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 신이치의 스물네 번째 쇼트 쇼트 스토리. 작가가 1000편의 쇼트쇼트 스토리를 쓴 뒤 1001편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낸 책이다. 유쾌한 민화 같은 맛과 다양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산뜻한 구성으로 담았다. 세상 풍속과 철학, 과학, 역사까지 이 세상 다양한 만물의 이야기가 숙성시킨 브랜디처럼 농축되어 있다.
특히 30편이 넘는 소설들의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같은 패턴의 결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을 초월한 전혀 다른 종류의 우의적 표현으로 끝나는 이야기들. ‘기묘한 결말’의 기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유쾌한 민화 같은 맛과 다양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산뜻한 구성으로 담은
호시 신이치의 스물네 번째 쇼트 쇼트 스토리
※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는 브랜디다!
브랜디는 일반적으로 포도에서 포도즙을 짜내 발효시킨 포도주를 증류 숙성시켜서 만든다. 이렇게 브랜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포도와 여러 단계의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를 감히 브랜디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 풍속에서 철학, 과학, 역사까지, 이 세상 다양한 만물을 포도송이들이라 생각해보자. 현실의 만물을 취사선택하여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세계라는 의미에서 소설은 포도주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호시 씨의 쇼트 쇼트는 그 단계에서 한층 더 발전하여, 즙을 발효한 후 증류 숙성시킨 브랜디로서 세상에 나왔다. 즉, 보통 소설보다 한층 더 일반화된 우화이며, 포도 찌꺼기가 깨끗하게 여과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지만 그것을 가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이면 쇼트 쇼트는 생산되지 않는다. 쇼트 쇼트가 나올 때는 항상 진수(眞髓)만이 담겨 있어야 한다. 호시 신이치는 실로 손이 많이 가는 발효작업을 계속했던 것이다. 브랜디 한 병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포도주가 필요한지, 포도주 한 병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포도가 필요한지를 유추해보면, 그의 쇼트 쇼트 한 권에는 보통 소설의 몇 권 분량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쇼트 쇼트가 1000편이나 된다. 완성된 작품의 배후에 있는 그 무게감을 감히 짐작할 수 있겠는가.
※ 예상에서 벗어난 결말을 보는 즐거움 속으로……
짧고 쉬운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이 호시 신이치의 작품에 빠져들지만, 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인 듯싶다. 그의 작품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도 안목이 생기게 되어 읽기 시작한 후 곧 결말을 예상해보곤 하지만 예상은 늘 빗나간다. 즉 호시 신이치는 같은 패턴의 결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건 이런 결말로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면 결말을 초월한 전혀 다른 종류의 우의적 표현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기묘한 결말’의 기묘함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러면서도 항상 그만의 특색은 변치 않는 것을 보면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이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평전을 쓴 논픽션 작가 사이쇼 하즈키는 평전을 쓰는 동안 많은 자료 조사를 한 결과, 천재라는 이미지로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해 의표를 찌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의 노력이 우리에게 이런 즐거움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