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뉴욕 타임스 최대 기대작
2023 푸시카트 상(Pushcart Prize) 수상자 정진아의 첫 장편소설
반스앤노블 선정 이달의 발견 도서
2023 센터 포 픽션(The Center for Fiction) 올해의 데뷔작 상(First Novel Prize) 최종 후보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사서협회(APALA) 선정 소설 부문 영예의 책(Adult Fiction Honor)
서른, 내가 사랑한 이들이 자꾸만 나를 떠나간다
서른, 나는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모르겠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정진아의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을 맞은 주인공 ‘로’의 사랑과 이별, 상처와 성장, 동물 친구와의 교감을 다룬다. 더불어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두 갈래로 조명하는 소설이다. 우선, 서른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시기다. 학창시절부터 쭉 단짝이었던 윤희는 결혼 준비로 바빠졌고, 남자친구 ‘태’는 꿈을 찾아 화성으로 가버렸다. 연구를 위해 베링 소용돌이로 떠났던 아빠는 실종되었고, 엄마는 새 사랑을 찾은 듯하다. 로가 이제 마음을 기댈 곳은 근무중인 수족관에서 돌보고 있는 대왕문어, ‘덜로리스’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수족관에 방문한 부유한 투자자가 덜로리스를 매입하겠다고 찾아온다. 로는 또다시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로의 서른은 그야말로 이별하는 나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를 떠났거나 떠나는 중인 사람이 남겨놓은 구덩이를 살금살금 피해 다니느라 괴로운 나날이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누구라도 말이다.”_388쪽
하지만 로는 단지 이별만으로 괴로워진 게 아니다. 로를 더 외롭게 하는 건 떠나는 이들은 모두 원하는 바와 목적지가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로는 “내가 나아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잠시만이라도 속도를 늦추고” 싶고, 모든 게 “확실한 상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시작된”,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듯한 경주 같기만 하다. 하지만 서른은 멈춰서서 새 방향을 찾기에는 늦은 나이 같고, 불만을 안은 채 주저앉아 포기하기엔 남은 날이 까마득한 이른 나이 같다.
“나는 내가 나아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심지어 윤희에게도 말하기가 겁났다. 사람들은 모두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더 많은 돈, 더 큰 책임, 더 높은 직함, 더 많은 특혜. 물론 나도 이런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런 것이 내게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에 가까웠다.”_194쪽
『이별할 땐 문어』의 원제 ‘Sea Change’를 우리말로 옮기면,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상전벽해다. 로가 마주한 서른이 바로 자신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의 상전벽해와 다르지 않다.
로가 마주한 난관은 로‘만’이 마주하는 난관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꼭 서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해볼 법한 고민이다. 이중의 고통에 빠진 로는 불가피한 상실과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품고 페이지를 넘기는 손짓은 우리가 지나왔거나 앞둔 한 시절을 향해 직접 보내는 응원이 될지 모른다.
익숙한 패턴에 갇혀서 나아갈 방향을 잃은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소설_더 스킴
영원을 약속할 수 없는 존재끼리 나누기에
더 각별하고 소중한 지금이라는 순간
『이별할 땐 문어』는 최종적으로 과거와 이별하는 이야기다. 왜 과거와 달라졌는지 사랑하는 이들을 원망하고, “말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대화를 회피하던 사람이 “이다음에는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말이나 약속을 하더라도 상실이나 이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 세상에는 볼 것도, 붙들 것도, 돌보고 마음을 쏟을 것도, 사랑할 것도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러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지금’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다.
로는 이 지난하지만 꼭 필요했던 이별의 과정을 대왕문어 덜로리스와 함께 겪는다. 로와 함께 이별 연습을 모두 마친 독자는 책장을 덮고서 말하게 될 것이다. ‘이별할 땐 문어’라고.
“너는 정말 근사한 삶을 살 거야, 롤로.”
나는 물에 손을 담그고 덜로리스의 팔 하나를 쓰다듬는다. 덜로리스가 나를 휘감는다. 팔의 빨판이 나를 부드럽게 당기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가 얼마나 아름답고 기묘하고 근사한지, 그래서 나처럼 운이 좋아 그를 매일 볼 수 있게 될 사람은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덜로리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나는 물에서 손을 빼내고 돌아서서 눈을 깜빡인다._359~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