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기억

Annie Ernaux · Novel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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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이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삶을 이용해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든다고 강조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서도 ‘기억 속 사건’으로만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을 담았다. 1958년, 열여덟 살의 나이로 겪은 남성과의 첫 경험은 아니 에르노에게 오랜 세월 써야만 했고 쓸 수 없었던 미완의 프로젝트였다. 무려 60년 가까이 흐른 2016년, 20년 동안 수차례 펜을 꺾고 다시 쥔 끝에 출간된 『여자아이 기억』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완성한 아니 에르노의 새로운 대표작이다. 인생의 한 시기에, 사랑을 알고 싶고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했던 여자아이에게 쏟아진 수치심과 모멸,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가져온 파장들. 대상이 되어버린 삶의 주체성을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지난한 분투. 글쓰기를 통해 잔혹한 사건을 해체하고 그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집요함과 대범함. 『여자아이 기억』을 읽으며 우리는 개인의 기억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이자 책을 읽는 독자의 기억이 되며 우리의 상처를 환기한다. 한번쯤 1958년의 그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그날을 들여다보고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마침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후 그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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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기억 5 옮긴이의 말 213

Description

언제나 일기 속 문장들엔 ‘S의 여자아이’나 ‘1958년 여자아이’에 대한 암시들이 있었다. 20년 동안, 나는 책을 쓰려는 내 계획 속에 ‘58’이라는 숫자를 적는다. 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언제나 뒤로 미뤄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구멍.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이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1958년 열여덟 살의 여름에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사건과 그 사건이 불러온 파장들을 작가는 끈질기게 추적한다. 1958년에서 1960년까지 2년의 시간이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다고 스스로 일기에서 언급할 정도로 이 사건은 작가로서의 아니 에르노의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1958년 여름, 열여덟 살 여자아이는 처음으로 부모의 울타리를 떠나 자유를 맛본다. 방학캠프의 지도강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부모님의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갑자기 어른이 된 듯 잡지와 소설 속에서만 접한 사랑을 꿈꾸던 여자아이는 그곳에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H라는 대표 지도강사와 밤을 보낸다. (H로 시작하는 남성의 이름이 몇 있지만, H가 프랑스어로 남성을 의미하는 homme의 머리글자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날 이후 여자아이는 그와의 관계가 진정한 사랑이라 믿으며 그날의 사건을 합리화하지만, 그럴수록 H를 비롯한 동료 강사들로부터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한다. 그들은 성별을 막론하고 그 여자아이를 대상화하며 ‘창녀’라고 부르고 ‘그래도 되는 아이’라고 여기며 희롱한다. 여자아이는 영문을 알지 못한다. 집안과 학교의 자랑거리였던 그녀는 왜 하루아침에 세상의 멸시를 받게 된 것일까.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느낀, 부모와 계급에 대한 ‘1952년의 수치심’을 1997년 작품 『부끄러움』에서 이야기했다. 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떨칠 수 없는 수치심이었다. 반면, 타인에 의해 각인된, ‘1958년의 수치심’으로 일기장에 명명했으며 끊임없이 되새겼던 그날의 이야기는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전 책들 속에 살짝 언급하거나 회피해왔다. (앨범 속 사진을 꺼내 지난 삶을 반추한 『세월』에서도 작가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암시로 언급할 뿐이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불법 임신중절 시술에 대해서는 데뷔작인 『빈 옷장』의 첫 페이지부터, 그리고 2000년 『사건』에서 자기연민 없는 정확한 언어로 기술한 작가이지만, ‘1958년의 수치심’에 대해서는 글쓰기 계획에 줄곧 언급되어 있었음에도, 20년 동안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 여자아이를 잊고 싶었다. 정말로 그녀를 잊기를, 그러니까 그녀에 대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욕구를 갖지 않기를, 그녀와 그녀의 욕망과 광기, 그녀의 어리석음과 오만, 그녀의 허기와 말라버린 피에 대해 써야만 한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를. 나는 끝내 그렇게 되지 못했다.’ (본문에서) “엄청난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잊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여자아이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떨쳐버리려고 노력도 했다. 그럼에도 마침내 그날의 기억에 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여자아이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인 자신이 그 이야기를 쓰지 않고 죽을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결연한 의지였다. 당시 유력한 프랑스 대선 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같은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들이 이 글을 끝맺게 한 또 다른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일지인 『아틀리에 누아』에서 밝힌 바 있다. 아니 에르노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첫 소감을 말했다. 자신이 아니면 결코 쓸 수 없다는 비장함으로 작가는 ‘1958년 여자아이’이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숨어 있을 수치스러운 과거를 조명한다. 옮긴이 백수린이 말했듯, 작가가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해 글을 쓰는 현재의 ‘나’와 만남을 시도하는 것처럼 독자 역시 그 여자아이에게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어쩌면 기억 속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받을지도 모른다.  ‘누구든 안전하고 완벽한 자족의 세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타자와 대면하고, 이해할 수 없으나 내게 강요된 타자의 법칙 앞에 압도되어 자신을 상실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주체가 되기 위해 분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자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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