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 ‘8개의 익살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장-미셸 리브의 ≪동물 없는 연극≫은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놀람의 예술에 바치는 겸허한 기여고 사회제도의 침울한 감금 장치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경의”다. 8편의 짧은 단편 희곡에는 러브 스토리나 에로틱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일상의 사소한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다. 치사함, 비루함, 비겁함, 종교에 대한 편협함, 지적 허영심 등 어디서나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러나 주제가 천박한 코미디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격조와 조화를 유지하고 있다. 시, 환상, 파스, 철학 등을 담고 있는 조각조각의 퍼즐을 통해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하는 코미디다. ‘동물 있는 연극’은? “사실은, 우리가 말이야. 매일 조금씩 동물로부터 멀어진다는 데 있어. (…) 사실 우린 동물 외에 다른 게 아닌데.” 작품의 제목이 되고 있는 “동물 없는 연극”의 의미는 여덟 번째 단편 희곡 <추억>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동물 없는 연극”은 부재를 통해 존재를, 부정을 통해 긍정을 찾아보게 하는 작품인 것이다. 여덟 편의 단편 희곡은 기성 가치 속에 결정되어 있지 않은 세계, 우리의 상상력을 거세하지 않고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 어떤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주기 위해 매번 작은 혼란의 순간을 만든다. 조용한 일상을 교란시키고, 진부한 생각을 누전시켜 상투적인 관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래서 이 세상이 이렇게 되도록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의 문이 출구 없이 다 닫혀 버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작가는 “동물 없는 연극”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 유머가 부조리와 함께 존재하는 어떤 세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