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남현지 · Poem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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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남현지 시인의 첫 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언뜻 수월하게 읽히는 말을 맵시 있게 엮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생활에 깃드는 외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침착하게 궁리하는 이의 면모가 근사하게 드러났다”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착실히 다져온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을 펼쳐 보인다. 등단 3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담하고 직접적인 일상의 언어로 삶의 익숙한 풍경들을 불현듯 낯설게 감각하도록 그려낸다.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불가해한 삶의 순간순간들을 응시하는 시편들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삶의 존엄이 무너지려 하는 자리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뭉뚱그려놓은 세계가 어떤 고통으로 제각각의 세부를 가시 돋치는지”(유계영, 추천사)를 이야기하며 삶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에 가서 닿는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페니키안 스킴> ·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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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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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뒷산에서 호수공원 오늘 서울 날씨 골목의 증식 전자랜드 낙산 피서 중앙공원 가방은 무거워 보인다 앙코르와트의 버섯 상인 버드나무와 오리 빛의 생산 실내장식 어딘가의 산과 짐승 산책로 제2부 거래처에서 배운 것 워크숍 종각 퇴근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곡선을 쓰지 않는 디자이너 공휴일 도시의 명소 실업자가 야구 보는 이야기 사소한 누아르 복도식으로 새를 구함 자영업자들 가이드 꿈의 번영 퇴로 제3부 행복의 문턱 바깥으로 하나의 문만 열린다면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오늘의 기도 축적과 이동 이웃의 정원 점거 중얼거리는 사람들 사양합니다 질량 주머니 속의 밤 시립수영장 철수 우리가 작고 어두운 것이었을 때 해설|전승민 시인의 말

Description

“이 무수한 우주에 계속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절망도 슬픔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단단하고 안전한 시적 공간의 등장 겹겹이 쌓인 생의 조각들 속에서 선명한 오늘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 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남현지 시인의 첫 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언뜻 수월하게 읽히는 말을 맵시 있게 엮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생활에 깃드는 외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침착하게 궁리하는 이의 면모가 근사하게 드러났다”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착실히 다져온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을 펼쳐 보인다. 등단 3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담하고 직접적인 일상의 언어로 삶의 익숙한 풍경들을 불현듯 낯설게 감각하도록 그려낸다.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불가해한 삶의 순간순간들을 응시하는 시편들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삶의 존엄이 무너지려 하는 자리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뭉뚱그려놓은 세계가 어떤 고통으로 제각각의 세부를 가시 돋치는지”(유계영, 추천사)를 이야기하며 삶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에 가서 닿는다. 어두운 곳을 떠돌던 외로운 혼잣말이 시가 되어 멀리 날아갈 때 생활 속의 소소한 경험들로부터 시작하여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수기”(전승민, 해설)로 써내려간 남현지의 시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뭇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시인은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밤이 계속”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못할 것”(「오늘 서울 날씨」) 같은 세계에서 우리의 삶은 안녕한지 묻는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아무리 조심하고 “신중해도/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래처에서 배운 것」)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시인은 고통 가득한 세계의 흐름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때로 현실은 들끓는 “고뇌, 열망, 후회"(「피서」) 앞에서 눈을 감거나 간절한 “기도에 가까웠던 것을/자기계발식으로 다시 작성”(「워크숍」)하도록 만든다. 결국 남현지 시의 화자는 “깜깜해질 때까지 자신을/종일처럼”(「오늘의 기도」) 지켜보기를 택하며 자아가 지워져가는 한복판에서 깊은 사색의 결과물들을 건져낸다. 이 화자는 수많은 고뇌의 밤을 건너오며 “밤마다 번영을 꿈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우주를 떠돌고 고래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꿈은 늘 “적절하게 실패한 채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시인은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이런 꿈이라도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차분히 “뜨거운 아침 햇살을 맞이”(「꿈의 번영」)하겠노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시인은 냉소에 빠지지 않고 삶을 긍정할 때에 생기는 일들을 상상하고 자신의 안에 갇힐까봐 두려워하며 다른 세계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나아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우리가 같은 영혼을 가졌다고/지금부터 믿어버릴 것”(「하나의 문만 열린다면」)이라 기대한다. 결국 시인이 열망하는 것은 바로 “분별 없이는 싸움도 없다는/평화가 함께하”는 곳에서 망설임 없이 “즉각적으로/사랑”(「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하는 일,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워크숍」)는 믿음이 훼손되지 않는 세상이다. “오늘 네게 닿지 않고 떨어진 눈이 다시 눈으로 돌아올 겨울의 미래”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도/아침이면 연어가 도착”(「전자랜드」)하는 기괴한 세계의 실상을 직시하며 시인은 우리의 삶은 건강한지, 세계는 평화로운지 다시금 묻는다. “이상한 춤을 추는 세계”(「우리가 작고 어두운 것이었을 때」)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아늑한 평온과 건강한 삶을 도모한다. “고통 없는 세계”(「빛의 생산」) 같은 것은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을지라도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애통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며 고통과 절망 너머의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본다. 남현지 시의 화자를 따라 이곳저곳을 누비다보면 지나간 불행을 잊기 위해 애쓰면서도 “그 모든 시간이/나의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이면 남은 날들을 충실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는 내일의 가능성이 어느새 마음 가득 차오른다. 시집을 읽어나가며 우리는 감추어져 있던 내밀한 이야기가 발화되는 환희와 “우리 자신의 고통을 지켜볼 수 있는 담대한 용기”(추천사)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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