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든, ‘빈’에는 그것이 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도시인 빈은 중부 유럽을 둘러볼 때나 동부 유럽을 방문할 때 모두 포함되는 곳이다. 그만큼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 하는 도시로 통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문화 예술과 지성을 이끌었던 빈은 지금까지도 그 영광의 흔적들을 도처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클림트나 에곤 실레를 비롯한 화가들의 본고장이며, 화려하고 조형적인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들과 함께 모더니즘의 간결한 건축 미학을 발현시킨 건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화려하고 낭만적인 과거의 양식과 20세기 이후의 시대를 예측한 듯한 절제되고 모던한 양식이 공존하는 빈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다각도로 접근해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장 유명한 ‘빈 분리파’를 기점으로 그 과거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미술관들을 따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는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의 시대와 말러 및 쇤베르크의 시대가 남긴 흔적을 별개로 추적할 수 있다(혹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궁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연상케 하는 근대 건축물을 비롯해 훈데르트바서의 실험적인 아파트까지, 빈에 온 여행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확실히 알아 두어야 정해진 일정 내에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린, 나만의 빈 여행을 떠나기 위해 카페의 도시라는 빈에서 카페는 몇 군데를 방문해 볼까? 어느 오페라극장에서 어떤 공연을 하나쯤 볼까? 수많은 미술관 중에 내가 좋아하는 시대의 작품이 많은 곳은 어디일까? 혹은, 관광객들이 많이 가지 않아 호젓하고도 아름다운 장소가 좋을까? 빈의 문화와 역사에 관해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박종호의 『빈』은 유독 분량이 방대하다. 독자로 하여금 빈에서 만나고 싶은 곳을 직접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빈이 품고 있는 다양한 면모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가 가장 화려했던 시대를 상징하는 장소와 2차 대전에 얽힌 어두운 기억을 담은 장소, 오래되고 역사적인 ‘빈 카페’와 새롭게 탄생한 젊은 카페, 역동적인 젊은 예술가들로 가득한 현대미술 센터와 고전 걸작으로 가득한 미술관까지,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짧은 여행 안에 모두 방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명소가 소개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냥 유명한 도시라서 빈에 가는 게 아니라, 빈에 ‘그 장소가 있기 때문에’ 가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더욱 설레는 일이 되고, 도착해서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직접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코스를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 명소들을 빼곡하게 배열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미리 이 도시를 방문해 지나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는 빈에서 가장 작다는 꼬마 같은 카페에 눈길이 가고, 또 누군가는 시내 한복판에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기리는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 앞에서 오래 머물 것이다. 누군가는 20세기 이전의 세계를,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서 태동한 ‘모던’의 세계를 살펴보고 싶을 것이다. 이처럼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알게 되며, 그를 통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한 빈 여행 코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 코스가 된다. 누구나 보는 빈이 아닌 나만의 빈을 만나고 싶은, 나아가 나만의 여행이 선사하는 소중함을 아는 여행자라면 이 책을 통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