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처형 극장>>에서 시적 화자는 죽음과 파멸의 시대를 보고 겪고 살아간다. 그러나 실상은 아무것도 죽지 않고 파멸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것은 끈질기고 생생한 게 현실이다. 딱지처럼 두껍게 눌어붙은 이러한 위장된 평온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칼날이 바로 시인의 시이다. 그래서 시인은 견자의 시선으로 죽음과 불안의 명확한 근원과 그 체계적인 역사를 기술하고, 삶이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처형하고 사멸하는 배우를 자처함으로써 절대적 무화를 통해 절대적 정화를 길어 올리는 영원한 거듭남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