시절에 대한 불분명한 기억을 되새겨 나간다.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와 함께 파시즘의 군중심리를 훌륭하게 서술한 문학작품으로 언급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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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또는 유년의 기억 · 7 작품해설 / 진실 또는 허구 · 188

Description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문학 실험의 주인공, 조르주 페렉의 자전소설 『W 또는 유년의 기억』 『사물들』, 『인생 사용법』 등으로 유명한 조르주 페렉의 자전소설 『W 또는 유년의 기억』(1975)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배치해, 나치가 저지른 학살과 유년 시절에 대한 불분명한 기억을 되새겨 나간다. 이 작품은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지금이 아니면 언제?』와 함께 파시즘의 군중심리를 훌륭하게 서술한 문학작품으로 언급되어 왔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의 재구성은 가능한가? 자서전 형식에 대한 문학적 소송, 『W 또는 유년의 기억』 소설에는 두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나는 모험소설이다. 주인공 가스파르 뱅클레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이웃 가족에게 입양되어 반은 아들처럼 반은 머슴처럼 자란다. 어른이 된 그는 군대 생활 중 작전지로 끌려갔다가 탈영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어 지내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정체를 아는 누군가가 편지를 보낸다. 그는 바다에서 W섬 근처에서 실종된 소년을 찾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실종된 소년의 이름은 가스파르 뱅클레, 그가 빌린 이름의 당사자다. 이름을 빌린 가스파르 뱅클레는 소년을 찾으러 마지못해 W섬으로 떠난다. 다른 하나는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자서전은 유년의 기억이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나에겐 유년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는 어린 시절 일어난 전쟁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자주 옮겨 다녔지만 경로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또, 어릴 때 자신은 늘 어딘가 아팠다고 기억하지만 정말 그랬던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쩌다 머릿속에 떠오른 일화들은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라 자서전을 쓰기에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자기 생을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그는 기억을 창조해 쓸 수밖에 없다. 그에게 자서전 쓰기는 잃어버린 유년을 위로하는 작업이다. 물론, 자서전을 사실 그 자체의 고백이라고 간주한다면 유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작가는 자서전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억이란 기억하는 자를 쉽게 기만하기에, 진실 자체를 재구성하는 자서전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하다. 페렉의 글은 통상적인 자서전에 대한 의문, 기억에 대한 의심, 망각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는다. 교차하는 텍스트, 간섭하는 이야기. 각각의 서사는 저마다의 흐름을 타고 흥미롭게 전개되지만, 두 이야기는 기억이라는 코드를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이룬다.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한 작품으로 묶여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은 당시 프랑스 문단에 화제로 떠올랐다. 작가 스스로도 “이 책에는 두 개의 텍스트가 단순하게 교차하며 두 텍스트 사이의 어떤 공통점도 없다.”라고 말해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을 터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야기 같은 두 글은 사실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어서, 따로 존재해서는 그 의미가 온전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는 멀리서 다른 이야기가 비추는 조명을 받아야만 그 의미가 희미하게 밝혀질 뿐 아니라, 이 작품 전체는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두 개의 텍스트는 어떤 공통점도 없지만 풀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있다.” 이야기는 서로 간섭하고 끼어들어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도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곧 작품 이해의 중요한 단서이다. 단절은 전쟁으로 파괴된 페렉의 유년 시절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강제수용소와 올림픽 정신의 유사성? 역사의 악몽, 나치의 강제수용소 기억하기. 전쟁은 페렉의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났다. 이 해의 올림픽은 유대인의 참가를 금지하고 유색인종의 승리를 부인했던, 파시즘으로 얼룩졌다. 그리고 1939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아버지를, 강제수용소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페렉의 머릿속에 올림픽, 전쟁, 수용소는 한 묶음으로 뭉쳐 다녔다. 이 생각 뭉치는 W섬에 대한 발상으로 이어졌다. 가스파르 뱅클레가 찾아간 W섬은 올림픽의 이상이 지배하는 곳이며, 이야기 전체가 파시즘의 알레고리이다. 이곳에서 패자는 늘 극심한 괴롭힘과 고통에 시달리고, 승자는 일시적으로 추앙받는다. W섬에서는 정당한 승패보다 운이 중요하며,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아를 버리고 내내 싸워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다. “화들짝 잠에서 깨면 사라질 것도 아니고, 머리에서 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이런 것만 존재할 뿐 다른 것은 없고,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리라고 믿거나 다른 것이 있다고 믿는 척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여기에서는 스포츠 정신과 (일회적인) 승자만 영광을 누리고, 선수 자체는 경멸받으며, 패자는 때때로 처형당한다. 의지를 빼앗긴 삶, 독자는 이 폭력적 삶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페렉이 ‘홀로코스트’를 해석하는 방식, 올림픽 이상이 지배하는 W섬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뼈 무더기, 잿빛 얼굴, 구부러진 등, 공포에 사로잡힌 눈동자, 곪아 터진 상처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는지. 어떻게 이렇게 무섭고 불쾌한 ‘경기’가 벌어질 수 있었는지, 심지어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의 응원까지 받으면서. 그리고 이 소름끼치는 경기장. 이는 비단 W섬에만 해당되는 비유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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