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마키아벨리(Nicolo Machiavelli)가 말한 것처럼 시운(時運)과 같은 어떤 보이지 않는 결정력(fortune)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력하여 원하던 바를 성취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운명을 극복했다고 말하겠지만, 실패한 사람은 운명의 여신이 자기를 저버렸다고 푸념할 것이다.
풍운의 한말을 살다간, 갑신정변 5걸로 불리는 김옥균(金玉均), 홍영식(洪英植), 박영효(朴泳孝), 서광범(徐光範), 서재필(徐載弼)의 생애를 돌아보면, 준비되지 않은 야망이나 꿈은 운명을 탓할 것 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실패가 자신만의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되물림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아픔을 남겨준다는 사실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개화파가 도모하고자 했던 꿈을 잘못되었다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위대한 궁수가 과녁을 맞추기 위해서 과녁보다 높게 활을 겨냥하듯이, 목표를 높게 잡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당시의 시류나 민중보다 앞서 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역사에 흔히 있는 일이고 용서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의 무모함이었다. 그들은 10대 소년을 포함하여 스무나문 명의 젊은이들로써 민족의 장래를 바로잡으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들의 삶이 지나간 지 12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함께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육성을 들어 본다는 것은 갑신정변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당시 혁명의 주역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남긴 회고록 4편을 여기에 내어 놓는다. 그들의 고백이 한국현대사를 복원하는 데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