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이야기)은 우리 삶이라는 직물에 함께 엮인 ‘우리의 이방인들’과의 마주침에서 생기는 미세한 덜컹임에 대한 탐구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이 그의 탐구 대상이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그의 이야기라는 액자 속에 ‘희귀한 하얀 나비’처럼 채집되어 우리 앞에 다시 배달된다. 데이비스는 최근 윈덤캠벨문학상 연설에서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이 무언가에 대해 쓴다면 그것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의 글들은 무언가에 신경 쓰이고, 무언가로 인해 동요하고 마음이 흔들린 순간들의 카탈로그라 할 수 있다. 그 순간을 툭 잘라내 최소한의 손질만을 거친 형식으로 종이 위에 올려놓고는 우리를 그 동요의 순간으로 초대한다. 그렇다면 데이비스를 신경 쓰이게 하고, 동요하게 하고, 그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나 기벽, 악의, 선의를 품은 ‘우리의 이방인들’과의 마주침, 그 모든 꼼꼼하고 세심한 ‘비상 대비’에도 미처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했던 장님거미의 죽음, 자신이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던 지의류라는 존재, 언어의 종잡을 수 없는 규칙,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편견과 무지, 친밀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겪는 사소한 오해와 갈등, 우연히 공공장소에 함께 놓이게 된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습관, 하루하루 늙어가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 죽음 등등일 것이다. 그중 특히 인상적인 이야기들은, 사내 메신저나 지역 공동체 메신저에 올라올 듯한 게시물들(주로 무언가를 구하거나, 그냥 주거나, 중고 거래를 하는)을 쭉 나열해놓은 듯한 이야기인 「방해해서 죄송합니다」(인물도 서사도 없는데,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목록들 속에 한 공동체의 삶이 그려져 있다), 동네 합창단에서 노래를 더 잘 부르기 위해 개인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화자의 이야기인 「노래 배우기」, 지인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지의류 탐구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 「한 사람이 내게 지의류에 대해 물어봤다」, 자녀들에게 노부부의 일상과 짧은 여행에 대해 쓴 편지 형식의 이야기인 「겨울 편지」, 사람, 사건이 아니라 동물, 곤충들이 여럿 등장하는, 예외적으로 서정적인 「여기 시골에서는」과 「여름 오후의 소리들」(의 후반부), 그리고 낙차 큰 반전을 보여준 이야기인 「알」(전반부에서는 언어(학)적 고찰 및 탐구를 상상하게 하다가, 그 대상이 알이 아닌 탁구공으로 밝혀져 슬쩍 미소를 자아낸다). ‘눈물’에 천착하여 인물들을 살펴보는 이야기인 「누구나 울었다」, 「오래전 어느 순간 ― 떠돌이 사진가」, 「애디와 칠리」, 특히 「애디와 칠리」 속 인물들의 눈물의 순간은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우리의 이방인들(Our Strangers)'이라는 제목은 이 작품집을 비롯해서, 그동안 리디아 데이비스가 써온 글의 주제를 압축해놓은 듯하다. 우리와 우리의 이웃(가족)들 안에 있는 엉뚱하나 평범한 기벽들, 낯이 익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말이 되지 않는 언어들과 대화들, 개인의 습관과 바람들에 대한 묘사, 그리고 우리와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또 다른 이방인들인 동식물들에 대한 관심 등을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