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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머리말_김 해심|존 K. 그란데 크리스 드루리 Chris Drury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소우주와 대우주의 세계 질 부르니 Gilles Btuni · 마르크 바바리 Marx Babarit 생물의 서식지와 상호작용하는 공간 앨런 손피스트 Alan Sonfist 토착 생태계를 복원하는 환경조각 데이비드 내시 David Nash 자연과 협동하는 살아 있는 예술 닐스 우도 Nils-Udo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된 유토피아의 세계 크리스 부스 Chris Booth v 원주민의 문화를 드러내는 장엄한 돌조각 보프 페르쉬에런 Bob Verschuern 식물성으로 연주하는 삶과 죽음의 이중주 패트릭 도허티 Patrick Dougherty 나뭇가지 선으로 드로잉하는 3차원의 세계 맺는말 Catalogue

Description

식물원 주차장 근처의 연못에 새와 거북이가 자주 나타난다. 나뭇가지로 작은 섬처럼 구조물을 엮고 사이사이에 흙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거기에 어린 버드나무를 심은 다음 연못에 띄운다. 바람에 날린 풀씨가 그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흙이 자연스럽게 다져진다. 버드나무 뿌리가 자라면서 물고기와 개구리들에게도 매력적인 보금자리가 된다. 덴마크 코펜하겐 식물원에 설치된〈떠다니는 섬 The Floating Island, 1995〉이다. 구조물의 미적인 부분 못지않게 생태 공간으로서의 기능성에도 관심을 둔 작품이다. 자연에서 자연물로 만들어지며, 자연 속에서 존재하다가 소멸하는, 자연미술의 개념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자연의 미술가>는, 1970년대 사업화 이후 등장한 환경운동과 맥을 같이하여, 현대미술의 한 지류로서 일어난 자연미술에 참여한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자연미술의 개념과 작가들의 예술철학을 정리한 이론서 겸 작품집이다. ■ 상업적 갤러리를 거부하며, 자연 속으로 간 - 자연미술 자연과 예술의 통합을 추구하는 자연미술은, 1970년을 전후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자연미술은, 산업화로 초래된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자연환경을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움트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대지미술은, 예술의 상업화와 갤러리 공간을 거부하여 광활한 대지에 직접 작업함으로써 예술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땅을 파헤치거나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의 엄청난 규모의 작업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자연미술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작업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자연의 변화와 그 과정을 탐구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자연은 인간존재의 기원이고, 조건이며, 결과라는 의식을 밑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미술은 작품이 지니는 예술성 그 자체보다도 작품을 통해서 생명과 생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우리에게서 멀어진 자연을 가깝게 해 주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게 해 주며, 잘못된 구조를 바르게 일깨워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자연미술의 큰 줄기를 담은, 이론서 겸 작품집 - <자연의 미술가> 이 책은, 자연을 예술 작업의 근원으로 인식하여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초창기 예술가 9명의 여정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 예술가들이 자연미술에 참여한 동기부터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주요 작품 그리고 최근까지의 활동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자연의 미술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연미술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 자연미술의 작품은 설치 작품으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형되거나 소멸되기도 한다. 작품은, 기존의 예술 작품처럼 갤러리에서 사고 팔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작품으로서 남는 것은 한 장의 기록 사진뿐이다. <자연의 미술가>에는 각 작가들이 제공한 주요 작품 사진 160장이 실려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자연의 미술가>는, 캐나다의 자연미술 비평가인 존 K. 그란데가 작가들과 인터뷰하여 수집한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자연미술가인 한국의 김해심이 최근 자료를 보완하고 작가들의 작업 개념과 작품 해설을 보태어 공저 형식으로 발행되었다. 9명의 작가마다 작업 개념과 선호하는 작품 재료들이 다르지만,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돌, 나무, 나뭇잎, 나뭇가지 등 작품이 구축될 현장의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연물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다. - 작품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으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너지고 썩으면서 흙으로 변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 자연에서 택한 재료들이 변형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작품의 중심 역할을 한다. 자연 앞에서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가는 덧없음의 미학을 지니고 있다. - 작품을 통해서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이나 또는 작품이 설치될 장소가 지닌 역사 문화적인 사건을 일깨우는 데 있다. ■ <자연의 미술가>에 소개된 9명의 작가들 <크리스 드루리> - Chris Drury 영국 작가이며, 자연계의 순환과 변화를 소용돌이 형태로 표현하는 설치 작품과 드로잉, 그리고 ‘안과 밖’의 상반된 개념을 연결하는 구조물을 연출한다. 작품의 중심은 늘 현장의 환경이었고, 여기에 예술 · 과학 · 생태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 Gilles Bruni, Marc Babarit 프랑스 작가들이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생태계를 주목하고 농업 · 생태 · 건축을 결합한 야외 설치 작업을 추구한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서식 동물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앨런 손피스트> - Alan Sonfist 개발의 논리로 자연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보여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뉴욕 맨해튼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숲을 되살려 낸 환경조각 작품은, 미술의 역사에 획기적인 작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데이비드 내시> - David Nash 영국 작가이며, 고목의 형태와 건조 과정을 그대로 작품에 살려 내는 조각 작업과, 묘목을 주변 환경과 연계하여 성장의 변화 즉 살아 있는 자연을 예술로 승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나무는, 삶과 죽음이라는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닐스 우도> - Nils-Udo 독일 작가이며, 농업과 원예를 예술에 접목하여 성장하는 자연현상을 작품의 주제로 다룬다. 돌, 나무, 풀, 열매 등 현장에서 화려한 색상의 재료들을 수집하고 설치 장소의 규모에 알맞도록 조합하여, 기존의 풍경을 새롭게 바꾸어 놓는 ‘풍경 몽타주’ 작업을 추구한다. <알피오 보난노> - Alfio Bonanno 이탈리아 작가이며, 덴마크 랑엘란 섬에 국제자연미술센터를 창립하여 유럽 지역에서 자연과 예술을 통합하는 자연 설치 작품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다. 작업 현장에서 찾은 재료를 활용하여 그곳의 자연사와 주민의 삶을 반영한 원시적인 구조물을 창작한다. <크리스 부스> - Chris Booth 뉴질랜드 작가이며,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정교하면서도 균형미를 갖춘 장엄한 돌조각을 제작한다. 작품을 통해서,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보유한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보프 페르쉬에런> - Bob Verschueren 벨기에 작가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형태로 설치한다. 자연에서 선택한 재료들이 변형되어 나타나는 과정 그 자체를 중요시하며, 그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예술의 의미를 은밀하게 보여준다. <패트릭 도허티> - Patric Dougherty - 미국 작가이며, 어린나무나 나뭇가지를 자유자재로 엮어서 둥지, 오두막, 도자기 등 다양한 구조물을 연출해 낸다. 작품들은 마치 돌풍이나 급류에 휩쓸리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지니는데, 그 밑바탕에는 야생에서 살아온 북미인의 미학적 감각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