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를 호러라 부르지 못하는 슬픔,
그 편견을 깨는 장르 해부학!
「씨네 21」, 「한겨레」 기자 및 컬처매거진 《브뤼트》, 만화 리뷰 웹진 《에이코믹스》, 인문 웹진 《360도》의 편집장을 지내고 작가와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저자 김봉석의 신간, 『호러의 모든 것』이 출간되었다. 『호러의 모든 것』은 고딕 호러부터 오컬트,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슬래셔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호러는 무섭기만 한 장르’라는 편견을 부수고 보다 깊은 인문학적인 의미를 제시해 준다.
저자 김봉석은 호러 마니아이자, 대중문화평론가로서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화, 소설, 괴담과 신화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에 담긴 호러의 요소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호러의 모든 것』의 출간은 호러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자, 호러에 대해 잘 몰랐던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나는 호러가 싫어’ 하고 거부하던 사람들도 종종 ‘대신 난 잔인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귀신은 싫은데 스릴러는 괜찮다거나, 살인자는 무서운데 좀비는 재밌다고 느끼는 등 대중의 취향은 다양하다. 호러가 싫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장르는 모두 호러를 가리키고 있다. 저자는 호러 장르가 가진 다양성을 언급하며 말 그대로 호러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저 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으며 소수 취향으로 분류되어 그동안 외롭게 고립되어 온 호러 장르를 자연스레 수면 위로 이끌어줄 『호러의 모든 것』은 한 권으로 정리된 호러 안내서이다.
미스터리, 오컬트, 고딕 호러와 슬래셔 등
마니아들을 사로잡을 모든 호러의 역사
호러에는 단순히 공포 영화만 포함되지 않는다. 알고 보면 호러의 역사는 영화의 변천사나 문학의 형식적 다양화, 방송 프로그램의 트렌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호러의 모든 것』은 1장부터 4장까지 호러를 주제로 한 대중문화를 폭넓게 다루어 영화, 소설부터 동화나 만화, 떠돌아다니는 괴담까지 붙잡아 장르의 역사와 그 변화 속에 숨겨진 인문학적인 의미까지도 짚어냈다. 1장에서는 어린 시절을 채워준 유년 시절의 동화와 애니메이션, 혹은 성장 서사를 다룬 영화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호러의 요소로부터 잔혹 동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나가며 우리의 기억 속 최초의 호러를 소개한다. 익히 알려진 「빨간 망토」나 「라푼젤」, 「콩쥐 팥쥐」 등의 전래 동화에서 그림 형제의 잔혹 동화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 ‘프릭스’의 이야기에 집중한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타고난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공포 영화’와는 다른 호러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영화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호러 장르를 탐색하며 오컬트 장르 속 악마와 원혼, 외계인과 이형의 생명체들로 대표되는 코스믹 호러, 트롤 등의 요괴와 대중적인 캐릭터가 된 좀비나 뱀파이어를 다룬다. 영화사나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고전 영화들의 주인공이자 빌런으로, 현재는 거의 ‘밈’처럼 쓰이기도 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친숙함을 더한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들뿐만이 아니라, 4장에서는 떠도는 도시 전설과 괴담을 이야기한다. 영화화된 도시 전설과 흉가 등에 관한 괴담,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 프로그램에 제보를 통해 소개되기도 하는 괴담을 다루며 이러한 이야기들이 퍼져 나가게 되는 과정과 그 변화까지도 대중문화평론가의 시선으로 분석하여 담아냈다. 학교에서, 혹은 어떤 동네에서, 지나가다 맞닥뜨리는 여러 장소에서 떠돌고 있던 괴담을 입에서 입으로 전파해 본 경험이 있다면, 혹은 인터넷 서핑 도중에 누군가가 올린 기묘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4장에서 ‘괴담’ 자체가 갖는 생명력과 그 전파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장르, 호러
호러는 사실 재밌다
이제 호러라는 장르는 더 이상 한여름 스페셜 기획으로 편성되는 ‘납량 특집’에 그치지 않고, 마니아들의 영화 추천 목록에만 이름을 올리는 공포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2022년 정규 편성된 MBC의 <심야 괴담회>부터, 기본적으로 조회 수 100만이 훌쩍 넘어가는 유튜브 속 수많은 공포 채널들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뜨겁다. 이와 더불어 2024년 2월 개봉한 <파묘>의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는 단순히 호러가 ‘도파민을 찾아 떠도는 소수의 취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500원짜리 무서운 이야기 문고판이 불티나게 팔리다 못해 친구들끼리 돌려 보다가 너덜너덜해졌던 적이 있지 않은가?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서 밤늦게 깨어 있는 아이들끼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은? 가까운 미래가 궁금해질 때 찾아가는 타로나 사주 역시 오컬트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 영화부터 가볍게 즐기는 취미 생활까지, 호러는 어쩌면 사람들의 삶 속 깊은 곳에 늘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인류에게 공포라는 감각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류는 두려움을 통해 경각심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포 그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공포심은 인간에게 중요한 스위치가 되어주며,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호러는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호러 장르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호러의 모든 것』을 통해 대중문화론부터 인문학까지 호러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껴보자.
“공포가 없으면,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이해할 필요도, 맞서 싸울 필요도 없다. 공포는 지금의 인간 문명을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