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가 알던 세계가 끝나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대격변의 시작일 뿐이다
2018년 12월 20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며칠 뒤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미 의회 국정연설에서 '새로운 미국의 시대'를 선언하면서 경제적 굴복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 지 1년 만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책임져온 세계적 안전보장 체제와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지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은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신물이 났고, 따라서 적극적으로 그 질서를 허물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미국 주도의 안보동맹과 자유무역으로 대변되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 인구구조가 급격히 역전되면서 세계 소비가 줄고, 세계 경제가 긴축 기조에 돌입하는 바로 그런 때에 미국이 세계에서 자리를 비우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세계 질서 유지에서 손을 떼는 순간, 미국이 통제해온 지정학적 갈등들이 분출하고, 세계를 거대한 무질서 속으로 밀어 넣게 된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 이은 피터 자이한의 두 번째 책이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자이한은 미국이 가진 힘의 원천이 무엇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구구조의 변화, 지정학, 셰일 혁명으로 인해 21세기의 세계가 어떻게 무질서에 빠져들게 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는 2014년 이후 미국에서 본격화된 셰일 혁명이 어떻게 가능했고, 그리고 게임 체인저로서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초강대국 미국이 왜 세계 질서 유지에서 손을 떼게 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동반구의 권력 중심부들에서 어떤 지정학적 충돌들이 전개될지 놀라운 분석력으로 펼쳐 보인다. 특히 향후 동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한국 사이에 전개될 일련의 충돌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은 가히 동아시아 지정학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미국은 왜 세계 질서를 허물게 되는가
세계는 미국의 부재를 통해 그 영향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피터 자이한은 지금의 세계 질서가 소련 제국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소련 제국에 맞서는 안보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시장을 내주고 경제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소련 제국은 이미 30여 년 전에 무너졌다. 러시아는 소련이 아니고, 중국은 소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자유무역 질서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이다. 안보 동맹도 자유 무역도 이제 그 효용을 다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자급에 이미 도달한 상태이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에 아쉬울 게 없으며, 세계가 미국에 대해 아쉬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1세기에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지만 세계 문제에 초연해지게 된다. 미국이 주도해온 안보 동맹은 해체되거나 약화된다. 북대서양조약 기구는 유명무실해진다. 러시아는 독일과 서유럽을 위협할 정도로 강하지 않으며, 서유럽도 러시아에 점령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게다가 독일은 에너지의 35%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가 상당 기간 동안 혼란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서로 갈등하는 상황에 처하도록 내버려 둔다. 경쟁국들이 미국에 대한 시장 접근을 통해 계속 부상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과거의 동맹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일방적인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 중동, 동북아시아에서 발을 빼는 순간, 동반구는 지정학적 갈등으로 산산이 갈라지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은 자신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게 되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모두가 미국을 필요로 하게 되지만 미국은 그다지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미국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개별 국가들과 안보든, 시장이든 거래를 하게 된다. 미국을 관심을 끌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조차 없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하릴없이 세계의 무질서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셰일 혁명은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을 것인가
세계와 미국을 이어주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석유는 단순히 전깃불을 밝히고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연료가 아니다. 거의 모든 물건을 만드는 데 재료로 쓰인다. 석유가 없다면 인터넷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고, 제대로 된 농업도 존재하지 못한다. 2006년 미국은 석유 12.4mbpd를 수입했다. 일본과 중국과 독일의 수입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2016년 무렵, 미국은 거의 에너지 자급 수준에 도달했고, 2019년이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된다.
미국의 셰일 산업은 유가 전쟁을 치르면서 상당한 출혈이 있었지만 3차례의 혁명을 통해 살아 남았다. 지금도 기술 혁신을 통해 손익분기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다. 북미 지역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최적의 셰일이 매장되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오직 미국만이 지질, 법적 규제 여건, 가용자본, 셰일을 채굴할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력 등 여러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셰일 혁명은 순전히 미국적인 사건이다.
이제는 셰일이 미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이 될지 여부가 아니라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에너지 시장과 엮여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셰일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런 변화가 세계 체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분석한다. 미국이 북미 대륙 외의 지역으로부터 더 이상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게 되면, 미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 다시 산업화가 일어나고, 세계 질서의 붕괴에 가속도가 붙게 되며, 향후 20년 동안 세계의 모습을 만들어갈 일련의 광범위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다. 셰일 혁명이 21세기 세계질서를 바꾸어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미국이 손을 떼는 순간, 세계는 지정학의 전쟁터가 된다
세계를 산산조각낼 3개의 전쟁이 다가온다
미국은 이제 동반구의 권력 중심부들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충돌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순간,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게 된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 국경선은 한참을 뒤로 물러났지만 방어해야 할 국경선의 길이는 오히려 더 길어졌다. 완충지대는 줄어들고 변경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더 짧아졌다. 인구마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략적인 입지는 단순히 위태로운 수준에서 재앙적인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선택할 최선의 방법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여건을 바꿔서 소규모 군대로도 충분히 방어 가능한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보다 안전한 국경을 확보하려면 팽창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러시아가 인구감소에서 살아남으려면,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발트 3국, 아르메니아 등 주변 국가들을 흡수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러시아와 유럽 간에 넓은 지역에 걸쳐 펼쳐질 처절한 군사적 충돌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선을 결정하게 된다. 이 전쟁에서 관건은 러시아의 도발에 미국이 아니라 독일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지켜야 할 세계 동맹이 없고, 세계 동맹을 위해 지켜야 할 세계 무역도 없으며, 세계 무역을 위해 지켜야 할 세계 에너지 유통도 없게 된 지금, 중동의 안정은 더 이상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