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지도

제프리 K. 올릭
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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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사회학자 뒤르켕에서 경제학자 베버, 사회학자 하버마스, 문예학자 바흐친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주목한 집단기억의 지형을 탐색한다. 집단기억은 역사학과 사회학을 비롯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 연구의 주요 주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워낙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다 보니 집단기억연구에 일관성이나 체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집단기억연구 분야에서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해 온 저자 제프리 올릭의 질문과 모색, 학문적 성과를 담고 있다. 그는 개념사적 접근법으로 그간의 집단기억 담론을 훑어 나가며 집단기억이라는 용어가 변화하는 상황과 조건, 담론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며 변천했는지, 이러한 용법이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게 하는지 혹은 무엇을, 어떻게 보지 못하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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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서문_집단기억에서 후회의 정치까지 서사의 사회 | 독일의 역사가 논쟁 | 알브바슈의 유산 | 기억의 정역학과 역학 | 집단기억과 역사사회학 | 집단적 기억행위 | 후회의 정치 | 집단기억의 사회학과 후회의 정치사 1부. 집단기억,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능동적 과거 1장. 집단기억_두 개의 문화 집단기억의 유래 | 충돌하는 두 문화 개념 | 집합기억과 집단기억 | 사회기억 연구 2장. 집단기억과 문화적 구속_독일 정치의 홀로코스트 신화와 합리성 새로운 정치문화 분석과 해석학적 전환 | 문화적 구속의 신화적·합리적 논리 | 독일 정치문화의 홀로코스트 신화 | 의미의 역사체계로서 정치문화 3장. 장르기억과 기억장르_독일 1945년 5월 8일 기념의 대화론적 분석 기념의 장르 효과 | 서독역사 속 1945년 5월 8일 | 장르기억이라는 렌즈 4장. 기억의 결합태_과정-관계론적으로 접근한 독일 사례 집단기억의 해로운 가정 | 과정-관계론적 대안 개념 네 가지 | 새로운 시간주의자 2부. 후회의 정치, 과거의 잘못을 대면하는 새로운 방식 5장. 후회의 정치_분석틀 첫 번째 분석틀, 철학-법학담론 | 두 번째 분석틀, 이행론 |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정치적 후회 | 정치적 후회의 물결 6장. 후회의 가치_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 시대 아데나워의 타협 | 과거 유산을 둘러싼 두 가지 기준 | 남아프리카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 올바르게 후회하는 시대 7장. 신정론에서 르상티망까지_보상의 시대와 트라우마 르상티망 개념사 | 르상티망의 유산 | 르상티망과 근대성 | 분화된 역사적 유형론 8장. 집단기억과 만성적 시간분화_역사성과 공론장 기억의 역사 | 기억과 근대성 | 변형된 시간성 | 근대성과 공론장 | 만성적 시간분화 | 다문화주의의 다조성 | 기억 정체성주의

Description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능동적 과거, 집단기억 “그가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는 그가. 무릎을 꿇어야 했지만 꿇지 않았던 사람들, 감히 무릎을 꿇을 용기가 없어서, 무릎을 꿇을 수 없어서, 무릎을 꿇을 용기를 낼 수 없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1970년 12월 폴란드를 공식 방문한 서독수상 빌리 브란트가 바르샤바 게토에 봉헌된 기념비 앞에서 사죄했을 때의 진술이다. 인간은 기억 속의 과거와 더불어 살아가는 기억의 주체(Homo Memoricus)이다. 기억 중에는 자랑스러운 것도, 혐오스러운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이런저런 기억을 반추하며 현재의 고난을 달래고 미래를 꿈꾼다. ‘재현’되는 것으로서의 기억은 내용에 따라 현재의 삶에 서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기억 중에서도 집합적 삶의 터전인 국가나 사회의 존립과 직결된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은 구성원들이 공들여 가꿔야 할 역사적 책무에 속한다. 한국사회의 2010년은 거국적으로 기억해야 할 현대사의 사건주기가 돋보인 시기였다. 멀리는 일제에 강점당한 지 꼭 한 세기가 되는 해였는가 하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도 각기 50주년과 30주년을 맞았다. 이들 모두는 흘러간 흔적이 아니라 국가존위, 민족화해, 정치발전, 사회통합 등 우리가 풀어가야 할 국가적 쟁점들과 연관된 재현의 대상이다. 집단기억의 가치는 과거사에 연루된 의미를 풍성한 상상력으로 얼마나 의미 있게 재현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상상력이 결여된 기억에서는 과거가 박제된 사건의 연속으로 잔류하기 때문이다. 반면 집단기억이 정파적 이념이나 이해득실의 차이를 넘어선 집합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그것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공동체의 번영에 보탬이 되는 위력을 지니게 된다. 집단기억에는 ‘삶에 보탬이 되는 지혜나 교훈의 보고’라는 온축적 가치를 넘어, 역사의 물줄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바꾸려는 집합적 열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황점검이 필요하고, 현황을 파악하려면 경과를 검토해야 하며,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집단기억은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인식적 가교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대면하는 새로운 방식, 후회의 정치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해왔듯, 기억도 정치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과잉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고와는 달리, 과거에 관한 공식적 해석 없이 과오청산을 요구하는 소청이나 투쟁은 날로 고조되어왔고, 갈릴레오 박해에 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참회, 아일랜드 감자기근에 대한 토니 블레어 수상의 사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노예제도 사죄와 같은 후회의 물결이 이어져왔다. 