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문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익히 알고 있을 명대사로 유명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현진건 단편집 <운수 좋은 날>은 '단편소설의 대가' 현진건의 작품이 지닌 맛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그가 발표한 단편 전부와 중편 「타락자」를 함께 수록했다.
2020년 올해는 현진건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강점기 활동한 현진건은 거대 담론 대신 개인의 삶에 돋보기를 갖다 댔다. 일제에 의해 금서 처분을 받았던 그의 단편집 제목이 '조선의 얼굴'이었듯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개개인의 이야기는 곧 민족과 시대의 현실이었다. 그는 '생활(生活)'이란 단어의 무게를 아는 소설가였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언론인이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 시절,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말소하고 보도한 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했던 그는 빈궁한 삶에도 일제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삶과 문학에 있어 철저한 리얼리스트였던 현진건의 다음 말은 그의 소설을 감상하며 되새길 만하다. "오늘날의 우리는 오늘날의 우리 인생에게 가장 귀한 것을 만들어 낼 일이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 - 이날 이때에, 자기가 서 있는 제 땅을 할 수 있는 대로 힘 있게 밟아서 깊고 굵직한 족적을 남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