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아무도 묻지 않았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노동 현장 곳곳에 숨겨진 고군분투,
차별과 위험을 입고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 제13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본상
※ 제33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 신문부문상
※ 제22회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상 본상
※ 제33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사진·영상부문 특별상
※ 제395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 제246회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사진보도상 스토리부문 우수상
2023년 각종 보도상을 휩쓴 화제의 기획 시리즈<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책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난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 등 다양한 분야의 기자들이 의기투합한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화두 삼아 노동 환경과 안전, 차별 등의 문제를 밀도 높게 풀어냈다. 책에서는 당시 기획 시리즈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에 대한 취재를 보태 한층 더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흔히 '작업복'이라고 하면,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주거나 일이 수월히 진행되도록 편의를 더해주는 복장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작업복은 노동자의 필수품이자 최소한의 노동 조건으로, 일터의 환경을 드러내는 지표다. 그러나 그런 작업복이 오히려 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위험에 빠뜨리며, 심지어 차별과 배제를 겪게 한다면 어떨까?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은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자원순환시설, 환경미화, 건설 현장, 은행, 호텔, 패스트푸드점, 여객기, 열차, 산불 현장, 급식 조리실 등 10여 곳의 일터를 찾아 각기 다른 노동자들의 작업복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작업복에 대한 질문은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것이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글은 물론 사진, 영상과 같은 시각적 콘텐츠로도 제시되는 다양한 작업복은 '안전한 옷'이 아닌 '차별과 위험'을 입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그간 작업복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과 계약직 노동자들이 서로 다른 옷/사원증을 지급받는다거나 여성 직원이 치마 유니폼을 강요받는 일 등 복장에 얽힌 차별은 여러 차례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옷/작업복 이야기는 주로 노동문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작은 사례 정도로만 제시돼왔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이 선보인 이 기획은 그런 기존의 패턴을 과감하게 뒤집은 시도다. 작업복이라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소재를 전면화하고 일관되게 탐구해나가면서, 일터 구석구석 숨겨진 노동자의 분투를 세심히 드러냈다. 일터의 작은 부분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복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작업복을 문자 그대로의 '옷'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와 함께 지니거나 착용하는 도구, 안전장비, 소품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밀하게 다뤘다는 데 있다. 또한 일터가 심리적으로도 안전한 곳인지를 묻기 위해 작업복의 범위를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들이 입는 옷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불편한 유니폼을 강요하는 서비스산업, 그리고 무조건 남성 노동자가 표준이 되는 각종 건설 현장을 비중 있게 담아내며 일터 권력과 성차별 문제까지 촘촘히 살핀다.
무엇보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다양한 콘텐츠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업이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영상 PD 등 여러 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던 기획 시리즈였던 만큼, 책에도 그 풍부한 콘텐츠를 담아내고자 했다. 노동자의 일터를 잘 보여주는 다수의 현장 사진들을 본문에 배치했고, 작업복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인터넷 쇼핑몰'을 모티프로 제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역시 책 부록(<나의 작업복>)에 녹여냈다. 본문에 일일이 기재하기 어려웠던 작업복의 구체적인 규격, 소재, 가격 등의 정보를 룩북의 포맷으로 접하는 신선함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는 옷: 지하 세계의 노동자들
작업복 기획팀은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떤 직업군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세상 모든 일터를 전부 한 번씩 떠올렸다시피 했을 즈음,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을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작은 맨홀이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그 위를 걸어가지만, 존재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구멍.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은 어떨까?"
맨홀이라는 아이디어는 지하에 공간을 두고 있는 하수처리장과 자원순환시설에 대한 취재로 이어졌다. 햇빛이 반짝이는 공원 혹은 휘황찬란한 대형 쇼핑몰과 함께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장소들. 사람들이 지상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그 시간에, 지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쓰고 버린 오수를 정화해 시민들의 위생과 안전을 지켜내는 이들(하수처리 노동자), 몰려드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와 씨름하는 이들(폐기물연료 노동자, 재활용품 선별원)은 빛과 공기가 차단되는 지하에서 '자본주의의 이면'을 담당했다.
오수와 쓰레기, 각종 폐기물을 다루는 만큼, 이들에게 질 좋은 작업복은 필수적이다. 오물과 악취가 몸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알맞은 작업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현재 입는 작업복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땅속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하수처리 노동자 이승훈씨는 자신이 입는 옷을 "사무실 직원에게나 어울릴 법한 옷"이라고 평했다. 가뜩이나 습한 지하에서 흡수성이 떨어지는 옷은 한두 시간만 지나도 땀범벅이 된다. 물속에서 작업할 때 입는 가슴장화는 방수에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장시간 일을 하다 보면 결국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쿠션감이 전혀 없는 싸구려 안전화 역시 광활한 시설 부지를 걸어 다니는 데 부적합하다.
쓰레기 소각장과 고형화된 폐기물 연료인 SRF를 만드는 작업장이 위치한 환경기초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자원순환시설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 역시 적절한 작업복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각처리 노동자인 허윤길씨를 비롯해, 같은 건물 재활용팀에서 SRF 작업을 하며 고온에 달궈진 고체연료를 계속해서 만지는 강철호씨, 그리고 서울 구로구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장갑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손을 이용해 뜨거운 물질을 부러뜨린다든지,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회사는 기능에 맞지 않는 장갑을 턱없이 적은 수량으로 지급했고, 안전에 대한 별다른 지침조차 주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의 작업복 분투기: 안전을 헐값에 파는 회사
회사의 이런 무관심은 화상, 찔림 사고 등 노동자들을 각종 부상에 취약하게 만든다. 허윤길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불'과 '재'를 다루는 작업에 알맞은 소재로 된 옷을 지급받지 못해 8년 전 다니던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소각장이) 수시로 불티가 튀어 화상 위험이 큰 일터인데도 회사가 노동자의 작업복에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재활용품 선별원들 역시 적절한 장갑을 지급받지 못해 찔림 사고와 베임 사고에 상시 노출됐다.
무관심을 넘어,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할 작업복/장구조차 주지 않거나 피복비로 책정된 예산을 중간에 가로채는 회사들도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유승덕씨는 사측인 환경 업체가 '유령 미화원'들을 내세워 직접노무비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가로챈 사실을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