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영화, 드라마의 원작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이야기
✔ 고딕 호러의 대명사 브램 스토커의 대표작
✔ 서간체 문학의 장점을 한껏 살린 복선과 암시, 반전의 위력을 가진 흡혈귀 문학
✔ “『드라큘라』는 미국 호러 문화의 근간이다!”_스티븐 킹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드라큘라』 같은 작품을 쓰고 싶어 이를 변형한 오마주 작품을 쓴 적이 있다고 밝혔다. 스릴러의 대가가 탐낼 만큼 부러워한 작품,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으로 각색되어 현대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 『드라큘라』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금까지 많은 번역본이 있었지만 서간체 문학 특유의 말맛을 살리고 남녀 존·하대 표현을 상황에 맞는 평등한 어조로 표현해낸 판본은 없었다. 브램 스토커가 전하고자 한 ‘담백한 글 속의 공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번 판본에서는 지금까지 틀에 매인 듯 표현되던 ‘드라큘라’가 입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브램 스토커의 대표작 『드라큘라』는 ‘흡혈귀 문학의 원조’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트란실바니아의 성에서 ‘죽지 않는 자’로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 그의 악행을 막고 물리치기 위해 모인 반 헬싱 교수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한 서사 구조, 암약하는 사악한 존재가 품어내는 근원적인 공포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다. 의뢰인의 초대로 트란실바니아의 성을 찾아가는 조너선 하커의 이야기는 마치 낯선 지역을 탐험하는 여행자의 기행문처럼 설렘과 기대를 안긴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못한 채 써내려간 조너선의 일기는 이미 드라큘라를 알고 있는 독자에게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일기와 편지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 등 뒤를 훑어내리는 듯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에 담긴 『드라큘라』는 연약하기에 매혹적이며 처절하기에 지독히 쓸쓸한 심원의 감정을 그려낸다. 문학이 표현해낼 수 있는 극한의 감정, 호러 컬렉션을 통해 만나보자.
뮤지컬, 영화, 드라마로 120여 년 동안 사랑받아온 고딕 문학의 정수
흡혈귀 문학의 원형을 제시한 브램 스토커의 대표작
목깃을 세운 검은 망토, 새하얀 피부에 뾰죡한 이를 드러낸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드라큘라는 1897년 원작이 발표된 후 지금까지 560여 차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다. 지금 우리 머릿속에 남은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대부분 영상으로 옮겨진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작 『드라큘라』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낯선 형식에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포 클리셰 하나 없이, 다양한 인물 군상이 펼쳐내는 천변만화의 이야기가 집약된 원작은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를 안개 같은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드라큘라』 이전에도 흡혈귀 문학은 존재했으나 이 작품은 그간의 작품들에서 단편적으로 이어지던 이미지를 가공하여 집대성한, 그야말로 흡혈귀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간체 문학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사건을 교차적으로 배치하고, 이를 복선과 암시, 반전으로 활용한 구조는 여타 흡혈귀 소재 작품들이 넘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드라큘라』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조너선 하커는 영국인 변호사로 한 백작의 의뢰를 받아 그를 만나기 위해 트란실바니아로 떠난다. 백작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처음 본 조너선의 안위를 걱정하며 급기야 백작의 성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극구 말리기 시작한다. 조너선은 그들의 만류에도 백작의 성으로 들어서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공포의 실체와 마주한다. 백작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흡혈귀라는 사실을 깨닫고 성에서 탈출하고자 하나 백작의 마력에 휩싸여 성에 갇히고 만다. 한편, 한때 자신이 구애했던 루시가 기이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정신과 의사 존 수어드는 반 헬싱 박사에게 루시의 치료를 부탁한다. 루시의 병세를 살펴보던 반 헬싱 박사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흡혈귀, 즉 드라큘라 백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료들과 그의 뒤를 쫓는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돌아온 조너선도 부인 미나와 함께 이들에 합류한다. 그러나 곧 미나가 드라큘라 백작의 표적이 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간다.
아름다울 만큼 무질서한 공포의 진원에서 감정으로 써내려간 정교한 방정식
브램 스토커는 어느 날 잠을 자다가 형언할 수 없이 기이한 꿈을 꾼다. 꿈속에서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마녀 세 명에게 붙잡혀 목을 뜯기려는 찰나, 세 마녀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남자가 나타나 “모두 물러서라, 이 남자는 내 것이다!”라며 절규에 가까운 호통을 치자 자신을 잡고 있던 마녀들이 줄행랑을 치는 악몽이었다. 잠에서 깬 스토커는 얼른 꿈의 내용을 메모해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명작 『드라큘라』가 탄생했다. 꿈에 나온 내용은 실제 작품에서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의 세 신부에게 봉변당하는 장면으로 재현되기까지 했다. 배경 설명이나 작가의 개입이 없는 서간체 문학임에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읽을수록 배가 되는 공포감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이며 공포의 근원이 되는 드라큘라 백작은 사실 작품 중반 이후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백작의 모습이 사라진 이후 공포감은 배가 되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공포, 즉 상상의 힘에서 기인한다. 인간 사회 저변에 퍼져 보이지 않는 절대 악의 실체를 작품 전체에 봉인한 브램 스토커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된 분위기 속에 감춰진 욕망과 충동이 날것의 에너지로 분출되는 『드라큘라』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겹겹이 싸인 감정의 층위가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전 문학을 읽는 재미 역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