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터 브라운에게 성경은 성스러운 매춘부이다. 성서는 그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는 성서의 깊이가 지닌 신비를 파헤친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떨구다』 또한 우리에게 당혹감을 안겨 준다. 그러나 동시에 중독성이 있고, 덮는 즉시 다시 읽게 만들며, 방대한 주석을 통해 이해는 더욱 확장된다. 성서에 대한 열정과 연구 그리고 품위 있는 명료함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떨구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 『담요』와 『하비비』의 저자, 크레이그 톰슨
오늘날에는 창녀 혐오 문화가 만연해 있다. 매춘 여성들과 성을 사는 남성들에 관한 온갖 거짓말이 기자, 정치인, 경찰, 유명인, 학자 같은 이들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산된다. 성매매 노동자 인권 옹호자들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창녀를 혐오하는 문화의 뿌리는 성경이다. 히브리 성경의 저자들은 대부분 매춘을 눈감아 주었지만 못마땅하게 여겼다. 신약 성경을 쓴 바울은 매춘을 극렬히 반대했으며, 이로 인해 기독교 사회에 창녀를 혐오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창녀에 대한 편견도 함께 퍼져 나갔다. 그 결과 성인 남녀의 동의 아래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범죄 행위로 치부되고 있다. 현실적 이유로 매춘에 반대한다고 믿는 비기독교인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착각이다. 그 현실적 논리에 영향을 준 것이 기독교이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떨구다』 중에서, 체스터 브라운
체스터 브라운, 성서 속 매춘을 그래픽노블로 옮기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 체스터 브라운의 신간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떨구다』가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에 등장한 매춘과 종교적 순종 이야기를 다루고 해석하며 여러 질문을 던지고 저자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체스터 브라운은 2011년 출간한 『유료 서비스』에서 5년간 자신이 경험한 성매매를 솔직하고 세밀하게 다룬 적이 있다. 이후 2016년 발표한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떨구다』 역시 『유료 서비스』의 성경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재와 구성이 비슷하다. 작가는 우리 문화가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취급해 온 영성과 섹슈얼리티가 실제로는 깊숙이 얽혀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그는 성서 속 다섯 여성에게 주목했다. 그는 마태복음의 족보에 다말, 라합, 룻, 밧세바 그리고 마리아가 등장한다는 점과 고대 족보에 여성이 실린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것이 매우 특이한 경우인 걸 알게 된다. 작가는 <예수가 사생아였다>라고 주장한 종교학자이자 여성학자인 제인 샤버그의 주장처럼, 마태가 앞의 네 여자를 족보에 실음으로써 다섯 번째 여자(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의미를 암시하려 했다고 믿는다.
마태복음에 등장한 네 명의 여성과 다섯 번째 여성
체스터 브라운은 네 명의 여자가 족보에 실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아챈다. 만약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기 전에 성교를 했다면 (보아스와 잠자리를 한) 룻과 다를 바 없으며, 만약 약혼 기간에 요셉 말고 다른 남자와도 관계를 했다면 (다윗 왕과 성교한) 밧세바와 마찬가지라고 여긴다(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남자와의 약혼 기간에 외간 남자와 잠을 잔 것은 간통으로 간주되었을 테니까). 만약 약혼 기간의 성교가 근본적으로 거래 행위였다면 마리아는 (히라에게 몸을 판) 다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러 남자와의 성적인 거래였다면 마리아는 실질적으로 창녀 생활을 한 셈이며, 결국 (매춘 행위를 한) 라합과 같은 처지였던 것이다. 만약 단순히 음탕한 여자일 뿐이었다면 마리아는 밧세바와만 같은 상황이므로 족보에 다말과 라합을 언급할 까닭이 없었다. 또는 마리아가 약혼 전에 돈을 받지 않고 성교했다면 룻과 같은 처지이니 역시나 다말과 라합을 언급할 까닭이 없었다. 따라서 체스터 브라운은 족보에 나오는 나머지 네 여자 모두와 연관되려면 마리아가 창녀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수년간 마태의 족보와 거기에 담긴 예수의 어머니에 대한 의도를 곰곰이 생각한 결과가 바로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눈물을 흘리다』인 셈이다(제목에 대한 의도와 암시는 책 속에서 밝힌다). 또한 엄청난 양의 참고 문헌과 주석을 통해 자신이 강조하는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예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 예수는 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그릇된 짓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또한 성서 어느 곳을 봐도 예수는 자신이나 주님을 노예주로 여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예수는 창녀를 죄인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우리의 선입견이 예수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잘못 받아들이게 된 것이리라. 예수는 모두에게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나은 삶을 누린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우리가 삶(주님)을 사랑할수록 삶(주님)도 우리를 더욱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