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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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가, 사르트르 문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대표 희곡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사르트르 실존주의 사상의 총체 사르트르의 희곡들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세계 각지에서 상연되고 있는 「닫힌 방」과 사르트르가 자신의 희곡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알려진 「악마와 선한 신」이 수록된 사르트르 희곡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작가의 실존주의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닫힌 방」, 그리고 ‘인간’과 ‘절대’의 관계를 탐구하며 혼란스러운 사회, 양극화된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는 하나의 ‘윤리’를 제시하는 「악마와 선한 신」 등, 사르트르의 대표 희곡선 두 편을 엮은 이 선집은 프랑스 현대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을 이끌었던 거장 사르트르 사상의 총체를 담고 있는 필독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게 지옥인 거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신들도 생각나지, 유황불, 장작불, 석쇠…… 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작품 속에서 ■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 참여문학의 기수, 혹은 ‘위대한 극작가’ 오늘날 독자들에게 사르트르는 『구토』를 쓴 소설가이자 『존재와 무』를 쓴 철학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일화나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계약 결혼 등에 대해 보다 더 많이 이야기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실 사르트르의 이름이 우니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연극을 통해서였다. 해방 후 실존주의 철학이 국내에 막 소개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부산에서 극단 ‘신협’이 사르트르의 희곡 「더러운 손」(1948년)을 「붉은 장갑」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려 대성황을 이루었던 것이다. 당시 공연 연출을 맡았던 이진순에 따르면 “「붉은 장갑」은 전시 피난 중에도 불구하고 극장 밖까지 인산인해로 관중이 몰릴” 정도로 연일 초만원이었고 각 일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이진순, 「한국연극사 2」, 『한국연극』, 1978.2, 52쪽) 프랑스에서 또한 사르트르라는 ‘거장’을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로 만들었던 것은 정작 그의 희곡들이었다. 사르트르는 1940년 겨울 독일군에게 잡혀 있던 포로수용소에서 「바리오나」라는 연극을 만들어 공연을 했고,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1943년 「파리 떼」를 시작으로 1965년까지 이십삼 년 동안 두 편의 각색 작품을 포함하여 모두 열 편의 희곡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또한 1943년부터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일하게 ‘정치 연극’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사르트르의 희곡들이 그 사상의 핵심을 총체적으로 잘 드러내 보여 주는 장르로 기억되면서, 그는 당대의 의대한 극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사르트르의 작품은 관람하거나 상연하는 연극이라기보다 오히려 읽는 연극으로 인식되었다. 브레히트적인 연출 방식이 지배적이던 1955년에서 1965년까지의 시기에, 사르트르 자신이 희곡에 대한 새로운 기법적 혁신을 등한시한 까닭도 있고 또 당시 관객들에게는 사르트르가 연극에서 다루는 형이상학적 주제들이 구세대적인 요소로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1968년 5월 혁명의 영향으로 프랑스에서 잠시 정치 연극이 부활했을 때, 「악마와 선한 신」, 「네크라소프」 등이 재상연되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사르트르의 연극들은 정치 연극으로서보다는, 한 위대한 철학자이자 극작가의 작품으로서 고전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상연되고 있다. ■ 「닫힌 방」,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상연되는 대표 희곡 1943년 가을에 집필된 「닫힌 방」은 사르트르 연극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1944년 5월 당시 떠오르던 신예 연출가 레이몽 룰로가 무대에 올린 후 지금도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상연되고 있다. 1982년 미국 한 도시에서는 한 해 동안 서로 다른 「닫힌 방」이 무려 다섯 편(프랑스어 공연 두 편과 영어 공연 세 편)이나 상연되었다고 한다. 1944년 3월 한 문학잡지에 「타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실렸던 이 작품은 1945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2004년 집계에 의하면 이후 약 24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지옥에 갇힌 세 사람의 갈등을 그린 「닫힌 방」은 사르트르의 작품 중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가장 참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데, 시사 문제보다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밀접한 작품이기에 비평계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처음에는 오랜 폭격을 피해 지하실에 갇힌 상황이 배경이었다가 곧 영원한 지옥 속에 갇힌 세 주인공들로 주제가 바뀌는데, 한때 가르생 역을 카뮈가 맡아 연습하기도 했다. 「닫힌 방」은 호텔 급사처럼 보이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의 안내를 받아 전혀 지옥처럼 보이지 않는 한 장소로 세 영혼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신문기자였던 가르생과 우체국 직원이었던 이네스, 그리고 부유한 유한마담 에스텔이다. 창문도 출구도 없이 모든 것이 박탈된 상황이 그나마 이들이 지옥의 영벌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드러내 준다. 극이 서서히 진행되면 각자의 고백을 통해서 그들의 과거와 죽은 사연이 밝혀지고, 각각이 품은 욕망과 비밀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출구 없는 방에서 이들의 공존은 지옥 그 자체가 되고 만다. 결국 세 사람은 가르생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명제를 재차 확인한다. 사르트르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사랑(보부아르와의 삼각 관계)이라는 개인 체험이나 부도덕한 부르주아 집단의 가식에 대한 반발, 혹은 독일 점령하에 감금 생활을 하던 프랑스인들의 전시 체험을 극화한 것이라고도 평가받는 「닫힌 방」은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르트르 철학의 연극적 표현으로 평가받는다. 『존재와 무』에서 사르트르가 말한 인간 현실의 존재론적 구조와 그 실존의 의미, 특히 ‘대타 존재로서의 인간’을 연극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닫힌 방」에서는 바로 ‘타자의 시선’이 지옥의 형벌 도구가 되어 어둠이나 꿈, 휴식이 부재하는 닫힌 공간에서 언제까지나 ‘나’를 쳐다보며 ‘나’의 존재를 훔쳐 가는 타인들과 함께하는 곳, 그곳이 바로 ‘지옥’인 것이다. ■ 「악마와 선한 신」,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그 사상의 총체 「악마와 선한 신」은 사르트르가 장 주네에 대한 글을 쓰던 1951년 초에 집필을 시작한 작품이다. 극단에서 연극을 가르치던 시절 세르반테스의 연극 「행복한 건달」(1615)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사르트르는 16세기 독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신과 내기를 벌여서 악당에서 사제로 변신하며 ‘절대 악’과 ‘절대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그려 보인다. 1951년 6월 앙투안 극장에서 루이 주베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는데 이듬해 3월까지 거의 일 년 동안 성황리에 상연되면서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읽기 위한 작품인지 공연을 위한 작품인지’ 규정짓기 애매한 이 작품은 사르트르의 희곡 중에서 가장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파렴치함과 잔인함으로 독일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는 최고의 장수 괴츠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은 대주교는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에 고심한다. 괴츠는 형을 배반하고 대주교 편에 붙어, 반란을 일으킨 보름스 마을을 공격하려고 포위 중이다. 한편 보름스의 농민 봉기를 주도하는 나스티가 주교를 살해하고, 주교는 죽어 가면서 사제 하인리히에게 성문 열쇠를 맡긴다. 하인리히는 괴츠를 찾아가 열쇠를 건네 줄 테니 사제들을 살려 줄 것을 제안하고, 거의 동시에 나스티도 괴츠를 찾아와 가진 자의 꼭두각시 노릇 대신 같은 처지의 가난한 자들 편에서 도시에 입성할 것을 설득한다. 신의 의지를 놓고 신학 토론을