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필립 로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정수가 담긴 도전적이고 대담한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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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필치로 사회적 모순과 위선을 고발한 아일랜드 문학의 귀재
에드나 오브라이언이 사납게 그려 낸 욕망과 해방된 영혼의 분연한 절규
“정교하고 서정적이며, 아름답고 명료한 소설.” -《가디언》
“모성과 욕망,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정수가 담겨 있다.” -《타임스》
“아주 눈부시고 용감한 작품.” -앤 패칫(소설가)
“금기를 깨뜨린 기념비적 소설이다. 어느 누구도 감히 그를 흉내 낼 수 없다.” -앤 엔라이트(부커상 수상 작가)
오늘날 아일랜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로 평가받는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제일 대담한 작품 『8월은 악마의 달』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작렬하는 태양과 쪽빛 바다가 신기루처럼 일렁이는 남프랑스의 호화스러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이혼한 뒤에야 비로소 종교적 엄숙주의와 구태의 억압적 성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자아와 관능을 마주하게 된 여성의 치명적 휴가를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출간 당시에 “인간의 심성과 미덕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모국 아일랜드를 비롯해 여러 가톨릭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언론의 혹독한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의 소설 중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당대의 평가와 달리, 오늘날 『8월은 악마의 달』은 오랜 세월 금기시되어 온 여성의 욕망을 과감히 해방한 선구적 작품이자 작가 특유의 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한층 고양된 작가적 개성, 예컨대 음습한 영국에서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남프랑스로, 성마른 여름에서 적막한 가을로 변화해 가는 장소와 계절의 도도한 흐름에 따라 반전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종교적 죄의식과 가부장적 폭력에 잠식된 기억, 자아와 모성의 대립, 굽이치는 감정, 비상과 추락,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적 사건들을 절묘하게 조형해 낸 저자의 천재성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뭘 하며 살 생각입니까?” 남자가 두 번째 수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질문했다.
“그냥 살려고요.” 엘런이 답했다. 드문 일이었다. 엘런은 항상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번 만남은 영원할지, 자신이 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두 사람이 탄 자동차 바퀴가 갑자기 튀어 나가는 바람에 반송장이 되어 길가에 널브러지지 않을지 걱정하곤 했으니까.
“현명해지는 거로군.” 남자가 말했다.
“나이가 드는 거죠.” 엘런은 전보다 행복했고, 만족스러웠고, 그러니 젊어진 셈이었다. 점심 식사는 비쌌고 남자는 뚱한 얼굴로 식당을 떠났다. -본문에서
엘런은 남자를 갈망하며, 그가 저지른 가장 사악한 짓이란 엘런이 죽은 듯 살자고 체념했을 때 그런 식으로 다가와서 거짓된 희망을 주고 하룻밤 동안 새 삶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문에서
햇볕, 살갗이 얼얼해지는 햇볕만을 엘런은 갈망했다. 살갗이 붉은빛 금색으로 물들었다. 하루 낮이 지날 때마다 빛깔은 조금씩 더 진해졌고, 밤이 되면 얼른 내일 아침이 와서 불의 세례식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잠들었다. -본문에서
엘런은 빠르게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섰다.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고,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 없고, 그저 가만히 호흡할 뿐이고, 행복하지 않으나 불행하지도 않았다. 낮이 전처럼 찬란하고 밝지 않다면, 밤도 그렇게 새카맣지는 않으리라. -본문에서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이십 대 후반의 엘런은 어긋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는 아이가 전남편과 함께 캠핑을 떠난 여름날, 그동안 잊고 살아온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하기로 결심하고 잠시 인연이 닿았던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거나 쓸쓸한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자유를 느낀다. 그런데 엘런은 때마침 우연, 어쩌면 운명 같은 낯선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고 여태 시도해 본 적 없는 탈주를 감행한다. 마치 그는 무거운 족쇄에서 이제야 놓여난 듯, 영국과 달리 햇빛으로 찬란한 남프랑스로 단호히 떠난다. 엘런은 여행객을 유혹하는 육감적인 언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남성들의 한심한 추파, 알코올의 열기, 사치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에 젖어 두려움 비슷한 떨림, 한평생 억눌린 욕망에 생겨난 깊은 균열을 느낀다. 과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엘런은 해변의 나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이름조차 알 길 없는 사람들과 뒤섞이며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자신의 참된 열망을 일깨운다. 온화한 열기에 달뜬 어느 날, 엘런은 유명한 영화배우 바비를 만나고, 그의 매력적인 미소에 한없이 빠져든다. 불붙은 욕망은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이, 그 자신마저 집어삼킬 듯 무섭도록 번져 나가고, 엄청난 비극과 잔인한 희극을 품은 채 엘런의 턱밑까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