국내의 경우에도 역대 정권은 ‘역사바로세우기’, ‘제2 건국’, ‘과거사 청산’ 등을 중시했다. 집단기억은 역사학과 사회학을 비롯하여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 연구의 주요 주제가 되었고 기억과 사죄, 보상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대중 일간지의 지면을 장식하며 인문학계나 사회과학계의 핵심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또한 워낙 다양한 맥락에서 용어가 사용되다 보니 집단기억연구에 일관성이나 체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집단기억연구 분야에서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해 온 저자 제프리 올릭의 질문과 모색, 학문적 성과를 담고 있다. 그는 그간의 집단기억 담론을 훑어 나가며 집단기억이라는 용어가 변화하는 상황과 조건, 담론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며 변천했는지, 이러한 용법이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게 하는지 혹은 무엇을, 어떻게 보지 못하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저자가 집단기억과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학자로서 눈을 뜨게 된 것은 ‘독일 역사가 논쟁’에 대한 비평을 읽으면서였다. 독일의 역사가 논쟁은 1980년대에 독일의 보수 학자인 에른스트 놀테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두고 역사상 여느 잔혹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상적’ 정치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쓴 글에서 시작되었다. 놀테와 같은 신보수주의 역사가들과 하버마스를 비롯한 진보학자들이 서로 비판하는 글을 주고받으며 독일역사와 정체성에서 홀로코스트의 지위에 대해 논평했던 이 논쟁은 집단기억과 정체성, 정치적 정당화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세력이 시간과 맥락 속에서 경합을 벌이는 장으로서 집단기억을 이해하려면 집단기억 연구에 새로운 어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집단기억을 하나의 실체로 가정하거나, 물화하지 않으면서 시간성과 관계성 속에서 집단기억의 역학을 설명할 개념과 어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의 집단기억 담론을 훑어보며 다양한 학제와 상황에서 사용된 집단기억 개념의 형성과 변천을 더듬는 동시에 브루디외와 바흐친, 엘리아스의 통찰에 기대어 기억의 장, 기억장르, 기억의 기억, 기억의 결합태 등의 용어를 제안한다. 모든 진술에는 출전을 빠짐없이 명기했으며 금기, 도덕, 매체, 권력, 인권, 공론장, 르상티망(Ressentiment), 신정론(神正論) 등 일련의 개념 설명도 여간이 아니다. 역사는 집단기억에서 비롯되어 후회의 정치를 통해 진화한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독일 사례를 통해 집단기억 연구의 새로운 어휘와 접근법을 모색하고 적용한다. 저자는 현대사의 엄청난 비극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정치 지도자나 국민들의 반응을 주제로 한 사례연구에서 장(field), 매체(medium), 장르(genre) 및 프로파일(profile)이라는 독창적 개념을 활용해 기억이 어떻게 정치적 행동을 조직화하는가를 탐구한다. 2부는 집단기억의 힘에 의해 새로운 정치문화가 구축되어가는 과정을 ‘후회의 정치(the politics of regret)’라는 주제 하에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우리는 과거사 인정과 사죄, 보상이 빈번히 이야기되는 시대, 진실위원회와 기념의례, 유감과 사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학은 주로 이행론과 보편적 인권담론이라는 두 가지 틀을 통해 후회의 정치를 설명해 왔다. 하지만 제프리 올릭은 상황적 변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이행론이나 보편적, 목적론적인 인권개념을 바탕으로 한 인권담론으로는 우리 시대의 후회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고 본다. 2부는 이러한 이행론과 보편적 인권 담론을 넘어서 역사사회학적으로 후회의 정치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종말론의 쇠퇴로부터 신정론, 혁명담론, 산업사회가 낳은 사고와 보상, 그리고 최근의 트라우마와 치유 담론에 이르기까지 후회의 정치가 발달한 과정을 개념사적으로 살펴본다. 그렇다면 전환기적 정의와 보편적 인권의 실현이라는 인도주의적 관점을 배제한다면 후회의 정치에는 또 다른 어떤 가치가 있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지점에서 후회의 정치를 르상티망과 연결한다. 그는 후회의 정치의 뿌리에 있는 르상티망을 잔혹한 20세기가 낳은 하나의 병리 현상이 아니라 근대성의 핵심으로 보라고 제안한다. 그런 의미에서 8장에 언급된 장 아메리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나치의 고문 희생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메리의 표현을 빌면 르상티망은 ‘어이없게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돌려놓으라고, 일어난 사건을 일어나지 않은 사건으로 돌려놓으라고 주장한다.’ 아메리는 이러한 르상티망을 자신의 본질적 일부로 인정하며 미래를 향한 성급한 화해와 때 이른 망각에 끝까지 저항했던 사람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최근 일어나는 사죄와 보상, 기념의례가 후회의 정치의 종착역이 아니라는 것을, 바흐친을 빌어 올릭이 이야기하는 기억의 ‘장대한 시간’이라는 사슬에 연결된 하나의 고리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10여 년에 걸친 저자의 질문과 고민이 담긴 이 책은 기억담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